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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좋아요 숫자 숨긴 인스타그램...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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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전략 차원의 로드맵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인스타그램이 한국을 비롯해 미국 및 독일, 인도, 인도네시아 등 5개 나라에서 일부 사용자를 대상으로 좋아요 숫자를 보여주지 않는 기능을 시범 운영한다고 15일 밝혔다.

이미 좋아요 숫자 숨기기 기능을 시작한 7개 나라를 더하면 총 12개 나라 인스타그램에서 일부 사용자 기준 좋아요 숫자가 보이지 않게 됐다. 다만 해당 계정 소유자는 숫자를 확인할 수 있으며, 다른 이용자는 좋아요를 누른 사람의 아이디는 확인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의 좋아요 숫자 숨기기 실험은 플랫폼 활성화에 방점이 찍혔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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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사용자의 관점에서 보면, 자기의 일상을 소소하게 콘텐츠로 업로드하고 싶어도 좋아요 숫자가 신경쓰이는 법이다. 아무런 이유없이 콘텐츠를 올리고 싶어도 외부의 반응을 무의식적으로 의식하기 때문에 아예 콘텐츠 업로드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이유로 인스타그램은 좋아요 숫자를 공개하지 않는 방식을 통해 더 많은 플랫폼 사용자들이 인스타그램에 콘텐츠를 올리도록 유도하려는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플랫폼 과열 현상을 방지하려는 의도도 보인다. 소위 말하는 관심충들은 좋아요 숫자를 늘리기 위해 선정적이거나 반사회적인 콘텐츠를 업로드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다. 여기에 환호하며 좋아요를 누르는 사용자도 있지만, 반감을 가져 플랫폼을 떠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인스타그램이 자체적인 가이드 라인을 통해 유해 콘텐츠를 걸러내고 있으나 이는 완벽하지 못하다는 평가다. 그 연장선에서 인스타그램의 좋아요 숫자 숨기기는 플랫폼의 비정상적 과열 현상을 막으려는 포석도 깔렸다는 평가다. 당연히 비이성적인 여론의 쏠림 현상을 방지하는 부가적인 목표도 달성할 수 있다.

좋아요 숫자 숨기기가 인스타그램의 패밀리앱인 페이스북의 플랫폼 운영 철학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페이스북은 현재 단순한 연결이 아닌 커뮤니티의 SNS를 추구하고 있다. 사용자들을 기계적으로 연결하는 선의 개념이 아니라 이들을 다수의 커뮤니티로 묶는 면의 개념이다.

그 중심에서 페이스북은 광장을 포기하고 거실을 택하고 있다. 모든 사용자들이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별로 묶인 사용자들이 자기들만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콘텐츠를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6일(현지시간) 블로그를 통해 "개방된 플랫폼보다 개인정보 보호에 방점을 찍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면서 "페이스북은 이를 실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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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들이 모두 연결되는 개방된 플랫폼을 지향하지 않고 동일한 관심사를 가진 사용자들의 커뮤니티를 고유의 놀이터에 묶겠다는 페이스북의 전략은, 인스타그램의 좋아요 숫자 숨기기 의도와도 교집합이 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콘텐츠를 자유롭게 올릴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해주고, 플랫폼의 이상 과열 현상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는 플랫폼의 건전한 활성화로 이어지며 불필요한 플랫폼 논란을 걷어낼 수 있다.

여기서 페이스북의 커뮤니티 전략이 매출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장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위챗을 보면, 광장형 플랫폼이 아닌 거실형 플랫폼을 추구하며 여기에 다양한 결제 인프라와 서비스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모든 것이 선으로 연결된 광장형 플랫폼이 매출적 측면에서 잠재시장의 크기가 더 크지만, 동일한 관심사로 묶여 면으로 연결된 거실형 플랫폼은 타깃형 비즈니스 전략이 가능해 매출적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는 뜻이다. 페이스북의 변화된 연결 전략에는 이러한 논리도 깔려있다.

다만 인스타그램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시작부터 이미지를 중심으로 출발한 인스타그램의 경우 시각적 요소가 강한 SNS 플랫폼이며, 자연스럽게 미디어 커머스와 시너지를 내며 성장했다. 그 연장선에서 미디어 커머스와 결합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발달한 가운데 좋아요 숫자는 플랫폼 전체의 동력과 매출을 모두 담보하는 보증수표나 다름이 없다.

인스타그램이 쉽게 거실형 플랫폼을 선택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는 뜻이다.

심지어 페이스북 패밀리는 리브라 프로젝트, 나아가 페이스북 페이 등을 동원해 이커머스 동력을 키우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 커머스의 발목을 잡을 것이 확실한 좋아요 숫자 숨기기는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좋아요 숫자 숨기기로 미디어 커머스를 추구하는 인플루언서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좋아요 숫자 숨기기 서비스가 일부 시작되자 일부 미디어 커머스 플랫폼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최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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