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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람人]이철희, 386세대 향한 '비움의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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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공천' 집어 던지고 '흙속의 진주' 찾아야

불출마 선언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아시아경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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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부애리 기자] "최악이라는 제20대 국회를 '물갈이'하면 정치가 좋아질까."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55ㆍ사진)은 지난 7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선거판의 상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은 '판갈이론(論)'이다. 인물은 물론이고 제도와 구조 등 한국 정치의 토양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실질적인 변화 발전이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정치인 이철희는 주목받던 인물이다. 그의 강점은 유연함이다. 정파에 치우지지 않는 주장을 곧잘 펼쳤다. jtbc '썰전' 출연 당시 대중의 인기를 끌었던 이유다. 그가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택하자 아쉽다는 반응이 뒤따랐다. 현실 정치에 더 남아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사실 이 의원은 '좋은 자리'에 대한 제안을 받았지만 스스로 '떠남'을 선택한 경우다.


이 의원은 "저에게 지역구를 물려주겠다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 아주 괜찮은 지역구"라며 "마음은 고맙지만 자발적으로 내려놓는 게 쌓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1대 총선은 누가 더 많이 내려놓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무엇을 반대하는 '반(反) 프레임'은 파괴력에 한계를 보일 것이란 얘기다.


이 의원은 "네거티브 게임이 아니라 포지티브 게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상대에게 양보하는 세력이 국민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란 주장이다. 자신과 비슷한 시기 대학에 다녔던 이들, 사회에 나가 동시대를 함께 살아왔던 선ㆍ후배들을 향해 고언(苦言)을 전한 것도 이 때문일까.


이 의원은 "저도 386세대이지만 이제는 우리가 어딘가를 채울 때가 아니라 비워줄 때"라고 말했다. 1980년대 대학 학생운동을 이끌던 이들, 1990년대부터 여의도 정가와 인연을 맺은 후 정치권의 주축으로 떠오르는 그들. 현재 민주당 다선 의원 중에서도 386세대가 적지 않다. 이 의원은 왜 그들의 '떠남'을 권유한 것일까.


"우리는(386세대는) 학생운동을 할 때는 운동한다고 박수받았다. 졸업하자마자 바로 취직했다. 고도 성장기에 직장을 다닌 관계로 월급도 많이 올라갔다. 다른 세대보다 다복하게 오래 누린 세대 아니냐. 그러면 이제 비켜줘야 한다."


이 의원 주장은 특정 세대에 대한 퇴출론과는 결이 다르다. 그는 "떠나야할 때를 알고 떠나는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며 "새로운 세대가 들어오도록 길을 터주는 역할을 부여하며 정리해야지 퇴출론으로 가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 의원은 "386세대 일부는 (정치권에) 남아서 더 성장할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채울 때가 아니라 비워줄 때"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 의원의 주장은 민주당 내에서 '메아리'로 이어질까. 그는 자신과 표창원 의원처럼 총선 불출마를 선택하는 의원이 더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이 의원은 "자발적으로 불출마를 선택할 의원이 15~20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움은 자연스럽게 채움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 의원이 생각하는 채움의 대상은 누구일까. 이 의원은 "젊게 가자, 새로운 발상과 열정을 지닌 젊은 세대로 해보자"면서 "사회ㆍ경제적인 약자인 20대(젊은 세대)가 진입하면 정치 의사 결정 과정에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의원은 "출세하고 성공한 사람들을 찾는 '스펙공천'은 헛된 신화이니까 집어 던지자"고 일갈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에서 손꼽히는 전략통이다. 그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을 역임했고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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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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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를 바라보는 고정 관념을 깨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의원은 "개인적으로 '떴다방' 공천심사위원회를 만들어 여론조사로 공천하는 그런 짓은 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인물, 이른바 '성공한 인물' 대신에 흙 속의 진주를 찾아낼 수 있을까. 익숙함을 버리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공심위상(攻心爲上) 공성위하(攻城爲下)'라는 말이 있는데 사람의 마음을 공략하는 게 최고의 병법이다. 감동은 이벤트로 접근하면 안 된다."


이 의원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인위적으로 물러나게 하는 행동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등 민주당의 '인물 자산'을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회고적 투표가 아니라 전망적 투표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 총리를 비롯한 차기 대선주자에게 이번 총선의 역할을 줘야 한다."


이 의원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까. 내년 4월 21대 총선 특별방송을 준비하는 여러 방송사들이 이 의원을 섭외하고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공직은 안할지 모르지만 공인으로서의 역할은 할 것이다. 방송과 강연 등을 통해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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