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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당신을 위해 '모델생물'이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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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사용되는 모델생물 중 하나인 '생쥐(마우스)'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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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인간을 대신해 희생되는 생물들이 있습니다. 생물 현상의 이해를 위한 실험이나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연구를 위한 실험에 사용되는 생물들입니다. 이 생물들을 과학자들은 '모델생물(Model Organism)'이라고 부릅니다.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연구이지만 직접 인간을 실험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모델생물을 실험하고, 그 데이터를 근거로 인간에게도 엇비슷하게 적용되리라 기대하는 것입니다. 모델생물을 사용하는 근거는 생물들이 가진 유전현상, 물질 및 에너지 대사 등이 생물종에 관계 없이 기본적으로 시스템이 같다는 전제가 바탕이 됩니다.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분자생물학자 자크 모노는 "대장균을 통해 진실로 밝혀진 것은 코끼리에서도 진실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하나의 생물체에서 발견된 사실은 다른 생물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인간의 질병을 연구하기 위해 쥐나 초파리를 실험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인간을 치료하는 신약 개발의 경우 직접 인간에게 약물을 투여해 결과를 측정하는 임상 단계를 마지막에 꼭 거칩니다. 생명체 각 종간에는 계통에 따른 차이가 있고, 모델생물에서 얻어진 지식이나 정보를 다른 동물이나 인체의 생리·병리 현상에 무턱대고 적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연구목적에 따라 모델생물이 다른 것은 이런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실험에 즐겨 이용되는 모델생물은 세대 주기가 짧고, 비용 대비 효율성이 좋아야 하며, 인간의 유전자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유전자가 존재해야 합니다.


모델생물로 과학자들이 가장 애용하는 생물은 '초파리 (Drosophila melanogaster)' 입니다. 초파리를 연구한 과학자들이 무려 여섯 번이나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지요. 2017년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미국의 유전학자 마이클 모리스 로스배시 박사가 "초파리에게 감사한다"고 말하면서 초파리도 함께 주목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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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좋아하는 모델생물 중에는 '초파리(왼쪽)'와 '예쁜꼬마선충'도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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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는 유전학적 실험에는 이상적인 모델입니다. 초파리는 몸집이 2~3㎜ 정도로 작지만 유전자 갯수는 모두 1만3000개 정도로 인간과 60%가 일치합니다. 다운증후군이나 알츠하이머, 자폐증, 당뇨병, 각종 암 유발 유전자 등 인간의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 중 75%가 초파리의 유전자에서 발견됐습니다.


게다가 10일에 500개 가량의 알을 낳을 정도로 번식력도 뛰어나 실험대상을 구하기도 쉽습니다. 그야말로 비용 대비 효율이 가장 좋은 실험대상 중 하나인 것입니다.


모델생물에서 '쥐'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요? 쥐는 크게 '마우스(생쥐, Mus musculus)'와 '쥐(Rattus norvegicus)'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마우스는 유전학, 발생학, 면역학, 이식, 약리학, 약물 투여 및 독성학, 신경학, 행동 연구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생명과학 및 의학 연구에 사용됩니다.


유전적 배경이 잘 알려져 있고, 다양한 근친교배에 의한 변형(inbred strain), 유사유전자형 마우스(congenic mouse), 무수한 종류의 각종 유전자 적중(knockout) 마우스 등이 확보돼 있는 만큼 널리 사용되는 모델생물입니다. 쥐는 마우스보다 커서 다량의 조직이나 혈청을 얻기 위해 마우스 대신 실험에 사용됩니다.


'개구리'와 '제브라피쉬', '예쁜꼬마선충', '애기장대' 등도 연구에 자주 등장하는 모델생물입니다. 개구리는 17세기부터 다양한 실험에 이용돼 왔고, 최근에는 유전체 전체가 해독된 아프리카발톱개구리가 많이 사용됩니다. 아프리카발톱개구리는 체외수정을 하고, 성샘자극호르몬을 투여하면 산란을 유도할 수 있어 실험을 위한 자손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름이 독특한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은 발생학과 유전학, 신경 연구 등에 폭넓게 사용되는 모델생물입니다. 예쁜꼬마선충은 유전체가는 모두 해독된 최초의 다핵 세포 생물로 최근에는 뇌 신경세포의 연결망인 커넥톰(connectome)까지 완성됐습니다. 대장균을 먹고, 크기가 1㎜ 정도라 실험실에서 키우기 쉬우며, 냉동보관도 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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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중 모델생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애기장대'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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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중에서는 척추동물인 제브라피쉬를 과학자들이 선호하는데, 인간 유전자와 크기와 수가 비슷하고, 신경계와 각종 기관형성 과정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평균 수명이 2년 정도지만 생후 3개월이면 번식이 가능하고, 암컷은 일주일에 100~500개 정도의 알을 낳아 개체수 유지와 통계적 자료 만들기도 수월하다고 합니다.


식물 중에서는 '애기장대(Arabidopsis thaliana)'가 가장 많이 사용됩니다. 식물 중에서는 처음으로 유전체 해독이 완료됐고, 실험실에서 키울 수 있을 정도로 크기도 작으며, 애기장대 하나에서 1만 개 정도의 종자가 나와 개체수 유지도 쉬워 과학자들이 즐겨 찾습니다. 유전학, 형질, 생화학 연구 등에 사용됩니다.


그 외 '대장균'과 각종 원핵 생물, '효모(yeast)', '개(Mongrel)', '돼지', 영장류인 '침팬지', 식물 중에서는 '벼(Oryza sativa)' 등 다양한 생물들이 연구의 목적과 실험방법에 맞는 모델생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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