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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평범한 나의 셋방]5평에 부엌·욕실·침실까지 꾸역꾸역…이게 최선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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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 청년들이 다시 쓰는 최저주거기준

경향신문

1~5평 거주자들이 꿈꾸는 집의 모습을 포스트잇에 담았다. 청년들은 평범한 일상을 로망으로 꼽았다.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정리해 집 모양으로 만들었다.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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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방이 아니라 집이잖아요. 집은 밥도 해먹고, 씻기도 하고, 발 뻗고 잘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대학생 김지수씨(20)가 사는 원룸은 부엌과 화장실이 마주 보는 구조다. 밥 먹는 공간과 씻는 공간 사이 신발장을 뒀다. 냉장고는 부엌이 아닌 침실에 있다. 행거·침대 옆에 나란히 놓였다. 김씨가 누으면 발이 침대 밖으로 튀어나온다. 김씨가 사는 집은 4평(13.26㎡). 최저주거기준의 1인 가구 기준 총주거면적 4.24평(14㎡)과 거의 같다. 김씨는 ‘사람답게 살 만한 집’은 아니라고 말한다. “5평도 안되는 공간에 주방, 욕실, 침실이 다 같이 있는 건 말도 안돼요.”

■ 사람답게 살기엔 부족한 ‘5평’

“5평도 사람답게 살기엔 좁아”

1~5평 청년들 원하는 최저 면적

“화장실 등 분리된 8평 이상” 응답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면서 대학생과 청년은 5평(16㎡)형에만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한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 논쟁은 또 다른 질문을 남겼다. 한국의 최저주거기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대비 면적이 좁다. 방의 면적과 구성, 방음·환기 등 질적 요소를 규정하는 기준도 촘촘하지 않다. 2011년 마지막으로 개정된 최저주거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막상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에 사는 이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집’은 어떤 모습일까. 경향신문이 만난 1~5평에 사는 청년들은 ‘다시 쓰는 최저주거기준’에 바라는 점을 묻자 하나같이 면적 규정이 ‘부족하다’고 했다.

필수 생활공간부터 확보할 수 없었다. 부엌, 침실, 화장실은 5평 이하 면적에 꾸역꾸역 들어간다. 대신 ‘이상한 구조’다. 5평 반지하 원룸에 사는 권용석씨(27)는 모든 공간이 구분 없이 섞여 있는 게 답답했다. 부엌과 침실공간을 분리하려 파티션을 설치했다. “아침에 (침대에서) 눈떴을 때 싱크대가 보이는 게 짜증나더라고요.”

국토교통부가 주거기본법에 공시한 최저주거기준은 최소면적과 방 개수, 화장실 등 필수설비를 규정한다. 1인 가구의 경우 침실, 화장실, 부엌으로 나눠 최소면적을 상정한 뒤 합산해 총주거면적 14㎡란 기준을 마련했다. 방별로 필요 면적을 따로 규정하진 않았다. 방 개수는 용도별로 거실 겸용 침실 1개, 부엌 1개를 갖추도록 규정한다. 2인 가구 이상은 ‘식사실 겸 부엌’을 포함하도록 되어 있지만, 1인 가구는 식사실 규정이 따로 없다.

1~5평 거주자들은 ‘적당한 최저주거기준 면적’을 “8평 이상”이라고 답했다. 밥 먹는 공간, 자는 공간, 씻는 공간을 분리해 제대로 갖추고 사람답게 생활할 수 있는 최소면적이다. 권씨는 “주방과 화장실을 제외한 생활공간이 5평으로 보장된다면 그렇게 좁거나 답답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5평 원룸에도 살아봤다는 2평 거주자 고근형씨(22)는 “5평도 좁다”고 했다. 고씨는 “청년 1인 가구 평균 주거면적 수준인 8평 정도는 1인 가구 최소주거기준으로 보장해줘야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2018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가구 1인당 평균 주거면적은 8.25평(27.3㎡)이다. 일반가구 1인당 평균 주거면적은 9.58평(31.7㎡)이다.

