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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설] 검찰개혁 급하다고 ‘수사 독립성’까지 훼손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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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김오수(오른쪽에서 두 번째) 법무부 차관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의 당정 검찰개혁 추진상황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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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의 검찰 직접 수사 대폭 축소 방안 등이 논란이다. 법무부가 8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 직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에는 전국 검찰청 45개 직접 수사 부서 가운데 41곳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중요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 단계별로 보고토록 했다. 이 사안들은 대통령령인 ‘검찰청 사무기구 규정’을 개정하면 시행이 가능하다.

검찰 직접 수사 축소는 국회가 논의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연관돼 지향해야 할 큰 흐름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런 원칙 아래 조직을 정비해도 검경 등 전체 수사기관의 범죄 대응 역량이 지금보다 후퇴하면 안된다. 권력형 비리 등 반부패 수사의 일정 부분을 향후 공수처가 맡아도 전문성이 요구되는 기업ㆍ금융 비리 수사 역량은 검찰이 유지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또 조세, 금융, 특허, 산업기술 범죄 등을 전담하는 서울중앙ᆞ서울남부ᆞ대전ᆞ수원지검의 관련 부서는 즉시 폐지하기보다는 검찰개혁 관련법 처리를 봐가며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게 바람직하다.

중요 사건을 법무부 장관에게 단계별로 사전 보고토록 한 것은 더 문제다. 검찰청법은 법무부 장관을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 자리매김해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ㆍ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를 행사한 경우가 손에 꼽을 정도인 것은 공익을 대표하는 준사법기관으로서 검사의 독립 수사를 보장했기 때문이다. 물론 ‘사전 보고’ 의무화만으로 장관이 개별 수사를 일일이 지휘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그럴 의도가 아니라면 기존 검찰 규칙을 잘 활용하면 될 것을 굳이 ‘사전’이라 못 박아 논란을 키울 필요가 없다.

검찰이 민감하게 여길 이런 방안을 법무부가 사전 논의도 없이 대통령에게 직보해 사실상 확정된 것처럼 비치는 것도 문제다. 법무부의 청와대 보고 며칠 뒤에야 이 내용을 통보 받은 검찰은 이 안에 반대하며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이인삼각으로 애를 써도 모자랄 판에 법무부와 검찰이 검찰개혁을 두고 힘겨루기를 해서는 안 된다. 법무부와 검찰이 더 적극 소통하며 검찰개혁에 매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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