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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대자보 전쟁` 결국 反中으로…대학가 `홍콩 지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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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민주화지지모임, 17일 집회서 중국정부 비난

'홍콩 지지 대자보' 중국 유학생들이 잇달아 훼손

중국측 "대자보 훼손은 당연" 입장에 반중정서 확산

이데일리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홍콩민주화지지모임이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 시위 지지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홍콩민주화지지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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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병묵 김보겸 기자] 최근 중국 유학생들이 대학 캠퍼스 내에 게시된 ‘홍콩 시위 지지’ 현수막·대자보를 잇달아 훼손하면서 한·중 대학생들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해외 순방 중 홍콩 시위에 무력을 투입할 가능성을 내비친 데 이어, 지난 15일 주한 중국대사관이 한·중 학생 간 충돌에 유감을 표하면서 대학가 ‘반중’ 정서가 점점 달아오를 조짐이다.

한국·홍콩·대만 등 학생들로 구성된 홍콩민주화지지모임은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홍콩의 자유를 얻어내는 그 순간까지 계속 힘을 보태고 응원하자”고 밝혔다. 이들은 “한국 시민들은 국가폭력과 이에 맞선 싸움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것인지 경험으로 알고 있다. 민주화를 이루기까지 너무 많은 희생을 치렀다”며 “홍콩이 그 전철을 밟지 않도록 연대해 민주주의와 자유가 비극·희생을 바탕으로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자”고 외쳤다.

지난 주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 소재 대학들에서 잇달아 한국 학생들이 건 ‘홍콩 시위 지지’ 현수막·대자보가 훼손되면서 양쪽 간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주한 중국대사관이 지난 15일 “중국 학생들이 중국의 주권을 훼손하고 사실을 왜곡시키는 행동에 분개하고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대자보 훼손을 옹호하고 나서자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15일에는 고려대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시진핑의 ‘폭력 시위 진압’ 지시는 더 많은 희생을 예고한다”며 “이미 많은 대학에서 대자보가 훼손되고 폭력 행위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를 정당한 행위라는 중국대사관의 입장은 기만행위”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대학 내 홍콩 지지 움직임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앞서 ‘레논 벽’을 설치한 서울대에 이어 한양대·한국외대·아주대·숭실대에서도 레논 벽 설치에 나섰다. 레논벽은 1980년대 공산주의에 반발하던 체코 젊은이들이 비틀즈 멤버 존 레논의 가사를 벽에 쓰면서 유래된 자유 표현 행위다. 한국인을 비롯한 홍콩·대만 학생들은 주말 동안 중국 학생들의 레논 벽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부스를 차리고 지키고 있는 중이다.

김동윤(고려대 통계학과 16학번)씨는 “일부 학교에서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대자보 훼손이 아니라 중국 입장을 알리는 식으로 대응하자’는 분위기를 만들고는 있다”며 “그러나 이번주 중 새로 홍콩 지지 성명을 붙이는 대학의 경우 지난주 여타 학교에서 있었던 대립이 그대로 재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은 오는 23일 홍콩을 지지하는 대규모 대학생 집회를 비롯해 침묵 행진을 기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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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한양대에 홍콩 지지 메시지를 붙이기 위해 설치된 레논 벽. 중국 유학생들의 훼손을 막기 위해 레논 벽 앞을 대만·홍콩 유학생들이 지키고 있는 모습 (사진=한양대 학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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