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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당 1억 ‘그들만의 성’... 시장 양극화 더 커지나 [이슈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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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평당 1억원’ 시대 / ‘황제 아파트’ 거래 늘어 /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84㎡ 34억 거래 / 뛰어난 학군·한강 조망 등 갖춰 희소성 / 교육열 높은 30∼40대 부유층 주고객 / 정책 엇박자 상승 부채질 / 공급 부족에 ‘똘똘한 한채’ 심리 자극 / 강남·용산 등 중심 초고가 시장 형성 / “주변 집값 자극” “특수지역 얘기” 엇갈려

“같은 강남권이어도 평당 1억원이면 그들만의 성이라고 봐야죠.”(서울 잠원동 주민)

“뛰어난 한강 조망권에 학군도 좋고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새 아파트여서 찾는 분이 꾸준하죠. 여긴 다른 지역과 비교할 대상이 아니에요.”(서울 반포동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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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지난 8월 전용면적 59.95㎡(12층)가 23억9800만원(공급면적 24평형·평당 9992만원)에 거래된 데 이어 지난달 전용면적 84㎡(16층·공급면적 34평형)의 매매가가 34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최초로 ‘평당 1억원’ 시대를 연 아파트로 화제가 됐다. 신반포 1차아파트를 15개동 1612가구 규모로 재건축한 이 아파트는 2013년 분양 당시 84㎡ 분양가가 13억∼14억원이었고, 2016년 입주 초기엔 20억원대 초반이었다고 한다. 아파트 ‘몸값’이 불과 입주 3년 만에 10억여원이나 오른 셈이다.

힘들게 일하고 아껴 써도 1년에 1000만원 모으기도 힘든 서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허탈감을 안기는 것은 물론 ‘좀 산다’는 사람들의 부러움과 욕망을 부추기는 상징물과 다름없다. 도대체 이 아파트는 어떻게 평당 1억원을 찍게 된 것일까.

◆특수 수요층이 찾는 ‘평당 1억원’

세계일보가 최근 아크로리버파크 주변 공인중개업소 7군데를 돌며 문의한 결과,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강남의 높은 교육열과 학군, 한강 조망권, 교통·병원·쇼핑시설 등 주변 편의시설에다 지역 특수성을 무시한 정부의 규제로 새 아파트 수요에 턱없이 못미치는 공급물량 등이 겹쳐 아크로리버파크의 가치가 급상승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평당 1억원 수준에서 거래된 가구는 대부분 뛰어난 조망권 덕분이라고 했다. 지난달 9일 거래된 가구 역시 꼭대기 층에 위치해 한강이 정면에서 보이는 집이었다. 단지 내에서도 이런 조망권을 가진 집은 일부에 불과해 희소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아크로리버파크 인근의 A중개업소 관계자는 “한강이 보이는 가구 중에서도 조망권이 좋은 로열층이 평당 1억원 수준의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며 “조망권에 따라 같은 평형대에서도 매매가가 2억∼3억원 정도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B 중개업소 관계자도 “한강변에 위치한 아파트 중 이만 한 조망권을 가진 새 아파트는 당분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중개업소에 따르면,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서도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30∼40대가 아크로리버파크 거주를 선호한다. 주변에 강남 8학군의 초·중·고등학교가 많고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대치동 학원가도 그리 멀지 않기 때문이다. C중개업소 관계자는 “깨끗하고 시설이 뛰어난 곳에 거주하면서 자녀를 인접한 초·중·고와 대치동 학원가에 보내기 수월하다”며 “상업시설이 적은 것이 상대적으로 아쉬운데, 학부모 입장에선 오히려 장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여기 사는 분들은 대체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분들인데, 그중에서도 자녀 교육 때문에 이곳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재건축 이전의 조합원들은 대체로 연세가 있기 때문에 이곳에 남아 있는 경우가 30∼40% 정도밖에 안 된다”고 귀띔했다.

◆부동산·교육 정책 엇박자, 강남 상승세 유도

부동산업계는 아크로리버파크의 매매가가 더 오르고 비슷한 이유에서 강남권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평당 가격이 1억원에 육박하는 사례가 잇따를 것이라고 본다. 정부가 강남권을 겨냥한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고 3기 신도시를 통한 물량 공급을 예고했지만, 도리어 이런 매물이 언제 나올지 모른다는 전망에 시장이 먼저 반응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를 폐지하고 정시를 확대하겠다는 교육 정책까지 나오면서 강남 8학군의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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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로리버파크 주변 중개업소들은 “최근 정부 규제의 영향으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쉽게 떨어질 분위기는 아니다”며 “이런 추세를 이어가다 오르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레 내다봤다.

기자가 만난 강남지역 주민 반응도 비슷했다. 반포동 주민 정모(41)씨는 “가장 좋은 조건의 아파트가 가장 비싼 건 시장논리에 따른 결과라고 본다”고 했다. 인근 잠원동 주민 이모(38·여)씨도 “아크로리버파크는 분양되기 전부터 강남에선 보기 드문 한강 조망권을 가진 새 아파트로 꼽혔다”며 “더구나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여러 규제로 새 아파트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아크로리버파크의 가격이 오르는 건 예견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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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의 전용면적 84㎡가 34억원에 거래되며 ‘평당 1억원’ 시대를 열었다. 사진은 반포동의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똘똘한 한 채’ 찾는 심리, 평당 1억원 만들어

부동산 전문가들은 평당 1억원 안팎에 거래되는 초고가 아파트의 등장을 ‘시장이 양분화되는 현상’으로 진단했다. 서울의 아파트 공급이 정체를 빚는 상황에서 뛰어난 조건을 가진 아파트가 높은 가격에 거래되며 새로운 시장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실장은 “최근 국내에서 반포동이나 용산구 한남동 등을 중심으로 초고가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며 “주로 한강 조망권 등 입지적 희소성을 가진 지역에서 이런 매물이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이런 초고가 아파트는 특수 수요층을 위한 곳으로, 가격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수요자들이 주로 찾는다”며 “그만한 가격대도 괜찮다고 보는 수요자와 기존 매물의 조건을 뛰어넘는 아파트가 시장을 형성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초고가 시장을 두고 엇갈린 시선이 상충한다. 초고가 아파트의 매매가격이 일종의 선행지수로 작용해 시장의 가격 인상을 이끌 것이란 시각과 특수 수요층의 시장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 실장은 “시장이 양분화되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면서도 “초고가 아파트가 시장을 선도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주변 지역이 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초고가 아파트의 매매가격을 시장의 지표인 듯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며 “초고가 아파트의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정이 필요하겠지만, 이것은 시장에서 극히 일부 지역의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정작 초고가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를 끌어올리는 것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가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갖도록 유도하면서, 알짜배기를 찾으려는 시장의 움직임이 ‘평당 1억원’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와 정부의 재정 정책이 시중 돈 흐름을 부동산으로 몰리게 한 점도 가격 인상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심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극히 일부 지역의 현상을 들어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며 “똘똘한 한 채를 갖도록 하는 지금의 정책은 특정 지역의 집값 인상을 부추기고, 그런 현상을 토대로 규제를 강화하는 고리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강남 시장 잡기에 매몰돼 있다”며 “최고점을 찍은 일부 아파트를 겨냥해 억제 정책을 펼치기 보다, 서민들이 원하는 아파트를 공급해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정책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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