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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햄버거병' 위생검사 공무원 "패티 폐기 제대로 확인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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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정현 기자] [the L]고발인측, 당시 세종시 공무원 검찰심문조서 증거 제출…검찰, 당시 검찰 수사에 포함 안돼 재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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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일명 '맥도날드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 사건에 대한 2017년 1차 수사 당시 위생검사 담당 공무원의 과실이 확인된 진술을 확보하고도 이에 대한 추가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내용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로 사실상 재수사가 시작되자 고발인이 검찰에 출석해 당시 해당 공무원의 검찰심문조서를 새로운 증거로 제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맥도날드 햄버거병'과 관련해 한국맥도날드를 고발한 '정치하는 엄마들' 등 9개 시민단체의 법률대리인은 최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강지성 부장검사)에 고발인 자격으로 출석해 2016년 세종시 공무원으로 재직할 당시 맥키코리아의 위생검사를 담당했던 손모씨의 검찰심문조서를 제출했다.

시민단체들은 지난 1월 말 한국맥도날드를 다시 고발하는 과정에서 손씨를 직무유기, 식품위생법 위반 방조 및 업무상과실치상 방조 등의 혐의로 함께 고발한 바 있다. 이들은 피해자들의 민사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손씨의 검찰심문조서를 확보했으며 조서 내용 중에 손씨가 자신의 과실을 자백하는 취지의 진술이 담겨있는 것을 확인했다.

법률대리인단에 따르면 손씨의 심문조서에는 "2016년 6월 30일 맥키코리아로부터 문제 제품을 전량 소진했다는 공문을 받은 뒤 제품 전량 폐기 여부를 직접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손씨가 "그때 전출을 앞두고 있어 정신이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내용도 담겨있었다.

2016년 6월경 맥키코리아는 외부 검사기관으로부터 생산된 패티에서 장출혈성대장균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이후 정상적인 절차대로라면 맥키코리아는 문제 패티의 회수, 폐기 계획을 관할 관청인 세종시에 보고하고 이를 수행했어야 했지만 그대로 유통시킨 뒤 같은달 30일 세종시에 '재고가 없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에는 '(패티가)모두 소진되어 남아있지 않다'라고 적혀있었다. 또 맥키코리아로부터 폐기 계획 및 폐기 사실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의무가 있던 손씨는 이같은 메일을 받은 뒤 직접 확인 없이 그대로 믿고 '회수명령 및 공표를 실시하지 않고, 회수대상이 없어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라 처분을 면제한다'는 내용으로 결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발인측은 문제 패티가 계속 유통된 데에는 손씨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고발인측 한 변호사는 "맥키코리아가 문제 패티를 전량 회수해 폐기했다는 것을 알려왔을 때 이를 제대로 확인했으면 더 이상 문제 패티가 유통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과 더불어 공표도 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같은 진술을 2017년 수사 과정에서 확보했음에도 조사를 더 진행하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월 검찰이 발표한 '한국맥도날드 고소 관련사건 수사결과'에 공무원의 직무유기 의혹에 해당하는 내용은 없었다. 수사결과 발표 이후 검찰이 손씨 등을 추가로 불러 조사한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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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정치하는엄마들,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햄버거병과 관련해 한국맥도날드에 대한 고발장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 시민단체와 시민 300여 명은 이날 한국맥도날드 등에 대해 식품위생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2019.1.3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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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측 변호인은 "직무유기는 고의 뿐 아니라 중과실의 경우에도 성립된다"면서 "검찰이 지난 수사에서 이같은 진술을 확보했음에도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부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손씨의 심문조서 등 고발인측이 새롭게 제출한 증거를 검토한 결과 재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사건사무규칙에 따르면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내려 사건을 각하시킨 경우 '새로이 중요한 증거가 발견된 경우에 고소인 또는 고발인이 그 사유를 소명한 때' 재수사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처럼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하는 경우 기존 기록에 대한 검토가 선행된다. 따라서 이번 수사를 통해 당시 검찰이 손씨의 직무유기에 대해 더 조사하지 않았던 이유도 밝혀질 전망이다. 수사 결과 당시 수사 관계자들의 과실이 명확히 드러날 경우 이에 대한 징계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검사징계법상 검사에 대한 징계 시효는 사유가 있는 날로부터 3년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수사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확인은 어렵다"고 말했다.

‘맥도날드 햄버거병’ 사건은 지난 2016년 9월 A씨가 자신의 4살 된 자녀가 맥도날드의 어린이용 세트를 먹고, 단기간에 신장을 망가뜨리는 희귀질환인 햄버거병을 얻었다며 본사 임직원 등을 포함해 맥도날드를 상대로 2017년 7월 검찰에 고소한 사건이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2월 맥도날드를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하고, 패티를 공급한 하청업체인 맥키코리아만 기소했다.

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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