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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한국당의 '저항권'...감금·몸싸움도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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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권'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최근 정치 기사에서 자주 나오는 단어인데요. 쉽게 말해 '저항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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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쳤으니까 저항 차원에서 너 고소!', '나 때렸으니까 너도 맞아봐라!'. 이런 건 저항권 아닙니다. 저항권은 '국민이 자기의 권리, 자유를 지키기 위하여 실력으로 저항하는 권리'인데요. '공권력의 행사'에 대항해서만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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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폭력도 허용됩니다. 그래서 굉장히 엄격한 조건에서만 가능한데요.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조건은 이렇습니다.

① 개별 헌법조항에 대한 단순한 위반이 아닌 민주적 기본질서라는 전체적 질서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있거나 이를 파괴하려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
② 이미 유효한 구제수단이 남아 있지 않아야 한다는 보충성의 요건이 적용된다
③ 저항권 행사는 민주적 기본질서의 유지, 회복이라는 소극적인 목적에 그쳐야 하고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체제를 개혁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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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깐깐하죠? 3·1운동, 4·19 혁명, 6월항쟁처럼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중대한 침해 상황'에서 '다른 구제수단도 없고' '질서의 유지, 회복'을 위해 국민이 일어난 경우입니다. 이 정도로 중대한 역사적 고비에서 국민이 힘을 모아야 '저항권'이 인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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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저항권'이 자유한국당의 입에서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4월 국회 패스트트랙 사태 때부터인데요. 패스트트랙은 국회에서 발의된 안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제도입니다. 여야 4당의 많은 의원이 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선거법 개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했는데요. 자유한국당은 강력 반발했습니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는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을 사실상 방에 감금했습니다. 대치 과정에서 몸싸움도 벌어졌습니다. 이 물리적 대응이 '저항권'이라는 게 한국당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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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원내대표 (4월 28일 기자회견)

"헌법을 지키기 위한 저항권은 민주 시민의 절대적인 권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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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표 (10월 1일 페이스북)

"총체적 불법 행위에 대한 우리의 투쟁이었습니다. 우리의 정당한 저항권 행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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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원내대변인 (4월 29일 논평)

"헌법과 자유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저항권마저 불법난동으로 규정한 홍영표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거짓의 정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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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권이든 아니든 뭣이 중한데?'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거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죠. 물리적 행동에 가담했던 국회의원들이 법적 처벌을 받느냐, 안 받느냐도 중요한데요. 이게 내년 4월 총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저항권을 그대로 수용한다면 검찰의 기소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한국당의 행동이 '저항권'에 해당하는지 안 하는지, 과거 판례와 법리를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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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이른바 '노동법 날치기 사건'이 있었습니다. 12월 26일 새벽 5시 50분,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자유한국당의 전신)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갑니다. 새벽 6시, 개회가 선언됩니다. 11개 법안이 통과됩니다. 7분도 안 돼서요. 야당이나 국민에게는 개회 자체에 대한 통지가 없었습니다. 통과된 노동법을 보면 정리해고를 법제화하고, 파업하면 대체 직원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노동계로서는 '독소조항'이 가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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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노동계는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A 회사가 파업한 노조를 상대로 법원에 쟁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습니다. 노조는 파업이 '정당한 저항권 행사'라고 반박했습니다. 법원은 파업이 저항권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가려달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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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론은 '저항권이 아니다'였습니다. 결정문 원문을 보겠습니다.

