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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분양가상한제 1주일… ‘강남 불패’ 못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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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값 20주 연속 상승… 시장 누를수록 ‘규제의 역설’

‘규제 제외ㆍ해제’ 과천ㆍ고양ㆍ부산 등 급등… 흑석동 호가 1억↑
한국일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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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발표에서 제외된 서울 동작구 흑석동은 최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나와 있던 매물이 일제히 자취를 감추며 집값이 뛰고 있다. 7구역 아크로리버하임의 최소 평형(전용 59㎡) 호가는 지난달 13억~14억원에서 14억원 후반까지 올랐다.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흑석동 근방 매물은 지금 씨가 말랐다”며 “정부 발표 당일엔 그나마 있던 급매물도 집주인이 거둬갔다”고 전했다.

정부가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서울 8개구 27개동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기로 한 뒤에도, 일주일 간 전국 주요지역 집값은 계속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값은 2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고,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비켜갔거나 규제 대상에서 풀린 지역은 오히려 집값이 더 급등하는 등 정부의 규제 약발이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감정원이 14일 발표한 이달 둘째주(11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9% 올라 20주 연속 상승세를 지속했다. 이번 통계는 정부의 상한제 적용지역 발표 이후 시장 움직임이 처음 반영된 것이다.

상한제 지정 동이 다수 포함된 강남 4구 집값은 기존 오름세에 큰 변화가 없었다. 강남구(0.13%) 서초구(0.14%) 강동구(0.11%)의 상승폭은 전주보다 소폭 커졌고, 송파구(0.14%)의 오름폭은 0.01%포인트 낮아졌지만 서초구와 더불어 서울에서 최대 상승률을 보였다. 강남권 외에 상한제 지정 동이 있는 영등포구(0.10%) 마포구(0.10%) 용산구(0.09%) 등도 서울 평균을 넘는 상승세를 보였다. 감정원 관계자는 “매물이 부족한 신축과 학군 및 입지가 양호한 선호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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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 적용 전ㆍ후 집값 상승률. 그래픽=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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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제 후보 지역이었지만 지정을 피한 곳에선 집값이 더 급등했다. 서울 양천구(0.11%) 동작구(0.11%)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고, 경기 과천시(0.97% 상승)는 지난주(0.51%)의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감정원 관계자는 “과천 원문ㆍ중앙동의 준공 5~10년차 아파트와 재건축 위주로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강력한 부동산 규제가 적용되는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지역의 아파트값도 기다렸다는 듯 급등했다. 특히 최근 보합 또는 하락세에 머물던 부산 해운대구(0.42%) 수영구(0.38%) 동래구(0.27%) 집값은 113주(2년2개월) 동안 하락했던 부산 전체 집값을 상승시켰다. 경기 고양시는 아파트값이 0.02% 올라 45주(약 11개월)만에 가격이 상승 전환했고, 남양주시도 0.05% 올라 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시장을 누를수록 더 튀어 오르는 ‘규제의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정부 규제로 아파트 공급이 크게 줄 것이란 불안 심리에, 규제를 피해 비규제 지역으로 눈을 돌리는 풍선효과까지 맞물렸기 때문이란 것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추가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서 매도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고 있어 (집값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불경기에 부동산값만 뛰긴 어려운데다 정부가 추가 규제 의지도 밝히고 있어 상승세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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