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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색 지붕, 파란 강물…이곳에선 누가 찍어도 예술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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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권지애의 리스본 골목여행(1)



대항해시대 찬란한 부귀영화를 누렸던 포르투갈, 특히 수도 리스본은 화려한 과거의 향기와 현재의 아름다운 격동이 끊임없이 물결치는 곳이다. 와인과 에그타르트, 해산물 그리고 가성비 좋은 물가만으로 평가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리스본과 근교 소도시에 펼쳐진 역사의 흔적들은 여행의 가치를 높여 준다. 과거 향기로 가득한, 프라이빗한 리스본 골목 속으로 함께 거닐어 보자.<편집자>



얄밉도록 아름다운, 오! 리스본



여행을 마치고 공항에 도착했을 때 비로소 여행했던 나라에 대한 운명이 나뉘게 된다. ‘역시 집이 최고야’와 ‘빨리 다시 또 가고 싶다’로. 후자의 생각이 미치도록 강하게 일었던 나라, 바로 포르투갈이다.

물론 가기 전에는 의심투성이었다. 잘나가는 여행 프로그램 여기저기에서 경쟁하듯 나오기 시작했고 너도 나도 칭찬 댓글로 도배되고 있었으며 미세먼지 한 톨 없는 청명한 하늘을 배경으로 모두가 하나같이 인생 사진을 올렸기에 혹시 포토샵과 수많은 디지털앱에 속는 게 아닐까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10일간의 짧은 여행을 다녀온 지금은 10일은 턱도 없었고 한 달 살기, 아니 석 달 살기는 해야 그나마 성에 찰 것 같은 곳이 되어버렸다.

유럽 여러 나라 중 가장 늦게 발전하기 시작했던 만큼 숨겨진 보석들을 가는 곳마다 발견할 수 있었던 포르투갈 여행은 2018년 가장 아름다운 여행 도시로 선정된 리스본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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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타두솔 전망대. 11월부터는 우기에 속하기에 도착한 첫날 밤부터 내렸던 비는 여행 내내 따라 다녔지만 비와 안개 덕분에 리스본이 더욱 깊이 있게 느껴졌다. [사진 권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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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리스본의 직항 소식은 많은 여행자를 들뜨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갈아타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경유의 고통을 이겨낸 많은 이들에게 다시 한번 포르투갈로의 여행을 꿈꾸게 한 만큼 첫 운항 전부터 핫하게 SNS를 도배했다. 2019년 10월 28일 리스본으로 한 번에 날아가는 아시아나항공의 첫 비행기! 한국 시각으로 오후 2시반에 출발, 13시간 하고도 20분의 하늘을 날고 난 후 포르투갈 리스본에 오후 6시 50분에 도착했다.

포르투갈 역사 자료에 의하면 한국을 최초로 방문한 유럽인은 포르투갈인 페르나웅 멘데스 삔또(Fernão Mendes Pinto)로 1542년 7월에 한강 근처에 도착했던 그때의 그가 느꼈을 짜릿함과 첫 직항 비행기를 타고 리스본에 내린 나의 엄청난 기대감과 설렘이 시간을 초월, 비슷한 감정으로 다가왔으리라 감히 상상해 본다.

