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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기재부, 경제상황 설명하며 ‘부진’ 대신 ‘성장 제약’…바닥론에는 선 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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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홍민석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최근 경제동향 11월호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경제상황을 설명하면서 7개월 연속 사용한 ‘부진’ 대신 ‘성장세가 제약받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다만 ‘부진’이란 표현이 빠진 것이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기획재정부는 15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1월호에서 “3분기 우리 경제는 생산과 소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수출과 건설투자 감소세가 이어지며 성장을 제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매달 발간하는 그린북에서 경제 상황에 대한 판단을 공식 전달한다.지난 4~5월까지는 ‘광공업 생산·수출 등 주요 실물지표’에 대해 부진하다고 평가했다가, 6~10월에는 ‘수출·투자’가 부진하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번호에서는 책 전체에서 ‘부진’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수출부진’은 ‘건설투자 감소’로, ‘반도체 업황 부진’은 ‘반도체 단가하락’으로 보다 명확하게 바꿨으며 이 두 가지 요인으로 ‘성장세가 제약받고 있다’고 총평했다.

홍민석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표현을 바꾼 이유에 대해 “이전에도 특정 지표(수출과 투자)에 대해 부진하다는 평가를 내린 것인데, 이를 전체 경기에 대한 부진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바람직한지 고민이 있었다”며 “3분기까지 발표된 실물지표를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우리 경제의 모습을 가장 정확한 표현으로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부진’ 진단이 경제심리를 더 얼어붙게 만든다는 비판을 의식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만 홍 과장은 “부진하지 않다고 평가하는 건 전체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평가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가격과 관련해서도 “낸드플래시의 경우 바닥을 쳤다는 것이 주된 평가이지만 가격이 언제 회복될 지에 대해서는 시장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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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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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북에 요약된 주요 산업활동 지표를 보면 9월 광공업 생산과 설비투자는 전달과 견줘 각각 2%, 2.9% 증가했지만 서비스업 생산(-1.2%)과 소비(-2.2%), 건설투자(-2.7%) 감소했다. 10월 수출은 중국 등 세계경제 둔화와 반도체 단가하락 등 영향으로 14.7% 감소하며 지난해 12월 이후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10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전달보다 1.7포인트 상승했고, 제조업 경기실사지수의 실적은 1포인트 상승, 전망은 1포인트 하락했다. 9월 경기동행지수는 보합, 선행지수는 1포인트 상승했다.

고용은 취업자 증가규모가 크게 확대되는 등 회복세이며 물가는 0% 수준으로 보합세이다. 10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달보다 41만9000명 증가했고, 실업률(3%)은 0.5%포인트 하락했다. 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였고, 물가의 기조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0.8% 올랐다.

금융시장은 주가와 국고채 금리가 10월초 이후 상승하는 모습이며 환율은 10월 들어 하락했다. 주택시장은 10월 중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모두 상승했다.

기재부는 수출과 건설투자 부문으로 성장세를 제약받고 있다는 진단에 덧붙여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교역 및 제조업 경기 위축으로 세계경제가 동반둔화되는 가운데 미중 무역협상의 전개양상 및 글로벌 반도체 업황의 회복시기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며 “경제활력 제고 과제를 적극 발굴해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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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가운데)이 1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김상조 정책실장(왼쪽), 이호승 경제수석(오른쪽)이 배석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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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경제인식 자체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표현을 두고 공식발표 직전 막판까지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정책이 끊임없는 논쟁이 대상이 되고 있다느 점, 표현이 경제심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 업무보고 자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 “한국 경제에 대한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민들에게 현 경제상황과 미래에 대한 전망 등을 자세히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홍 부총리 역시 기재부 내 고위공무원들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현 경제상황을 적극 설명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홍 부총리 등 기재부 장·차관들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빈도가 잦아졌으며, 대변인실이 경제상황을 직접 설명하는 영상을 찍어 온라인에 올리고 있다. 문 정부 임기 반환점인 지난 9일에는 ‘한국경제 바로알기’란 책자를 발간하기도 했다. 기재부의 온·오프 홍보물에는 한국경제는 불확실한 대외여건에 의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대외건전성은 튼튼하고 재정확장의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 고용이 회복되고 있다는 점, 정부가 경제활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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