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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 2년… '인재'라는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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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 2년… 그 곳은 지금/ 피해 아파트 안전등급 갈등 여전/ 일부 이재민들 체육관 텐트생활/ “아직 가슴 두근” 트라우마 호소/ “인재” 드러났는데 정부 사과없어/ 특별법도 지지부진… 시민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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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를 가도 걱정, 안 가도 걱정,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2017년 11월15일 규모 5.4의 지진 발생 이후 2년이 돼 가는 12일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이재민 홍모(82) 할머니는 “포항시가 마련해 준다는 임대주택으로 가려니 2년 후에는 집을 비워줘야 하고 오랫동안 살았던 흥해를 떠나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홍 할머니는 “지난 2년간을 체육관에서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다”며 “지금도 지진 이야기만 나오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초기엔 800명이 넘는 이재민이 흥해실내체육관에 대피했으나 대부분 새집이나 임시주거지로 떠나고 이젠 한미장관맨션 주민들만 남아 생활하고 있다. 현재 90가구 205명의 이재민이 등록돼 있다. 이들이 지금까지 이곳에 머무는 것은 지진 피해등급을 둘러싼 포항시와 마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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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들이 2년째 임시 생활하고 있는 포항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에 설치된 텐트들. 현재 205명의 이재민이 이곳에 등록돼 있다.


포항시는 한미장관맨션에 대해 시설물 안전등급을 C등급으로 판정했다. 약간 수리가 필요한 정도여서 사용할 수 있는 등급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2개 동은 D등급, 2개 동은 E등급으로 긴급 보수가 필요하거나 사용을 금지해야 하는 등급이라고 주장하며 포항시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C등급에 해당하는 ‘소규모 파손’ 판정을 받으면 재난지원금 100만원이 전부지만, 전파 판정을 받으면 재난지원금 900만원과 대체 주거지 등을 받는다.

시는 소송과 별개로 임시구호소에 등록한 이재민을 양덕동에 있는 LH 임대주택으로 이주시키기로 하고 신청을 받았다. 현재까지 등록 주민 중 62가구가 신청했다. 30여가구는 이주를 포기하고 체육관에 잔류키로 하면서 지진 발생 후 세 번째 겨울을 체육관에서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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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은 이들 체육관 이재민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진 발생 2년을 맞았지만 포항시민의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다. 시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지지부진한 지진 관련 특별법 제정이다. 지진이 진앙 인근 지열발전에 따른 인재란 정부 연구결과가 나왔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것에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정부나 관련 기관이 공식 사과한 적은 없다.

시민들은 지진이 인재로 드러난 만큼 피해를 구제하고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시민단체들이 국가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결과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 집단손해배상 소송 사례를 비춰보면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폭넓게 피해자를 구제하고 진상을 규명해 지열발전소 폐쇄 및 사후관리 방안을 마련하려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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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역 시민단체 회원과 재경향우회원 등 1000여명이 지난 6월 3일 국회 앞에서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포항시민대책위원회 제공


정치권에서는 올해 정부조사연구단 발표 이후 포항지진 특별법안 5건을 잇달아 발의했다. 5개 특별법안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됐지만 여야 대립과 이견으로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내년 4월 21대 국회의원 선거 전까지 산자위와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법안은 폐기된다.

한편 경북도는 이날 포항 지진으로 멸실·파손된 주택을 건축하거나 개수, 대체 취득하는 경우 주택 취득세 면제기간을 2022년 11월까지 3년간 연장한다고 밝혔다. 취득세 면제는 2017년 11월 15일부터 이달 14일로 종료될 예정이었는데 지진으로 파손된 공동주택 483가구에 대한 보상협의가 진행 중이어서 면제기간을 연장하게 됐다고 도는 설명했다.

포항=글·사진 장영태 기자 3678j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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