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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40배 수익" 끊이지 않는 가상화폐 사기에 속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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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주어진 지문을 읽고 이어지는 질문에 답하시오.

<지문>

"자, 제가 여러분들께 소개드리는 건 정말이지 놀랍고도 신기한 '상품'입니다. 뭐가 그렇게 신통방통하냐고요? 겉으로 보기엔 평범할지 모르지만, 그야말로 최첨단 기술로 무장된 '상품'인데요, 자세히는 말씀 못 드리지만 앞으로 많은 곳에 쓰이게 될 겁니다. 그래서 얼마냐? 단돈 25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결단코 약속드릴 수 있는 것은, 저희 회사가 책임지고 이 '상품'의 가격을 1천 원까지 올리겠다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가만히 갖고만 계셔도 40배로 이득을 보실 수 있다는 거죠. 게다가 확률 높은 방법으로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여흥거리도 제공합니다. 자 어떻습니까. 대박을 향해 이 '상품'에 한 번 투자해보시겠습니까?"

Q1. 다음 중 화자에 대해 올바르게 설명한 사람은?


1. 성진 : "신뢰감 있는 말로 사람들의 투자 의욕이 샘솟게 하고 있어"
2. 준호 : "근거를 대지 않고 그럴듯한 얘기로 사람들을 홀리려 하고 있어"

Q2. 다음 중 화자의 정체로 적절한 것은?

1. 외판원
2. 사기꾼 * SBS 보이스(Voice)로 들어보세요!



과연 성진이의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거의 대부분은 준호의 의견에 동의할 겁니다. 어떤 '상품'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늘어놓을 뿐 정확한 근거도, 제대로 된 설명도 없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2번 문제의 정답이 무엇인지 고르는 데 고민을 하는 사람도 많지 않겠지요.

하지만 아무도 속이지 못할 것 같은 지문의 화자는 그야말로 마법처럼 여러 사람을 구렁텅이에 빠뜨렸습니다. 제시된 지문의 '상품'이라는 명사를 '가상화폐'로 바꿨을 뿐인데 말입니다.

● "40배로 올려드립니다"

가상화폐란 아시다시피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해 만들어진 암호화된 화폐를 뜻합니다. 지난 2017년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켰던 비트코인을 비롯해 이더리움, 리브라 등이 잘 알려진 가상화폐입니다. 30살 김 모 씨는 지난해 12월 이런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사이트, 이른바 '가상화폐 거래소'를 열었습니다.

전형적인 가상화폐 거래소의 수익 모델은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하고 거래 수수료를 챙기는 것입니다. 하지만 김 씨가 연 A 거래소의 포부는 그보다 더 컸습니다. 직접 만든 가상화폐인 A 코인을 상장해 가치를 키우는 방법으로 수익을 내겠다고 투자자들에게 공언한 겁니다. 목표 금액은 1천 원. 최초 발행액이 25원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가격을 40배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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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뭇 허황되어 보이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도 그 나름대로 제시했습니다. 이른바 '바이백'과 '소각' 전략입니다.

가상화폐의 가치도 결국 '수요와 공급'의 경제법칙으로 움직입니다. 거래소 운영으로 얻는 수익금을 모두 A 코인을 되사들이는 투자하는 '바이백'으로 A 코인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일정 규모의 가상화폐를 태워 없애는 '소각'을 통해 A 코인의 공급을 줄여 가격을 올리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인위적으로 가치를 올려도 되는 거야?' 싶으시겠지만, 중소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펌핑'이라 불리는 너무나도 흔한 전략입니다.

● 다이스, 따면 좋고 잃어도 그만?

A 거래소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갔습니다. 가상화폐와 주사위 게임을 접목한 겁니다. 주사위 게임은 0~100까지 무작위로 나오는 숫자를 맞히는 일종의 도박입니다. 예를 들어 게임 이용자가 50을 골랐는데, 50 아래의 숫자가 나오면 돈을 따고, 50 이상의 숫자가 나오면 잃는 식이지요.

A 거래소는 이런 주사위 게임을 운영하는 B 사이트와 협약을 맺어 A 코인으로 배팅을 할 수 있도록 했다며, B 사이트에서 주사위 게임으로 얻은 수익의 일부가 A 코인의 투자로 선순환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니까, A 코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사위 게임을 해서 수익을 얻으면 좋고, 잃어도 코인의 가치가 올라가니 그만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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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도박인데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일부 투자자들의 우려도 거래소에서 직접 나서 불식시켰습니다. B 사이트가 자신들의 거래소와는 별도로 운영되는, 그러니까 한국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외국 사이트고, 돈이 아닌 가상화폐 A 코인을 배팅하는 거라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또 실제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자문까지 받아두었다며 국내 유수의 로펌들 이름을 줄줄이 대기도 했습니다.

앞서의 모든 약속과 장담이 실현됐던 걸까요. 한 때 A 코인의 가격은 발행 가격의 10배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제대로 '펌핑'이 됐던 겁니다.

하지만, 모두가 행복한 시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A 코인의 가격은 급전직하했고, 주사위 게임으로 큰 손해를 봤다는 사람이 속출했습니다. '가상화폐 판'에는 A 거래소에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투자금을 싸 들고 오는' 신규 투자자마저 발길이 끊어졌습니다. 사려는 사람은 없고 팔려는 사람만 있다 보니, 25원 이하로는 가격을 떨어뜨리지 않겠다며 '최저가 보상제'를 내 건 A 거래소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A 코인의 가격은 극적으로 붕괴돼 그 가치가 휴짓조각만도 못하게 돼버렸고, 지난 6월 거래소는 문을 닫았습니다.

