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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죽었다, 사람들은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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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죄많은 소녀>

*주의! 이 글에는 영화 <죄 많은 소녀>의 결말을 알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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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죄많은 소녀> 포스터 ⓒ CGV 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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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만에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리고 난 후 남겨진 사람들의 죄책감을 조명한 영화들은 많았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가해자로 지목되는 순간이 온다면 어떤 감정이 들까?

2018년작 영화 <죄많은 소녀>는 하루하루 버텨나가는 일조차 힘든 영희(전여빈 분)에게 닥친 시련에 대한 이야기다. 영희는 이제 자신을 추슬러 세상에서 살아내는 것뿐만 아니라 경민(고원희 분)의 죽음에 대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까지 다다른다. 그리고 그녀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만 이 굴레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우울하고 시니컬해 보이는 영희는 평소에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는 순간에도 자신에 대해 고찰하고 그러다보면 무너져 버릴 것 같은 갸날픔이 그녀에게는 묻어난다. 경민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는 그들이 무엇 때문에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조차 힘든지 설명해주지는 않지만 뒤이어 영희의 진술을 통해 그들이 나눈 대화 속에서 어렵지 않게 추측해볼 수 있다. 말없이 버텨내는 그 마음가짐 때문에 경민과 영희는 서로의 결핍을 알아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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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죄 많은 소녀> 스틸 컷 ⓒ CGV 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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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죄많은 소녀>는 김의석 감독의 자전적 스토리를 바탕으로 완성되었으며 "어느 날 갑자기 나는 내 소중한 친구를 잃었고 자책의 드라마를 쓰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십대들의 우울과 자살 충동성에 대해 주목하고자 한다.

영희는 경민이를 위로한답시고 자신도 항상 죽을 생각을 하며 자신이 앞으로 할 자살 계획을 자세히 알려준다. 그리고 경민은 영희의 계획대로 이를 실행해버린다. 이런 그들을 보면 친구 간의 우정으로도 극복하지 못할 일들이 우리 사회 곳곳이 있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는다.

경민을 위로해준 것은 그녀가 좋아하던 영희였고 영희 역시 그녀를 위로해주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이를 알지 못한 채 경민의 반 아이들, 경민의 엄마, 그리고 담임선생님까지 그녀를 가해자로 의심하는 것을 보면서 대중이 한 사람에게 가는 폭력에 대한 잔인함에 새삼 소름이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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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죄 많은 소녀> 스틸 컷 ⓒ CGV 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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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민이 죽은 이후 죄책감을 지닌 그녀 주변 사람들은 가해자를 굳이 만들어 죄를 물으려 하고 있다. 비슷한 경험을 했던 감독은 이런 비겁한 선택보다는 "매일 친구를 찾아 헤매던 과거의 시간으로 자신을 던지"면서 애초에 이러한 비극이 왜 시작되었는지를 고민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영화는 51회 시체스영화제 Noves Visions 섹션에 초청되고, 제32회 프리부르영화제 SPECIAL JURY AWARD, THE YOUTH JURY AWARD COMUNDO를 수상하는 등 세상이 추천하는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영희는 자신이 경민이를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내기 위해 그녀의 자살충동과 우울증에 대해 그녀의 내밀한 속내를 드러낸다. 그것이 경민의 장례식에서 자살시도로 이어지면서 자신의 아픔보다는 여전히 경민의 죽은 이유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

이러한 영희의 항변은 감독이 관객에게 외치는 절규와도 같다. 이미 상처받은 영희가 더 이상 살아낼 힘조차 잃어버린 것은 세상이 보여주는 십대들에 대한 무관심 때문일 테다. 그리고 우리는 제 3, 4의 희생자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를 묵과하지 말고 짚고 나가야 한다.

김지현 기자(journal02@naver.com)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지현 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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