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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잡는 개 소리, ‘층견소음’…“미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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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8일, 밤 10시 무렵.

울산 남구의 한 작은 아파트에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개 소음을 견디다 못한 40대 남성 A 씨가 견주가 사는 이웃집에 쳐들어간 겁니다.

현관문을 걷어차며 욕설을 내뱉던 A 씨. 제지하던 견주는 멱살이 잡혔고, 그의 어머니는 A 씨의 주먹에 얼굴을 맞았습니다.

A 씨는 상해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았고, 유죄 선고가 났습니다.

험한 꼴을 당하는 건 개 주인만이 아닙니다.

지난 4월 인천에서는 개 소음을 항의하던 이웃 주민이 견주에게 폭행을 당했습니다.

"개가 너무 짖으니까 조용히 좀 시켜라"라고 한 건데 개 주인이 옆에 있던 소형 철제 난로(길이 50cm)를 집어 들어 이웃 주민의 정수리를 내려친 겁니다.

■ 때리고 맞고, 불 지르기까지…멱살 잡는 동물 소음

지난해 2월 서울 강동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는 이웃이 기르는 고양이 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그 집 유리를 깬 뒤 이불을 집어넣고 불을 붙인 60대가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해외에선 반려동물 소음 때문에 이웃 주민이 실제로 총에 맞아 죽은 경우도 있습니다.

[연관 기사] 호주, 반려견 소음 둘러싼 이웃 갈등…총격 사망 (2019.6.25)

때리고 맞고, 불 지르고 사람이 죽는 등 동물 때문에 이웃이 원수가 되는 사례가 부지기수입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천만 명을 넘어 1,500만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 나라.

인구밀도가 높아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 거주비율 76.4%(2018년)로 페티켓(Pet + Etiquette)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 76%가 공동주택에 사는데…1,500만 바라보는 반려인구

보시다시피 동물 소음 문제는 개물림 사고 못지 않은 심각한 이웃 갈등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층간소음에 개 견(犬)자를 덧댄 '층견소음'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입니다.

서울시가 25개 구로부터 집계한 반려동물 소음 민원은 2015년 1,377건, 2016년 1,503건, 2017년 1,731건, 2018년 1,617건으로 증가추세입니다.

그렇다면 동물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일까요?

이웃집 층견소음에 시달리고 있다는 충남 당진의 30대 직장인 여성, 권 모 씨.



"새벽 마다 개가 짖어대는 통에 몇 달째 잠을 푹 자본 적이 없다"라고 토로합니다. 직장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괴로운데, 보복을 당할까 무서워 대놓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 청소기보다 심한데…'소음' 규정에 동물은 예외?

일본 도쿄도 환경국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료를 보면 개 짖는 소음은 청소기(60~76dB)나 피아노(80~90dB)보다 큰 90~100데시벨(dB)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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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으로 표시한 첫번째 줄의 ‘청소기’나 두 번째 줄 ‘피아노 소리’보다 개 짖는 소리(빨간색 네모)가 더 심함을 알 수 있다.(일본 도쿄도 환경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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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실내에서 주로 키우는 소형견은 대형견에 비해 소리는 작지만 음역대가 높아 더 시끄럽다고도 합니다.

문제는 현행법상 동물 소음을 규제할 마땅한 근거가 아직 없다는 겁니다.

'소음 진동관리법'은 소음을 '사람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강한 소리'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동물 소음은 소음법상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죠. 층간소음의 경우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가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런 기준에 따라 층견소음은 조정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규정에 없다보니 민원을 접수하는 지자체 공무원들도 난감하다고 합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층간소음과 달리 마땅한 규정이 없고 법령에 나와있지 않는 부분이다보니 규제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 서울시에서 '동물갈등조정관 제도'가 실시됐지만 8개월만에 운영이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선진국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요?

한국법제연구원의 '애완견관리에 관한 법적문제'를 보면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개 소유주가 주간에 시간당 15분 이상씩 개 짖는 소리가 나는 것을 방치할 경우 지속적인 소음으로 보고, 1년에 3번 이상 개 소음으로 벌금을 낼 경우 개에 대한 소유권을 박탈한다고 합니다.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도 벌금 규정이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견주 책임을 강화하는 것인데, 제도 도입도 필요하겠지만 당장 동물 소음에 시달리고 있는 이웃 입장에서는 어떤 선택지가 있을까요.

■ 층견소음에 고통받고 있는 당신을 위한 선택지

아파트에 살고 있다면 공동주택 관리규약에 근거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지자체마다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이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정해 단지별 관리규약을 규율하고 있는데, 법상 규정이 없는 동물 소음을 층간소음에 포함시켜 뒀습니다.

살고 계신 아파트의 관리규약을 확인 후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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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현재 서울시 공동주택 관리규약준칙. 생활소음 내용 중에 동물 소음 내용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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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곳이 아파트가 아니라면,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민법 759조는 동물 점유자의 책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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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는 민법 759조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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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2005년 서울고등법원 민사 22부는 전원주택에 거주하는 50대 여성이 "이웃집 개들이 짖어대는 소리로 몸에 이상이 생겼다"며 견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피고는 원고에게 병원 치료비와 위자료 등 147만여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지난 6월에는 충북 충주에서 반려동물 무료 법률상담센터가 개소했는데 이곳에서 자문을 받는 것도 방법입니다. 센터장을 맡은 이진홍 건국대 법학 교수는 "현행법상 소음 규제가 미비하지만 대안으로 층간소음을 기준으로 데시벨을 측정해 피해 사항을 민법상으로 주장하는 방법이 있다"라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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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성 기자 (byu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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