● 거품이 꺼진 진짜 이유는

많은 A 코인 투자자들은 절망에 빠졌습니다. 단순히 운이 없었던 걸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경찰의 조사 결과 애초부터 A 거래소 대표 김 씨에게는 A 코인의 가격을 끌어올려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주려는 의도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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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의 주된 관심사는 투자자들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이었습니다. 직원 이름을 빌려 계좌 두 개를 만들고, 그 계좌 사이에 가상화폐를 주고받는 식으로 없는 거래를 있는 것처럼 만들어내 A 코인의 가격을 끌어올렸습니다. 관리자 권한을 이용해 마치 자신이 돈을 수백억 원 가진 것처럼 조작한 다음, 그 돈으로 A 코인을 사서 투자자들에게 팔아 이득을 챙겼습니다. A 거래소가 운영되는 몇 달 사이 받은 투자금은 모두 127억 원에 달했는데, 김 씨는 그 가운데 12억 원을 현금화해 부인의 계좌로 송금시키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김 씨가 이렇게 돈을 빼돌리는 와중에도 다른 '바지사장'을 내세워 또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를 만든 다음 사기 행각을 계속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있는 상탭니다.

주사위 게임이 별개의 외국 사이트라 문제가 없다는 것도 다 거짓말이었습니다.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공지를 영어로 하는 등 '마치 외국 사이트인 양' 눈속임 해왔던 것뿐이었습니다. 결국 주사위 게임 사이트의 주인도 김 씨였습니다. A 코인 투자자들이 주사위 게임으로 잃는 돈이 고스란히 김 씨의 호주머니로 흘러 들어간 셈입니다. 물론, 법적 자문을 받았다는 얘기도 모두 다 거짓이었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일부에서는 주사위 게임 자체도 조작이었을 거라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김 씨가 애초에 투자자들이 이길 수 없는 게임을 설계해놨을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결국 김 씨는 지난달 사기와 사설 도박장 개설 등의 혐의로 구속돼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잃어버린 돈을 찾을 길은 요원한 상황입니다. 김 씨가 벌어들인 수익을 생활비 등으로 모두 탕진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때 수백 명이 모여 있었다는 A 코인 투자자 모임 SNS 채팅방에는 소수의 투자자만 남아 조금이라도 돈을 회수할 방법이 있는지 찾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 "가상화폐의 탈을 쓴 '폰지 사기'"

이러한 모든 문제는 A 코인과 거래소 대표 김 씨에게 국한되는 걸까. 불행하게도 답은 "아니오"입니다. 지난 8월 '손실 100% 보전'을 내걸고 500억 대 사기 행각을 벌인 C 거래소의 운영자 박모 씨 등 3명이 경찰에 구속됐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가상화폐를 마음대로 찍어내고, 직원 계좌로 돈을 빼돌린 건 A 코인의 경우와 판박이였습니다. 이에 더해 일부 가상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 A 거래소, C 거래소와 비슷하게 운영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을 받고 있는 D 거래소의 경우도 경찰에서 현재 내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보를 바탕으로 가상화폐 거래소를 검증하는 유튜버 '코인캅스'에 따르면, 자신들이 지난 1년 동안 받은 '사기 의심' 제보만 수백 건에 달한다고 합니다. '떼돈을 벌 수 있게 해준다'는 가상화폐 대부분의 실상은 나중에 들어온 사람의 돈으로 먼저 들어온 사람의 이익금을 챙겨주는 이른바 '폰지 사기'와 다르지 않은데, '가상화폐'의 탈을 쓰고 수많은 사람들을 홀린다는 게 '코인캅스' 운영자들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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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확천금'의 유혹에서 벗어나려면

'4차 산업 혁명'의 핵심이라고 알려진 블록체인 기술. 그렇다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 역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본질적인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요? 글쎄요, 일부 가상화폐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데이터를 분산해 저장함으로서 원본 데이터의 임의 변조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지요. 그런데 앞서 언급된 A 코인, C 코인 등은 관리자 권한으로 마음껏 위변조가 가능했습니다. 결국 블록체인과는 전혀 상관없는, 가상화폐라는 '가짜 명패'를 단 사기 수단에 불과했던 겁니다.

'가상화폐 투자' 그 자체를 엄금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섣부른 결론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가짜 가상화폐'는 걸러내야 하지 않을까요.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떻게 하면 가짜와 진짜를 구별할 수 있을까'의 답일 겁니다. 그 답을 내기 위해서는 글의 맨 첫머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 가상화폐엔 놀라운 가치가 있고, 쓰임새도 많고, 추가 수익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미사여구 앞에 붙은 가상화폐(암호화폐)를 슬며시 지워보면 됩니다.

갑자기 내 손에 엄청난 수익이 주어진다고 하면 어느 누가 싫어할까요. 일확천금의 기회를 마다할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그 기회를 미끼로 우릴 속이려 하는 사람들이 '언제 어디에나' 있고, 그 미끼에 화려한 분칠(☆최첨단 기술,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이 돼 있을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배정훈 기자(baej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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