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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13살 소녀도 이춘재가 성폭행·살해…이춘재 '살인 기억' 어떻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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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차 사건 이춘재 진술, 윤 씨 보다 구체적이고 일관적

경찰, 8차 사건 이춘재 범행 잠정 결론

전문가"이춘재 성도착증 강해…범행 당시 계속 생각했을 것"

'범인 지목' 20년 수감 생활 윤 씨 재심 청구

아시아경제

화성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 이춘재.사진은 고등학생 시절 모습.사진=채널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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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경찰이 화성연쇄 8차 사건의 진범을 이춘재(56)로 잠정 결론 내린 가운데 이춘재가 과연 어떻게 수십 년 전 범행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진술했을지 의문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춘재가 성도착 강해 범죄행적을 계속 되뇌였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 화성시 진안동)의 한 가정집에서 박 모(13) 양이 잠을 자다 성폭행 뒤 살해당한 사건을 말한다.


15일 오전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화성 연쇄살인 사건 수사본부는 이춘재 자백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한 내용이 대부분 현장 상황과 부합한다"며 "범인만 알 수 있는 사실에 대해서도 자세하고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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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8차 사건 당시 범행 현장.사진=KBS 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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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특히 이춘재가 "양말을 손에 끼고 맨발로 침입했다는 진술은 현장 상황과 일치 한다"면서 "(피해자에게)새 속옷을 입힌 사실도 자세하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사본부는 "(이춘재가)피해자의 신체 특징, 가옥 구조와 침입 경로, 시신 위치, 범행 장소 내부 상황, 새 속옷을 입힌 사실 등을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수사 당시 범인으로 지목된 윤모씨(52)의 주장은 모순점이 많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윤씨는 범행 당시 피해자 속옷을 무릎까지 내린 상태에서 범행하고 다시 입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피해자는 속옷은 거꾸로 입힌 채 발견된 것으로 드러났다. 종합하면 윤 씨 진술에 비해 이춘재 진술이 이 사건 정황 등에 더 부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춘재 '살인자의 기억법' 어떻게 가능한가

이에 따라 이른바 이춘재의 '살인 기억법'에 의문이 쏠리고 있다. 범행 추정일로부터 수십년이 지났는데 어떻게 일관되고 자세한 진술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전문가는 이춘재가 심한 성(性)도착증으로 교도소 내에서도 범죄행적을 계속 되뇌이며 이 과정에서 이른바 '장기 기억'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당시 범행 전반에 대한 기억을 지금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자는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춘재가 성범죄 중에서도 굉장히 성적인 도착이 심한 범죄를 저지르다 갑자기 못하게 되면서 교도소 안에서도 과거 자기가 했던 행적을 계속 되뇌였을 개연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춘재는 성적인 도착이 워낙 강했던 사람이라 심지어는 교도소 안에서 비밀리에 음란물도 가지고 있었다"며 "그런 음란물을 토대로 해서 과거에 자기 기억을 회상할 기회들이 많이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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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이런 과정에 대해 "범죄분야에서는 장기 기억이라고 하는데, 이는 증발하지 않고 머릿속 어딘가에 있다가 면담과정에서 조건이 잘 맞춰지면 인출 가능하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면담과정을 통해서 이씨가 숨겨놨던 장기 기억 중의 일부, 예컨대 사건이 벌어졌던 장소 같은 것을 지금 다 그림으로 그려서 진술했다"며 "지각적인 경험은 인출 가능하다고 알려진 만큼 당시에 봤던 장소에 대한 기억이나 그 외 여러 가지 감각적인 경험들 이런 것들을 회상해낼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이춘재는 '8차 사건'과 관련 경찰 조사에서 박양의 △신체적 특징 △사건 발생 장소에 관해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장소인 박 양의 방 구조에 대해서는 펜으로 그려가며 설명했는데 방 크기를 '2평 정도'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1989년 10월 선고된 윤 씨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박 양의 방 크기는 약 8m²(약 2.4평)로 돼 있다.


앞서 '화성 사건 특별수사본부'는 "이춘재가 (8차 사건과 관련해) 의미 있는 진술을 했다. 범인만이 알 수 있는 그런 부분도 있다"며 "8차 사건 관련 면담 과정에서 이춘재의 진술은 번복 없이 일관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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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해 온 윤모(52) 씨가 재심청구서를 들고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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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옥살이' 윤 씨, 재심 청구

경찰은 8차 사건 수사에서 경찰의 외압 여부와 관련, 담당 수사관과 검사를 조사하고 있다. 윤씨는 최모, 김모, 장모 형사 등 수사관을 지목하며 외압 때문에 거짓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윤 씨는 이 사건 발생 직후 이듬해 7월 범인으로 지목돼 검거됐다. 이후 윤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10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그러다 이춘재가 8차 사건을 포함해 10건의 화성사건과 다른 4건 등 14건의 살인이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하면서 진범 규명 논란이 불거졌다.


윤 씨는 지난 13일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윤 씨 재심을 담당하는 재심 변호인단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춘재 진술에 대해 "이춘재가 (8차 사건과 관련해) 의미 있는 진술을 했다. 범인만이 알 수 있는 그런 부분도 있다"며 "8차 사건 관련 면담 과정에서 이춘재의 진술은 번복 없이 일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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