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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어린이집·병원 사이 폐가 붕괴되는데…"구청 1년째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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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구 온종합병원 "어린이집과 맞닿은 폐가 붕괴 직전"

폐가에 담배꽁초, 쓰레기 쌓여 있어 화재 위험까지

부산진구청, 폐가 안전 문제 알고도 1년 가까이 사실상 방치

부산CBS 강민정 기자

노컷뉴스

부산 부산진구 온종합병원, 어린이집과 맞닿아 있는 폐가가 기울어져 붕괴 직전에 놓였지만, 방치돼 있는 상황. (사진=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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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대형병원과 어린이집 사이에 놓인 폐가가 화재 등 안전사고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채 수년째 방치돼 있다. 관할 구청은 이를 알고도 사실상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당감동의 온종합병원과 온재활요양병원 사이 골목길에 위치한 폐가.

폐가의 담벼락은 곧 붕괴할 듯 병원 건물 쪽으로 위태위태하게 기울어져 있고, 폐가 내에는 담배꽁초, 목재, 날카로운 캡 뚜껑과 깨진 장독대 등 온갖 쓰레기가 한가득 쌓여 있었다.

폐가 앞 골목길은 하루에도 수백 명의 사람이 다니며, 흡연가들이 담배를 피우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고령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요양병원은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 발생으로 병원에 심각한 피해를 줄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병원 한 관계자는 "요양병원 환자들은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라면서 "병원과 바로 붙어 있는 폐가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그 결과는 끔찍하다"고 말했다.

특히 문제의 폐가는 병원 부속기관인 어린이집과도 맞닿아 있다.

날카로운 폐기물이 널브러져 있는 폐가 담벼락은 언제 쓰러질지 몰라 어린이집 원생은 물론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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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부산진구 온종합병원, 어린이집과 맞닿아 있는 폐가가 기울어져 붕괴 직전에 놓여있는 데다, 쓰레기가 쌓여 방치된 상황. (사진= 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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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아이들이 골목길을 이용하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지만, 폐가에 쌓인 음식물로 고양이들이 들끓고 악취도 심하다"면서 "행인들이 무심코 담배꽁초를 던지고 가는 경우가 잦아 화재가 발생하면 바로 옆에 있는 우리 어린이집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인근 주민들도 관할 구청에 전화·전자 민원을 여러 차례 제기했지만, 부산진구청은 사실상 1년 가까이 이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

부산진구청은 민원이 발생한 뒤 지난 1월~4월 사이 폐가 소유주에게 '청결이행명령' 공문을 발송하고, 과태료를 한 차례 부과했을 뿐이다.

과태료를 부과한 지 10개월이 지나도록 납부되지 않고 있지만, 구청은 추가 과태료 부과나 체납에 따른 재산 압류 등의 후속 절차는 전혀 밟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가 시작되자 부산진구청은 부랴부랴 손으로 금방 뜯어낼 수 있는 출입 통제 라인을 폐가에 설치했다. 관련 부서 담당자들은 여전히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산진구청 한 관계자는 "폐가가 무허가 건물이라 사실 주무 부서는 우리 부서가 아니고, 건축행정계"라면서 "폐기물이 쌓여있는 것은 청소행정과가 붕괴 등 안전 문제는 안전지원과가 주관 부서여서 서로 다른 부서 일을 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또 다른 진구청 관계자는 "건축법 35조에 따라 건축물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가 건축물을 유지해야 하고, 구청에서 기울어진 담벼락 등을 강제 철거 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면서 "하지만 안전사고 위험이 있는 만큼 폐가 주변을 울타리나 합판 등을 쳐 출입을 제한하고, 연락이 닿지 않는 소유주를 어서 찾아보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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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 응급실 바로 옆 금이 쩍쩍 가 있는 무허가 건물이 방치돼 있는 모습. (사진=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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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온종합병원 관계자는 "단순히 울타리를 치고 출입을 제한하는 것으로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면서 "사람들이 폐가로 들어가지 못해도 얼마든지 담배꽁초를 던질 수 있고, 붕괴 직전의 폐가 건물에 울타리를 친다고 무너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또 "뿐만 아니라 병원 응급실 바로 옆에는 금이 쩍쩍 가 있는 무허가 공가도 있지만, 부산진구청은 이 역시도 방치하고 있다"면서 "지난 태풍 '타파' 때 부산진구의 한 단독 주택이 무너져 70대 여성이 사망하기도 했다. 병원 옆 공가에 드나드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공가 바로 앞 통행로에 수많은 환자와 주민들이 다니고 있어 철거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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