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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김현미·유은혜 실책 릴레이, 강남8학군 전세 2억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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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새 전세 호가(呼價)가 2억원 치솟았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84㎡ 전셋값이 지난달 14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금주 들어선 호가가 15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지난 7~8월만 해도 12억~13억원에 거래된 곳이다. 이곳은 '대한민국 사(私)교육 중심지'로 통하는 대치동 학원가를 끼고 있어 전국 학부모가 몰려드는 지역이다. 12일 래미안대치팰리스 주변의 한 공인 중개업소 관계자는 "수능 끝나고 신학기 이사 철이 시작되면 전셋값은 더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남 집값 급등 현상은 최근 교육 부총리가 자사고를 없애버리겠다고 하고, 국토부 장관은 부동산 상한제 강행을 선포하면서 벌어진 황당한 사태"라며 "정부 정책이 심한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집값 잡겠다며 '8학군' 쏠림만 부추겨

분양가 상한제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등 서울 인기 지역 집값을 잡겠다며 '시장 가격'에 직접 칼을 댄 일종의 '극약 처방'이다. 그런데 현실은 오히려 집값과 전셋값이 계속 치솟는 쪽으로 가고 있다. 지난해 9·13 대책 이후 한동안 주춤하다가 올 하반기 들어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반등한 뒤 상승 폭이 커지는 추세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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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집값 급등에 기름을 부은 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 폐지, 정시 확대 등 정책을 내놓으면서다. 강남 8학군 등 교육 특구라는 지역 집값을 자극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정책이었다. 여기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6일 서울 27동(洞)에서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시작하며 "집값이 조금이라도 과열되면 언제든 추가 규제를 내놓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앞으로 서울의 새 아파트 공급이 끊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기존 아파트 값만 올리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지금까지 17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 집값 잡기엔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반(反)시장적 부동산 정책, 학부모 교육열을 무시한 교육 정책이 계속되는 한 서울 집값은 절대 잡히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의 무리한 시장 개입이 규제 내성(耐性)만 키웠다"고 지적했다.

평당 1억 아파트, 곳곳에서 최고가 경신

국토부가 상한제 대상 지역을 지정한 지난 6일에는 여기 속하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59㎡가 역대 최고가인 16억8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84㎡는 지난달 34억원에 팔려 '평당 1억원' 시대를 열었다. 분양 시장도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상한제 대상지 지정 이후 첫 분양 사례인 강남구 대치동 '르엘 대치' 평균 청약 경쟁률은 212대1에 달했다.

주택 매매와 전세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난달 은행권 주택 담보대출이 4조6249억원으로 올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10월 기준으로는 2016년 10월(5조4000억원) 이후 가장 많다. 주택 구매 수요에 따른 가계 대출 증가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한은 기준 금리와 정부의 퍼주기식 재정 정책으로 시중에 갈 곳 잃은 돈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부동(浮動) 자금은 117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 판판이 깨지는 정부

내년 경제성장률이 2% 안팎 저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서울 집값은 상승 또는 강보합세를 예고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서울 신축 주택 비율이 2016년 14.9%에서 내년 12.6%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분양가 상한제→재개발·재건축 수익성 악화→공급 감소→기존 아파트 가격 상승' 패턴이 반복될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3기 신도시를 통해 충분한 물량을 공급해 주택 공급 위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시장의 시각은 정반대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현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은 시장에서 원하는 지역이 아니어서 실제 수요와 불일치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교통·학군·일자리·생활·문화인프라를 골고루 갖춘 지역 특성을 직시하지 않고 '부(富)=악(惡)'이라는 이분법에 따라 '강남 때려잡기' 대책만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과 심리전에서 판판이 깨지며, '강남 불패' 신화를 강화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지금은 한 규제가 또 다른 규제를 낳아 시장을 더 꼬이게 만드는 상황"이라며 "수요·공급을 정상화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채성진 기자(dudmie@chosun.com);정순우 기자;성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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