11월부터는 우기에 속하기에 도착한 첫날 밤부터 내렸던 비는 여행 내내 따라 다녔지만 비와 안개 덕분에 더욱 깊이 있게 느껴졌던 리스본, 현지에선 리스보아(Lisboa)란 이름으로 불리는 이 도시 앞에 붙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1755년 대지진과 해일을 겪으며 다시 세운 파란만장의 도시, 바다로 떠난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며 부르던 애절한 파두(Fado)가 시작된 도시, 홍콩과 마카오에서 맛보던 에그타르트 원조의 도시, 대서양과 지중해를 곁에 두고 있는 만큼 풍부한 해산물, 그리고 아줄레쥬(타일 벽화)로 유명한 도시 등등. 다채로운 수식어로 리스본을 말하고 있지만 여행자들을 힘들고 땀 흘리게 만들지만 언덕을 따라 정상에 도달했을 때 신비로운 쾌감을 전해주는 ‘7개 언덕의 도시’란 수식어가 가장 운치 있게 나를 유혹했다.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은 좁은 골목길들로 형성되어 있는데 그 골목 안에는 내가 생각했던 ‘양’보다 훨씬 많은 볼 것들로 가득했고 어림으로 짐작했던 ‘기대치’보다 훨씬 크게 다가왔다. 창문 밖으로 막대에 걸린 빨래들이 즐비한 현생의 골목길 안에서 과거 역사의 흔적들이 툭툭 튀어 나와 감탄하다 다음 순간에는 좁은 돌계단을 올라 올라 간 전망대 위에서 만난 붉은 지붕들과 저 멀리 흐르는 푸른 강과 바다가 한 폭의 수채화로 다가온다. 이렇게 걸어 다니다 보면 우연인 듯 필연처럼 내 리스트에 없었던 그날의 순간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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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루치아 전망대로 가는 28번 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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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루치아 전망대. 전망대 포토스팟에서는 누가 찍어도 전문 포토그래퍼 같은 작품 사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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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의도치 않게 도시를 등반을 하게 된 나에게 끊임 없는 감동을 선물해준 첫번째 전망대는 산타루치아 전망대, 포르투갈에서 가장 오래된 리스본 대성당을 지나 언덕길로 10분 정도 올라가면 만날 수 있다. 전망대 곁에 있는 작은 정원 줄리오 드 카스틸호의 보라색 꽃나무 아래 포토스팟은 누가 찍어도 전문 포토그래퍼 같은 우쭐함을 안겨 준다.

이 전망대에서 조금만 더 올라 가면 만나게 되는 포르타 두솔 전망대, 버스킹 음악 프로그램에 나와 더욱 유명해진 이 곳에서 주황색 지붕과 파란 하늘 빛을 담은 타구스 강의 절묘한 색 조합에 감탄을 금치 못하는 이 두 전망대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속하는 알파마 지구에 있는 만큼 역사책 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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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르제 전망대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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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르제 전망대. 가장 높고 아름다운 리스본의 풍경을 선물해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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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성조르제 성은 파노라마 뷰의 최고봉을 선사한다. 포르투갈 말인지 모르고 사용했던 ‘따봉’이란 말을 자동발사하게 되는 곳으로 가장 높고 아름다운 리스본의 풍경을 나에게 선물로 주었던 곳이다. 11세기 중반에 지어진 이 요새는 여전히 무어 시대의 군사 요새의 다양한 건축 특징을 나타내는 11개의 타워를 보유하고 있다. 측면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통해 성벽과 탑에 접근할 수 있어 주변 전체를 탐험하듯 거닐 수 있다.

소박하지만 두근거림으로 일렁였던 세 번째 전망대는 바로 알칸타라 전망대다. 이곳은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 영화 속 주인공 제레미 아이언스가 벤치에 앉아 자신을 다른 운명으로 이끈 책을 읽고 있던 바로 그 공원의 전망대로 이곳은 두 번이나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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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칸타라 전망대. 여기저기서 들리는 이야기와 노랫소리가 조용한 도시의 밤을 가득 메웠다.



같은 풍경의 낮과 밤이지만 낮에는 전망대 앞 벤치에 앉아 유유히 흘러가는 시간을 잠시나마 만끽했고 밤에는 여기저기 조금 더 높은 볼륨의 이야기와 노래가 소리가 조용했던 도시의 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오르락내리락 굴곡 많았던 도시의 삶이 가파른 언덕길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리스본의 언덕길 등반을 마치며 리스본 근교 소도시로의 여행, 다음 회부터 시작된다.

콘텐트 크리에이터·여행작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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