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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현대모비스는 왜 MVP급 이대성·라건아 내보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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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KCC서 4명 영입 트레이드

팬들 "이번 시즌 우승 포기했나"

감독 "둘다 1~2년내 떠날 수 있어… 현재보다 미래를 위한 선택"

11일 국내 남자 프로농구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대형 트레이드가 터졌다. 지난 시즌 울산 현대모비스의 통합 우승을 이끈 라건아(30)·이대성(29)이 전주 KCC, 대신 KCC 리온 윌리엄스(33)·박지훈(24)·김국찬(23)·김세창(22)이 현대모비스 유니폼을 입는 '4대2' 트레이드다.

◇두 명의 MVP 대신 미래 택한 모비스

농구계가 깜짝 놀란 것은 현대모비스가 시즌 초반에 라건아와 이대성 등 지난 시즌 우승 주축 멤버, 그것도 MVP 선수들을 내보냈기 때문이다. 미국 출신 귀화 선수인 라건아는 지난 시즌 리그 전체 득점 5위(평균 24.7점), 리바운드 2위(14.2개), 블록 1위(1.6개)로 외국인 선수 MVP(최우수선수)에 올랐다. 이대성은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MVP였다.

조선일보

지난 7일 인천 전자랜드전에 출전한 이대성(왼쪽)과 라건아. /허상욱 스포츠조선 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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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가 두 명의 MVP를 내주면서 영입한 선수는 외국인 윌리엄스를 제외하곤 모두 20대 초반 젊은 유망주들이다. 윌리엄스는 2012년 국내 무대에 데뷔한 뒤 오리온, KGC, KT, SK, DB 등을 두루 거친 베테랑이지만 활약상은 라건아에 못 미친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6승7패로 6위에 머물러 있다. 올 시즌 54경기 중 13경기(24%)를 치렀을 뿐이어서 상위권 도약 가능성은 충분한 상황에서 주축 선수들을 내보냈다. 이 때문에 팬들 사이에선 "모비스가 올 시즌을 벌써 포기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유재학 현대 모비스 감독도 "현재보다 미래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계속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잠재력 있는 신인 수혈에 어려움을 겪었다.

더구나 이대성은 올 시즌을 끝으로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고, 라건아는 2021년 5월 이후에는 팀을 떠나야 한다. 유 감독은 "이대성과 재계약하기 힘들다고 봤다. 그를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었다"고 했다. 그는 라건아에 대해선 올 시즌엔 쿼터당 외국인 1명만 뛸 수 있다. 귀화 신분인데도 출전 규정엔 외국인 선수 취급을 받는 라건아를 쓰느니 차라리 이참에 세대교체를 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센터 이종현(25)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상무 복무 중인 포워드 전준범(28)이 내년 2월에나 합류 가능한 상황도 세대교체를 결심한 배경이다.

◇당장 우승 후보 떠오른 KCC

두 MVP를 영입한 전주 KCC는 당장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2010∼2011시즌 이후 우승이 없는 KCC로선 전창진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은 올 시즌 우승이 절실하다. KCC는 라건아와 이대성 합류 전에도 국내 멤버는 화려했다. KCC 이정현(32)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이며, 송교창(23)은 올 시즌 국내 선수 득점 1위(평균 16.4점)다.

이번에 내보낸 선수가 없어도 당장 전력엔 큰 차질이 없는 데다 라건아를 다음 시즌까지 보유할 수 있다. 라건아가 2021년 5월 이후 드래프트에 나와도 추첨 결과에 따라 재지명할 수도 있다. KCC는 이날 기존 외국인 선수인 조이 도시 대신 국내 경험이 풍부한 찰스 로드(34)도 영입해 우승 가능성을 더욱 키웠다. KCC는 현재 8승 5패로 3위이며, 1위 서울 SK(10승 3패)와 2경기 차이다. 전창진 KCC 감독은 "남들이 우승 후보로 꼽는데 부인할 수가 없다"며 "기존 선수와 팀워크를 다지면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주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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