■ 환경과 면적 중 택하라는 최저주거기준

권씨 집은 오후 3시에도 저녁 같다. 조명을 끄면 오후 7시 같다. 반지하 원룸 창문은 1층을 향하는 복도 통로 쪽으로 나 있다. 볕이 들긴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권씨가 말했다. “지금은 잠에서 깨면 아침인지 저녁인지 알 수가 없어요. 최소한의 일조권은 보장됐으면 해요.” 1평 고시원에 사는 박영수씨(21·가명)도 “본가에 살 땐 몰랐는데 방에 볕이 잘 드는 게 정말 중요하단 걸 느낀다. 햇빛이 잘 안 드니 무기력해진다”고 했다.

이들은 최저주거기준에 채광과 환기, 방음과 냉난방 같은 ‘질적 요소’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한다. 고씨는 아침에 찬물이 나올까 걱정한다. 고시원 물탱크가 작은 탓에 날씨가 추워지면 온수가 끊기기도 한다. 김씨는 ‘환기’가 문제다. 습기제거제를 잔뜩 쟁여뒀다. 창문이 있지만 빨래가 잘 마르지 않고 사계절 내내 습하다. 김씨는 서랍장 밑에 습기제거제를 네 통씩 두고 두 달마다 새로 교체한다.

최저주거기준 4조는 주거의 질과 관련된 주택의 구조나 성능, 환경요인을 규정한다. 정량적 측정이 가능한 최소면적, 방 개수 규정과 달리 추상적인 기준이다. ‘적절한 방음·환기·채광 및 난방설비를 갖추어야 한다’ ‘소음·진동·악취 및 대기오염 등 환경요소가 법적 기준에 적합해야 한다’는 식이다.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를 판단할 때 질적 요소를 반영하기 어렵다.

같은 5평도 채광·환기·방음 등

질적 요소에 따라 삶의 질 달라

반비례하는 면적과 환경 두고

청년들, 양자택일 강요받기도


청년들의 선택지는 줄어든다. 같은 5평이라도 난방·방음·환기 등 요소에 따라 다른 집이 된다. 삶의 질도 달라진다. 면적과 환경을 두고 양자택일을 강요받기도 한다. 1평 박씨는 냉난방을 택하면서 면적을 포기했다. 박씨는 “고시원은 어느 방이 낫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방이 좀 넓으면 냉난방이 안되고, 냉난방이 잘되면 방이 좁다”고 했다.

4평 김씨의 선택지도 충분하지 않다. ‘넓고 오래된 집’과 ‘좁고 깨끗한 새집’ 사이에서 골치가 아팠다. 재학 중인 대학교와 가까운 집들은 대체로 넓지만 낡았다. 너덜너덜한 갈색 장판에, 나무로 된 방문에 곰팡이가 퍼졌다. 김씨는 “그나마 신축이라 깨끗한” 4평 원룸을 택했다. 학교와 거리가 멀고 언덕길에 위치한 집이다. 고민 끝에 고른 집이지만, 불필요한 옵션 가구가 많아 더 좁게 느껴진다.

높아진 생활 수준을 반영해 최저주거기준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2평 고씨는 환기·온수뿐 아니라 “와이파이도 최저주거기준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기생충>의 등장인물이 와이파이를 잡으려 집 구석을 돌아다니는 장면을 떠올리며 “통신도 기본권”이라고 했다. 4평 김씨는 ‘보안’을 필수 요소로 꼽았다. 김씨는 집을 구할 때 가격이 높아도 폐쇄회로(CC)TV와 건물 입구에 보안장치가 있는 곳을 골랐다. “늦은 밤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리면 무서워요. 월세로 사니까 문에 안전 잠금장치를 달 수가 없거든요. 항상 마음 졸여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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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시원에 붙은 경고 문구. 독자 제공


■ 사람이 사는 ‘집 아닌 집’

비주택으로 분류되는 고시원

최저주거기준 적용 대상 안돼

“열악한 주거 환경 청년들 방치

정부, 양질의 공공주택 늘려야”


