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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음벽에 충돌한 멧새, 움직이지 못하다가…” 연 800만마리 희생·격자무늬 시트지로 예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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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링’ 앱 통해 누구나 제보 가능…데이터 축적 동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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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경기 수원 영통과 동탄2지구에서 실시된 유리창 충돌 조류 조사에 참가한 국립생태원 연구진과 시민들이 투명방음벽 주변에서 조류 충돌 흔적을 찾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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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고 유리창에 설치된 조류 충돌 방지용 도트 필름. 생명다양성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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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경기 수원 영통과 동탄2지구에서 투명 방음벽 주변을 살펴보던 이들은 연달아 탄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 투명한 방음벽을 인식하지 못하고 날다가 부딪쳐 추락한 후 죽음에 이른 새들의 사체와 새들이 방음벽에 부딪친 흔적들이 숙련된 조사자가 아니어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곳곳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국립생태원이 시민들과 함께 실시한 이날 조사에 참여한 시민 허수안씨는 “조사 중 유리창에 충돌한 충격으로 움직이지 못하던 노랑턱멧새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날아가는 모습을 봤다”며 “많은 새들이 이렇게 죽어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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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경기 수원 영통과 동탄2지구에서 실시된 유리창 충돌 조류 조사에 참가한 국립생태원 연구진과 시민들이 이날 확인해 수거한 조류 폐사체들을 살펴보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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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경기 수원 영통과 동탄2지구에서 실시된 유리창 충돌 조류 조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투명방음벽 주변에서 조류 충돌 흔적을 찾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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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태원이 이날 전국의 많은 투명 방음벽 중에서도 이 지역을 선정해 시민들과 함께 조사에 나선 것은 해당 지역 방음벽 주변에서 지속적으로 많은 수의 조류 폐사체가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관찰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인 ‘네이처링’에도 이 지역 관찰 정보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날 조사에서는 모두 78마리의 조류 폐사체가 확인됐다. 약 5시간 동안 20여명이 3개 조로 나누어 살펴본 결과였다. 가장 많은 사체가 발견된 종은 멧비둘기로 11건, 박새가 4건, 진박새와 딱새, 호랑지빠귀가 각각 3건 등이었다. 이 밖에 오색딱따구리와 노랑턱멧새 등이 각각 2마리, 쑥새와 물까치 등의 사체가 각각 1마리씩 확인됐다. 조사에는 개인 참가자 7명과 중앙대 학생, 화성환경운동연합, 네이처링 관계자, 조류 충돌방지 필름을 만드는 업체인 한국썬팅필름협동조합 등이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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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경기 수원 영통, 동탄2지구에서 국립생태원 연구진과 시민들이 확인한 조류 폐사체들. 유리창, 투명 방음벽 등에 충돌해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왼쪽부터 박새, 흰배멧새, 멋쟁이새. 국립생태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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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조사 결과를 포함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수집한 조류 폐사 정보는 네이처링의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 카테고리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국립생태원이 지난해 7월 네이처링에 개설한 이 카테고리에는 14일 현재 모두 546명이 관찰한 6433건의 조류 충돌 관찰 기록이 올라와 있다. 폐사한 조류를 관찰한 사람은 누구나 이 앱을 통해 조류 폐사 사진과 위치 정보 등을 올리고 공유할 수 있다. 소수의 연구자들만으로는 모으기 힘든 전국의 조류 폐사 데이터가 시민과학을 통해 축적되고 있는 것이다. 국립생태원은 국내에서 유리창과 투명 방음벽에 충돌해 폐사하는 조류가 연간 800만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미국의 경우 연간 3억5000만마리에서 9억9000만마리, 캐나다에서는 연간 2500만마리가 충돌로 희생당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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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모솔새, 박새(세번째 사진), 오색딱따구리. 국립생태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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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조류 유리창 충돌의 심각성이 인식되고, 충돌방지용 필름이나 시트지 등을 유리창에 붙이는 것만으로도 충돌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새들의 유리창 충돌을 줄이기 위한 활동에 동참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학생들은 조류 충돌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던 유리창에 격자무늬 시트지를 붙이는 방식으로 사고 예방활동에 동참했다. 이 학교 생태학동아리 ‘잡다’가 중심이 된 학생들은 좁은 틈을 통과하려는 새들의 습성을 고려해 세로 5㎝, 가로 10㎝ 크기의 격자무늬로 시트지를 자르고 유리창에 붙였다. 학생들은 66개에 달하는 유리에 붙일 시트지를 자르는 데에만 26시간이 걸렸다고 소개했다.

국립생태원 최단비 전문위원은 “아직도 수많은 새들이 유리에 부딪쳐 죽어가는 현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며 “이제 막 사회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야생조류의 유리창 충돌 문제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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