"협의 없는 개의시간의 변경과 회의 일시를 통지하지 아니한 입법 과정의 하자는 저항권 행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왜냐하면 저항권은 국가권력에 의하여 헌법의 기본원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행하여지고 그 침해가 헌법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것으로서 다른 합법적인 구제수단으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에 국민이 자기의 권리ㆍ자유를 지키기 위하여 실력으로 저항하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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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입법 과정의 하자로 저항권을 쓸 순 없다'는 겁니다. 헌법의 존재 자체가 부정되는 절박한 상황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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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얘기로 돌아가 볼까요. 한국당 말대로 정말 '사보임'이 불법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이는 입법 절차 문제입니다. 저항권을 쓸 순 없습니다. 이미 과거 여러 차례 헌재가 내린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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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의 물리적 저지가 '최후의 수단'인 것도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저항권을 행사하려면 '② 이미 유효한 구제수단이 남아 있지 않아야 한다는 보충성의 요건이 적용된다'는 조건이 있어야 합니다. 한국당이 물리적으로 안 막아도 '유효한 구제수단'은 당시에 있었습니다. 아까 1996년 노동법 날치기 사건 때 청구됐던 '권한쟁의심판'이 그 구제수단입니다. 국회의원 감금하지 않고 몸으로 안 막아도 현재의 법 테두리 안에서 해결할 여지가 있던 겁니다. 그래서 1997년에 헌법재판소의 저항권 판단도 나왔던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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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고 해서 법안이 바로 국회 통과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처리 과정이 빨라질 뿐입니다. 실제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려면 한국당 의원들을 포함한 전체 국회의원의 표결을 거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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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진보 헌법학자에게 물었습니다. '한국당의 저항권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첫 질문에 하나같이 웃음을 터트리셨습니다. 왜 그랬는지, 맥락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 대화 일부를 가감 없이 적었습니다.

① A 헌법학자
기자: 패스트트랙 저항 수단을 저항권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A 헌법학자: 하하하. 저항권이 그런 데 쓰이는 건 아니죠. 저항권은 국가 헌법 질서가 국가 공권력에 의해 파괴됐을 때 국민이 행사하는 게 저항권이고요.
……
국회의원은 국가 선출직 공무원이잖아요. 저항권은 국민의 기본권이거든요. 국민에게 저항권이 부여되는 거지, 국가 공무원은 기본권의 수범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저항권 행사를 할 순 없죠.


② B 헌법학자
기자: 패스트트랙 관련해서 한국당에서 주장하고 있는 저항권을 법리적으로 따지고 있는데요.
B 헌법학자: 한국당에서 저항권 행사라고 얘기합니까?
기자: 네. 나경원 원내대표님도 그렇고 황교안 대표도 그렇고 저항권 명분을 말씀하고 계시거든요.
B 헌법학자: 네 하하. 저항권은 최후의 수단이고요. 패스트트랙 지정 여부에 관한 절차적인 문제가 국가 권력이 헌법 수호를 하지 못해서 국민이 최후의 수단으로 나서지 못하는 그런 상황은 도저히 아니고. 저항권 행사에 해당한다는 건 그건 좀 저항권 상황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 같은데요.
……
저항권을 그렇게 막 인용하면 안 됩니다. 본인들이 의회 안에서 지금 그렇게 활동하는 것 자체가 국회가 기능을 하고 있는 거잖아요. 이게 무슨 저항권 행사 상황입니까?


③ C 헌법학자
기자: 패스트트랙에서 한국당에서 저항권 논리를 쓰는 게 설득력이 있다고 보시나요?
C 헌법학자: 하하하. 저항권이라고 하는 건 모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을 때 불법임이 객관적으로 명확할 때, 그것밖에 사용할 수 없는 최후 수단성 요건을 갖출 때 이런 몇 가지가 있거든요.
……
좀 적당히 좀 해라, 적당히 좀. 뭐 여러 가지 정치적인 수사라고 하는 게 좀 과장이 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에게 혼란을 주지 않으려고 하면 여야 똑같아요. 말을 선별해서 하고.
……
저항권이 이 시점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고 그 이전에도 모든 정치적 액션에 저항권 이름을 붙이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러면 이게 확증편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잖아요. 진보, 보수, 또는 극우 진영한테는 그것이 '야 맞아, 우리 저항권 행사해야 돼. 스크럼 짜서 항의하러 갑시다' 이런 거에는 유효할지 몰라도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는 아니다. 상황에 맞게 주장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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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표는 법무부 장관 출신, 나경원 원내대표는 판사 출신입니다. 헌법 정신에 녹아있는 저항권을 되새기고,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국회의원의 책무를 떠올리며 헌법 전문을 첨부합니다.

대한민국헌법 전문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취재기자: 한동오 hdo86@ytn.co.kr
그래픽 디자이너: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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