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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내년 더 어렵다" 희망퇴직 받고 설비투자 멈춰…재계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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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잇단 비상경영 체제 돌입

LG디스플레이 사무직 희망퇴직 접수

대한항공 1200원 환율 리스크 대비

CJ 지주사 인력 절반 계열사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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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 진미동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 건물 전경.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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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연구 인력을 제외한 근속 5년 차 이상 사무직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 신청을 11월 말까지 받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8일 희망퇴직 신청 접수 소식을 공지했다. 사무직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 신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온 2007년 이후 12년 만이다.

# 대한항공은 내년도 원-달러 환율을 1200원(14일 환율 1170원)으로 잡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있다. 올해보다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가정에 따라 환율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의도다.

기업의 비상경영 선포가 줄을 잇고 있다. 내년 경영계획을 짜기에 앞서 허리띠를 조르며 빙하기를 맞이할 준비 작업에 돌입하고 있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희망퇴직 신청이 이어지면서 근로자의 한숨은 덩달아 깊어가고 있다. 올해 중순 자동차 산업에서 시작한 비상경영 체계는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를 지나 석유화학, 유통 등 국내 산업 전 분야로 퍼지고 있다.

자동차 기업은 올해 중순부터 일찌감치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9월부터 희망퇴직을 진행해 인력감축에 나섰다. 르노삼성자동차 관계자는 “40명 정도가 희망퇴직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전망도 어둡다. 부산 공장에서 생산되던 닛산 로그의 위탁 생산계약이 끝나면서 생산물량이 줄자 시간당 차 생산 대수를 60대에서 45대로 낮췄다. 생산 대수 조절에 따라 부산공장 생산직 1800여 명 가운데 20%가 넘는 400여 명이 유휴인력이 됐다. 한국GM은 경차와 소형 상용차를 만드는 창원공장을 2교대에서 1교대로 바꾸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쌍용차는 임원 20% 감원, 임원 급여 10% 삭감, 근로자 복지 축소안을 자구안으로 내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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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두타면세점 건물. 두산은 최근 면세점 사업권을 반납한다고 관세청에 알렸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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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탄탄한 20대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한화와 두산이 면세점 사업에서 잇달아 발을 뺀 게 대표적인 사례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에서 수익을 내지 못했고 전망도 어두워 미래 대비 차원에서 사업권 반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CJ는 지주사 인력 440명 가운데 절반을 계열사로 내려보내 현장 경영을 강화할 계획이다. CJ그룹 영업이익률은 2017년 7% 수준에서 최근에는 3%까지 떨어진 상태다. CJ 관계자는 “핵심 인력을 제외하고 직원 상당수가 계열사로 복귀하거나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롯데는 지난달 30일 비상경영을 공식화했다. 롯데는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롯데는 올해에만 4개의 백화점(인천점·대구영플라자·안양점·부평점)과 1개의 대형마트(덕진점), 그리고 1개의 아울렛(롯데팩토리아울렛 인천점)을 폐점했다. 자산도 일부 매각을 추진 중이다. 직영매장 일부를 임대매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은 “국내 및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있는 만큼 미래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계열사 대표 등 150여명을 앞에 두고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국내 대형마트 1위 신세계그룹도 지난달 정기인사를 통해 임원 11명을 한꺼번에 교체하면서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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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CJ본사 직원들이 우산을 들고 건물 밖으로 나오고 있다. CJ는 지주사 인력 절반을 현장으로 내려보내 현장 경영을 강화할 계획이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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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영 여파로 대형 설비 투자는 멈췄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최근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반도체 시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공급과 투자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내년도) 투자는 올해보다 상당 수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도 투자 축소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기업의 비상경영 선포는 올해 들어 두드러진 지정학적 위기에 더해 내년에는 환율과 유동성 위기가 커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경제 성장률 저조가 이어지는 등 지정학적 위기가 커지고 있다”며 “국내 기업도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기헌·문희철·김효성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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