“네 군데 벽이 있고 지붕이 있다고 해서 다 집은 아니잖아요.” 권씨는 고시원 같은 공간에도 최저주거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1~5평 거주자들은 현행 최저주거기준에서 제외된 1인 가구를 적용 대상에 포함하고 행정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주거기준 면적 상향 등 개정도 중요하지만,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가구가 있으면 실효성이 떨어진다. 최저주거기준은 주거기본법에 근거하지만 고시원, 쪽방 등은 주택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사람이 사는 공간인데도 ‘비주택’이다. 주거 질이 하향평준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정부의 공식 ‘최저주거기준 미달률’은 줄었지만 ‘비주택’ 거주자는 늘었다. 국토부 주거실태조사에서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은 2006년 16.6%에서 2018년 5.7%로 낮아졌다. 반면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센서스)에 따르면 ‘비주택’ 가구수는 2005년 5만7066가구에서 2010년 12만9058가구로 늘었다. 2015년에는 39만3792가구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주거 질이 나아졌다기보다 정부 기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1~5평 거주자들은 정부가 ‘비주택’이란 이유로 열악한 주거환경에 내몰리는 청년을 방치한다고 지적했다. 최저주거기준에 예외를 둬 하한선을 없앤 것과 마찬가지란 것이다. 최저주거기준을 어겨도 불이익을 받진 않는다. 박씨는 “고시원 같은 시설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조건들을 만들고 아무도 제재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돈이 없는 사람들은 좁고 힘들더라도 싼 방을 찾아 헤매고, 수요가 있으니 고시원이 유지되는 현실을 정부가 방치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양질의 공공주택을 늘려 ‘불량주택’을 도태시키고, 미달 가구에 단속이나 지원 등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박씨는 “정부 차원에서 주거시설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정하고, 필요하다면 원래 있던 고시원 등 미달 가구를 고쳐 쓰거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평 권씨도 “고시원은 장기거주를 전제로 하는 공간이 아닌데도 사람이 장기로 살고 있다”며 “불법·탈법으로 만들어진 고시원, 대학가 원룸은 기준에 못 미치면 재건축하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 ‘슬픈 논쟁’을 넘어

괜찮은 5평 찾기, 하늘의 별 따기

청년주택 입주 경쟁률 286 : 1

5평 논쟁 무색한 ‘슬픈 현실’

“1평보다 삶의 질 나아지겠지만

5평이 기준 될 이유 없잖아요”


“지금 우리의 기준은 어쩔 수 없이 5평이 돼버린 상태 같아요.” 박씨는 서울시 5평 역세권 주택 논쟁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너무 많은 청년들이 열악한 주거환경에 내몰리다 보니 ‘사람답게 살기 위한 공간으로 5평이면 충분한가’란 질문에 입장이 갈렸다고 생각해요.” 1~5평 거주자들은 이를 ‘슬픈 논쟁’이라고 표현했다.

‘슬픈 논쟁’ 뒤엔 ‘슬픈 현실’이 있다. 괜찮은 5평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된 게 청년 주거의 현주소다. 5평이란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데 동의하지만, 정부의 ‘시혜’에 기대지 않으면 5평 이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할지 모른다는 불안도 뒤따른다. 3평 원룸에 사는 조씨는 “만약 내게 5평 역세권 주택이 주어진다면 감사하게 들어갈 것”이라면서도 “그런 기회가 주어져야만 5평에 갈 수 있는 현실이 슬프다”고 말했다. ‘본인이 생각하는 계층’을 묻자 조씨는 망설임 없이 “하”라고 답했다.

청년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좁은 문에 ‘조금 더 나아질’ 미래를 건다. 지난 9월 서울 충정로에서 입주자 모집을 시작한 역세권 청년주택의 경쟁률은 논쟁이 무색할 정도로 높았다. 공공임대주택 최고 경쟁률은 285.9 대 1에 달했다.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대학생은 4.84평(16㎡), 청년은 5.14평(17㎡)형이 제공된다.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30% 수준으로 저렴해 인기가 높았지만, 청년에게 제공되는 물량은 전체 499가구 중 10%가 되지 않았다.

한국 사회가 청년에게 제공할 수 있는 면적은 5평이 최선일까. 누군가는 ‘청년기 잠깐 거쳐가는 공간으로 5평 정도는 괜찮지 않냐’ ‘모두 다 힘든 세상, 젊었을 때 한번씩 있을 법한 일’이라고 말한다. 청년들은 ‘슬픈 현실’이 당연하게 여겨져선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청년기에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구조는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5평에 들어가 산다면 삶의 질이 더 나아지겠죠.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지금 제가 언덕길을 올라가야 하는 1평 고시원에 살고 있어 그런 거지, 5평이 기준이 되어야 할 이유는 없잖아요.” 박씨가 말했다. “젊었을 때 고생하면 나중에 더 잘살 수 있다고 하던 시대는 지났잖아요. 지금 한국 사회는 과거에 비해 훨씬 나은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봐요.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바꿔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좋겠어요.”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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