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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놀라운 사업성과가 문제? 포에버21 추락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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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60)



‘포브스지 표지 장식’ ‘세계 400대 부자’ ‘미국 400대 부자’ ‘고졸 신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세계 패션계 여성 갑부 10위’. 모두 패션브랜드 포에버21의 창업자인 장도원-김진숙 부부를 수식하는 표현이었다. 이랬던 포에버21이 파산신청을 했다.

이민 초기 갖은 고생과 노력을 통해 얻은 성과 중 어쩌면 가장 돋보이는 한인 창업가의 명성이 무너졌다는 소식에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국내 언론 등에서는 시대를 읽지 못해서 망했다고 원인을 분석한 것에 반해, 최근 뉴욕타임스에서 창업가의 근본적 경영문제에 대해 긴 보도를 내놓아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한때 연 매출 5조원, 4만3000명이던 기업이 40개국에서 사업을 접고 전체 매장의 30%를 문 닫는 지경에 이른 포에버21. 컬럼비아대학교의 마크 코헨 교수에 따르면 “포에버21은 기본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성공이다. 포에버21은 사업 초기에 일군 놀라운 사업 성과가 오히려 성장 이후의 기업 발목을 잡는 상황에 처했다”라 평가하고 있다.

실패 이후 이런 평가를 하는 것은 누구나 가능하겠지만, 그동안 시장에서 끊임없이 들리던 잡음들이 뉴욕타임스의 기사에 실린 마당에 나온 결론이라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쩌면 적지 않은 스타트업들이 본질적 가치를 배제한 로켓 성장을 추구하고 있으며 유니콘의 추락이 현실화되는 마당에 적절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중앙일보

패션 브랜드 '포에버21'이 파산신청을 했다. 한때 연 매출 5조원, 4만3천명이던 기업이었으나, 40개국에서 사업을 접고 전체 매장의 30퍼센트를 문닫는 지경에 이르렀다. [연합뉴스]



포에버21 임직원을 포함한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붕괴 원인을 다음으로 꼽고 있다.

- 창업가 일가의 폐쇄적 독선 경영스타일

- 성공에 따른 창업가 일가의 자만심

- 회장실 주변에 근접할 수 없는 권위주의

- 창업가 일가를 위한 이사회 구성

- 베일에 싸인 경영 행태

- 많은 전문가를 영입하고도 독선 경영 지속

- 경영 판단 실패를 불공정한 방법으로 만회 시도

- 획일적이고 비상식적인 경영스타일

-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경영스타일

- 기복주의적 종교관으로 점철된 기업문화

분석 내용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창업 일가는 매우 오만한 폐쇄주의와 독선에 빠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독자 의견은 더 심각하다. 법무법인 선임 시, 심지어 자기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게 하기 위해 한국말을 알아듣는 변호사를 배제하라고 요구했다는 이야기도 있으며, 한국에 있는 회사 같아서 수시로 임직원이 갑질에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견도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만큼 공개적이고 투명하지 못한 비상식적 경영스타일로 인해 나온 루머일수도 있다.

우리는 초연결시대를 살고 있다고 한다. 초연결의 특징상, 개방성은 매우 중요한 경쟁요소이자 사회적 특징 중 하나다. 개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협력, 투명성, 권한이임, 공유, 공정 등의 철학적 행동기반이 꼭 요구된다고 한다. 그러나, 뉴욕타임스가 분석한 포에버21의 붕괴 원인은 초연결시대의 시대적 행동기반에 모두 위배된다. 우리의 기업들은 과연 시대에 부합하는 철학적 행동기반을 갖췄을까 고민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앙일보

겸손한 리더는 자신의 역량이 상대보다 열등하다는 것을 감추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역량에 적극적으로 몸을 맡기며 감사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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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글에서도 명시하였듯이, 임직원이 뽑은 포에버21의 최대 몰락 이유는 경영진의 오만함과 교만이라고 한다. 우리는 어떡하면 겸손할 수 있을까. 겸손을 통해 성공의 과실을 지속해서 유지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특징은 큰 야망을 품고 있음에도, 결과물에 대해서는 늘 “운이 좋았다.”라고 여기는 측면이 있는 듯하다. 이 표현은 가식적으로 사용될 때 위선적 오만함을 드러내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진심이 담긴 표현이면 겸손을 보여준다.

겸손한 리더는 자신의 역량이 상대보다 열등하다는 것을 감추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역량에 적극적으로 몸을 맡기며 감사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우리는 자기중심적 사고를 통해 관심과 주목을 받아내기는 하지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결과물은 겸손을 통해 얻는 시대를 살고 있다. 과시욕과 오만함은 수많은 홍보용 기사를 만들지만, 겸손은 특별한 차이와 실질적 결과를 만든다.

겸손은 ‘튀면 죽는다’라는 몰개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겸손은 나의 부족함을 용감하고 투명하게 인정하고 상대방의 장점을 찾아내서 협력하고, 공유하며, 권한을 위임하며, 상대의 숨은 잠재력을 찾아내서 발전시켜주려는 부단한 노력을 의미한다. 혹시, 오만한 창업가의 전횡이 반복되는데도 기업의 몰락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어쩌면 그 몰락의 대가를 다른 이해관계인에게 전가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인하대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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