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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대를 '범죄자'로 규정한 시진핑, "폭력과 혼란 제압하라" 특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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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과 혼란을 제압하고, 질서를 회복해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시위대를 ‘폭력 범죄 분자’로 규정하면서 이들이 "일국양제(一國兩制·하나의 국가 두 개의 제도) 원칙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는 초(超)고강도 경고를 내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14일 "폭력을 중단시키고 혼란을 제압해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홍콩의 가장 긴박한 임무"라며 "행정장관이 이끄는 홍콩 정부를 굳게 지지하고, 홍콩 경찰의 엄정한 법 집행을 굳게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이 홍콩 시위대를 ‘폭력 범죄 분자’로 규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은 브릭스(BRICS) 정상 회담차 현재 브라질에 머물고 있다. 해외 방문 중인 중국 최고 지도자가 국내 사안을 언급하는 건 극히 드물다. 그럼에도 전면에 나서 강경 대응을 주문한 배경에는 국가 체계가 흔들릴 정도로 홍콩 시위가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고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의 발언이 "현재 홍콩 정세에 대한 중국 정부의 엄정한 입장 표명"이라고 전했다. 이제까지 홍콩 시위와 관련해 나온 중국 당국의 입장 중 가장 무게있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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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진압을 위해 투입된 홍콩 경찰이 14일 홍콩 시내 센트럴 지역에서 시위대가 던진 벽돌을 치우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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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은 지난 4일 상하이에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만나 비슷한 메시지를 전했다. 당시에는 "폭력과 혼란을 제압하고 질서를 회복하는 것은 여전히 홍콩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말했다. 시위대 제압이 ‘중요한’ 임무에서 ‘긴박한’ 임무로 격상된 것.

중화권 전문가들은 ‘최고 지도자가 열흘 만에 같은 말을 두 번 반복했다는 점은 통상 ‘최후통첩’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홍콩 문제가 중국 지도부의 최대 현안이며, 중국 정부가 직접 군을 투입하거나 계엄령을 내려서라도 속히 마무리를 짓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이미 홍콩 치안당국은 19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강경 진압을 결의한 이후 시위 진압 강도를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홍콩 경찰은 시위대에 주저없이 실탄 사격을 했고, 수백명 단위 시위자 검거에도 거리낌이 없다.

여기에 홍콩에서는 오는 24일 구(區)의원 선거를 연기하는 방안과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을 확대 적용해 야간 통행 금지를 실시하는 방안, 최악의 경우 중국군 투입의 계기가 될 계엄령을 발동하는 방안 등이 시위 확산과 맞물려 추가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중국 본토 공권력이 홍콩에 무력 개입을 하려면 미국이라는 큰 걸림돌을 넘어서야 한다. 1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가 연례보고서에서 ‘중국군이 홍콩 시위에 무력으로 개입할 경우, 홍콩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특별 지위 부여를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법을 제정하라고 의회에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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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는 미국인들이 워싱턴 미국 국회의사당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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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을 통해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홍콩에 특별대우를 보장한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추가 관세도 홍콩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중국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한줄기 숨구멍인 셈이다.

그러나 홍콩의 자치 수준이 이러한 특별대우를 정당화할 정도로 충분하지 않을 경우, 미국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홍콩의 특권을 일부 또는 전부 보류할 수 있다. 중국군 투입은 홍콩 자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사안에 속한다.

앞서 미국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는 14일 홍콩 상황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며 "홍콩의 자치를 훼손하는 추가적 조치를 내리려면 미국과 국제사회의 새로운 제재같은 추가 손실도 고려하기 바란다"고 중국 정부를 압박했다.

[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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