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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최장 총리 7일 앞둔 아베 악재 "8년 집권 부조리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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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새 만의 핵심 각료 2명 사임에 이어

내년 시행 예정이던 영어 시험도 좌초

야당의원에 "공산당","니가~"발언이어

'벚꽃 보는 모임'스캔들에 코너에 몰려

논란 커지자 "내년 행사는 중지"결정

'장기 정권 폐해'에도 지지율은 유지중

"국민들이 아베 이외의 정권 인식 못해"

일본 역대 최장 총리 등극을 불과 일주일 앞둔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가 연이은 스캔들로 신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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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7월 22일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자를 지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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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에선 “1차 아베내각(2006년 9월~2007년 9월)까지 합쳐 8년 장기 집권 동안 쌓여온 폐해, 정권 말기적인 부조리들이 소나기처럼 터져 나온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중순 개각 때 임명됐던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경제산업상과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법상이 한달 여 만인 지난 10월 25일과 31일 엿새 간격으로 낙마했다.

스가와라는 지역구 유권자에 대한 금품 살포 의혹, 가와이는 참의원 의원인 부인의 선거 자금 관련 의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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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일본 법상(법무부 장관에 해당)이 지난달 31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진은 가와이 법상이 개각으로 입각한 첫날인 2019년 9월 11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오른쪽)과 그의 부인 가와이 안리(河井案里) 씨가 2019년 7월 22일 참의원 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된 후 지역구인 일본 히로시마(廣島)에서 인사하는 모습(왼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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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자금때문에 1주일도 안 돼 두 명의 핵심 각료가 사퇴했다면 내각이 총사퇴해야 한다”는 비판이 야당에서 터져나왔지만 아베 총리는 “마음을 다잡고 국정에 매진하겠다”고 일축했다.

아베 총리의 최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문부과학상의 부적절한 발언 때문에 당초 내년 도입 예정이던 대학입시용 민간 영어시험 정책이 지난 1일 갑자기 보류된 것도 정권엔 큰 상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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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문부과학상.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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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질이 모자라는 측근들에게 각료 자리를 무리하게 배려하려는 욕심이 빚은 불상사들이었다.

다음 소란은 아베 총리 자신이 일으켰다.

6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자신의 학원 스캔들을 추궁하는 야당 의원을 향해 아베 총리는 앉은 자리에서 "(의혹관련 문건을)네가 만든 것 아니냐"고 외쳤다.

야당과 언론이 비판으로 들끓었지만 아베 총리는 이틀 뒤인 8일 참의원 예산위에서 또 사고를 쳤다. 질의중인 제1야당 입헌민주당 소속 의원을 향해 역시 자신의 자리에 앉은 채로 “공산당~”이라고 외쳤다.

연이어 나온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 “총리에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란 비판이 쇄도했다.

아베 총리의 ‘이상 행동’에 이어 터진 것이 총리 주재로 매년 4월 열리는 ‘벚꽃을 함께 보는 모임’관련 의혹이었다.

일본 정부가 ‘각 분야에서 공적이나 공로가 있는 사람’을 초청해 개최하는 이 모임은 1952년에 시작됐다.

하지만 제2차 아베내각 초기였던 2014년 1만3700명이던 초청대상이 2019년엔 1만8200명으로 불어났고, 관련 예산도 1776만엔(2014년)에서 5518만엔(2019년)으로 늘었다.

여기에 아베 총리의 지역구 후원회 관계자들이 대거 초청을 받았고, 각료들이나 자민당내 고위 당직자들을 위한 지역구 할당분이 있었다는 주장이 터져나오면서 ‘총리가 세금을 사적으로 썼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3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초청자나 예산 등 행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가지 검토를 할 예정"이라며 "내년도 행사는 일단 중지하겠다"고 물러섰다.

아베 총리는 오는 20일 가쓰라 다로 전 총리(2886일)를 제치고 일본 헌정사상 최장 총리에 등극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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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7월 22일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은 뒤 웃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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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광의 순간 직전에 각종 악재들이 물밀 듯 터져나오는 셈이다.

하지만 9~10일 실시된 TV아사히의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이 지난달 20일 조사(45.4%)때와 비슷한 44.4%를 기록하는 등 지지율에서의 눈에 띄는 하락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와 관련, TV아사히의 메인뉴스 ‘보도스테이션’의 해설자인 저널리스트 고토 겐지(後藤謙次)는 “아베 총리를 대신할 만한 자민당내 유력 차기 후보가 없고, 야당도 자신들이 집권할 경우의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국민들이 ‘아베 다음의 정권’을 잘 떠올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아베 총리를 바꿔 혼란을 부르는 것 보다 현상유지가 낫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고도 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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