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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모든 주민에게 돈준다"…브라질 한 도시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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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중소도시 마리카 이달 중 시작, 2021년 전 주민에 지급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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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뭄부카 카드로 약국에서 물건을 사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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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중소도시 마리카에서 라틴아메리카 최대 규모의 기본소득 실험이 이뤄진다. 마리카에서는 빈곤층을 대상으로 수당을 나눠주는 복지정책을 실시해왔는데, 이를 점차 전 주민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7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트 등에 따르면 이달부터 리우데자네이루주의 중소도시 마리카에서는 주민 2만7000명에게 매달 130헤알(약 3만7000원)이 지급된다. 단계적으로 주민의 3분의 1가량인 5만2000명에게까지 확대 지급하고, 2021년 전 주민에게 지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IBGE(브라질 지리 및 통계 연구소)는 극빈층의 월 가계소득을 145헤알, 빈곤층의 가계소득을 145~420헤알로 보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최저 생계비 수준에 근접한 돈을 매달 받게 되는 것이다. 기본소득을 받으려면 적어도 3년 동안 마리카에서 거주해야 한다.

브라질에서는 전국적으로 극빈층에게 수당을 지급해왔다. 2004년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승인한 가족수당 '볼사 파밀리아(Bolsa Família)'이다. 브라질 정부는 매달 1인당 평균 40헤알을 지급하고 있다. 이 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자녀를 예방 접종하고 학교에 보내야 한다. 수당 대상자는 4600만명으로 브라질 4가족 중 1가족이 수당을 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수당은 대부분 음식, 학용품, 의류, 신발 등에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더해 마리카에서는 2014년부터 지역 자체 통화를 이용해 빈곤층 지원에 나섰다. 뭄부카 카드다. 디지털 화폐인 뭄부카는 특정 카드를 통해 사용하거나, 휴대폰 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현금으로 인출할 수는 없다. 뭄부카는 헤알화와 1대1로 연동돼 있다. 10뭄부카를 받으면 10헤알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의 소득 효과가 있지만 헤알화와 달리 뭄부카는 마리카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마리카는 그동안 빈곤층에게만 수당을 지급해 왔다. 또 이 수당은 뭄부카의 기금 관리를 맡고 있는 팔마스은행이 사전에 승인한 지역 상점에서 식품, 의약품과 같은 생필품만 살 수 있었다. 이달부터는 뭄부카 지급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사용 제한도 폐지했다. 특히 그동안 전세계에서 이뤄진 기본소득 실험은 보통 2년 안팎의 기간을 한정해 두고 진행됐지만 마리카는 실험 기한이 없다. 자금은 지방자치 예산에서 충당하는데 마리카의 원유 로열티 수입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그동안 기본소득 '실험'은 핀란드, 캐나다, 미국 등 주로 선진국에서 진행돼왔다. 반면 마리카가 기본소득 지급에 나선 것은 당장 빈곤율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다. 세계은행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분배 시스템이 없다면 브라질의 극빈층은 최대 50% 증가할 수 있다. 마리카와 함께 기본소득 체계를 준비한 비영리단체 제인 패밀리 인스티튜트의 마이클 스타이너스 최고경영자(CEO)는 "마리카는 아주 가난한 도시는 아니지만, 많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임은 틀림없다"라고 말했다. 스타이너스 CEO는 마리카 시와 함께 주민들이 어디에 돈을 사용할지 등 기본 소득의 영향에 대해 조사해왔다.

그는 특히 기본소득이 마리카의 고용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관심 있다고 밝혔다. 마리카에서는 공식 경제 지표와 연관돼 있는 사람들이 매우 적다. 스타이너스 CEO는 "기본소득의 목표 중 하나는 사람들을 공식적인 노동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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