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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만지고 바꾸고… 장난감 같은 책 童心 사로잡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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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최대 어린이 책 출판사 '어스본' 니콜라 부회장

혁신 기업 받는 '영국 기업상' 수상

"원소·주기율표 궁금한 아이들… 쉽게 풀어 생각할 열쇠 쥐여줘야"

"아이들은 천 가지 질문을 속에 품은 '호기심 천국'입니다. 어른은 생각 못한 부분까지 알고 있고 어려운 개념도 궁금해하죠. 그럴 때 '넌 아직 몰라도 돼' 하고 막아버리면 아이는 다음 단계로 사고와 지식을 넓히지 못해요."

영국 어린이 책 출판사 '어스본'의 부회장 니콜라 어스본(Usborne·50)이 힘줘 말했다. "이해할 수 있게 쉬운 말로 풀어서 설명하면 당장은 일부만 알아듣더라도 아이는 생각을 키울 수 있죠. 저희는 그 열쇠를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쥐여주는 거예요."

조선일보

11일 서울 신사동에서 만난 니콜라 어스본 부회장은 "미국 교도소 재소자들을 조사하니 글을 못 읽는 사람이 많았다. 어느 나라에 내놔도 아이들이 읽고 즐거워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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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신사동에서 만난 어스본 부회장은 "아이들이 몰라야 할 주제는 없다"며 "먹음직스러울 만큼 매력적인 어린이 책을 만드는 게 우리 목표"라고 했다. 어스본 부회장의 부친인 피터 어스본 CEO가 1973년 세운 이 출판사는 베이비북, 액티비티북, 그리기북(컬러링북), 스티커북, 토이북 등 2000여 종의 책을 내놨다. 장난감처럼 갖고 노는 책을 해마다 새롭게 선보여 영국 최대의 어린이 책 출판사가 됐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8개국에 지사를 뒀다. 아시아에선 국내 어린이 책 출판사인 비룡소가 2015년 처음으로 '어스본 코리아'를 만들었다. 어스본 부회장은 최근 중국 상하이 어린이 책 도서전을 참관하는 길에 한국을 방문했다.

피터 CEO는 출판사 최초로 2015년 '영국 기업상'을 받았다. 날개 없는 선풍기로 유명한 다이슨 등 주로 혁신 기업이 받던 상이다. 어스본 부회장은 "글로벌하게 보면 지금이 어린이 책의 황금기"라며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 손에 스마트폰 대신 직접 만질 수 있는 책을 쥐여주려고 애쓴다"고 했다. "교육열 높고 멋진 디자인을 좋아하는 한국은 우리와 딱 맞는 시장이죠. 여의도 서점에 가보니 자녀들에게 책 보여주는 부모가 참 많더군요."

대학 시절 정치 풍자 잡지를 만들었던 부친은 딸 니콜라가 생기면서 아이들도 신나게 읽을 책을 손수 만들기로 했다. 아버지는 갓난아기인 딸에게 셰익스피어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어스본 책마다 그려진 열기구 로고도 아버지가 고안했다. "다른 대륙으로의 겁없는 탐험을 상징"한다. 아버지는 한국에 지사를 내면서 한국말도 배우기 시작했다. 니콜라도 옥스퍼드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동양·아프리카 연구로 석사를 딴 뒤에는 뉴욕으로 가 어린이 미디어 회사인 스콜라스틱에서 읽고 쓰는 법을 가르치는 기술 상품을 만들어 상을 받았다. 영화감독 남편을 만난 뒤론 영화 제작자로도 일했다.

어스본 책은 울긋불긋한 원색의 그림이 튀어나올 것처럼 색감이 뛰어나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만지면서 다른 촉감을 체험하거나 스티커를 떼었다 붙이는 등 놀면서 배우는 액티비티북을 처음 만들었다. 정치와 경제, 원소와 주기율표에 대한 어린이 책도 내놨다. "'잘나가니까 조금은 느슨해져도 돼'라곤 절대 생각 안 해요. 끊임없이 향상하려면 꾸준히 배우고 생각해야 하죠. 리더가 밤에 잠을 잘 자면 문제가 있는 거예요."

[김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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