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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사람만 입대하자” 모병제 도입 가능할까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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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병사가 과학화훈련장비를 착용한 채 모의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육군 제공


원하는 사람만 자원해서 군복무를 하는 모병제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저출산 대응책으로 군 병력 감축을 내세운 정부 정책에 이어 정치권의 모병제 전환 필요성이 함께 제기되면서부터다.

정부는 6일 저출산에 대비해 병력 감축 등을 포함한 ‘인구구조 변화 대응 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군은 문재인정부 임기 말인 2022년까지 현재 57만9000명인 상비 병력을 50만명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초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면서 병역의무 대상자가 2020년 33만3000명에서 2022년 25만7000으로 감소하고, 2037년 이후엔 20만명 이하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따른 조치다.

이와 관련해 기존의 징병제를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모병제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7일 인구절벽 등을 이유로 “단계적 모병제 전환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하지만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국면 해소와 군 내 문화개선 등이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모병제 전환은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모병제 전환, 남북 군축 합의가 선행돼야

모병제는 냉전 종식 이후 많은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다. 전면전 위협이 줄어들면서 군비 축소 압력이 강화된데 따른 조치다. 민주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중국, 일본, 인도 등 89개국이 모병제로 전환했다. 징병제를 유지하는 국가는 러시아, 스위스, 터키 등 66개국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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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특전사 대원들이 고무보트에 탑승한 채 전방 경계를 실시하면서 해안으로 침투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육군 제공


모병제로 전환한 국가들을 살펴보면 본토에서 전면전이 발생할 위험이 낮은 국가들이 적지 않다. 서유럽 국가들은 이슬람국가(IS) 등의 테러 외에 뚜렷한 안보 위협이 없다. 이들 국가의 군대는 경찰의 치안유지를 지원하거나 해외에 파병되는 경우가 많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며 대규모 병력을 유지할 필요성이 적은 셈이다.

인구 대국인 중국과 인도는 모병제를 운용해도 군 규모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병역자원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핵무기까지 보유하고 있어 주변국의 본토 침공 위협도 낮다. 섬나라인 일본과 대만은 해군과 공군 위주의 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 북한은 110만여명에 달하는 상비 병력을 운용중이다. 교도대 등 예비병력은 762만여명에 달한다.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우발적 충돌 위험은 낮아졌지만, 북한의 군사력과 대남 위협이 줄어들었다는 징후는 없다.

북한은 올해 12차례에 걸쳐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방사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했으며, 한미 연합훈련과 우리 군 단독훈련에 대해 비난공세를 지속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 위협 감소가 눈으로 확인될 때까지 우리 군 병력을 일부러 줄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줄어든 병력을 첨단 장비로 대체하자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반도 유사시 북한군 후방 침투를 저지하거나 북한 내륙지역 안정화 작전은 무인체계로는 불가능하다. 무인전투체계를 적극 활용하는 미군도 이라크와 아프간에 많은 병력을 파견해 현지 무장세력과 전투를 치르는 실정이다.

산악지형이 많은 한반도 유사시 우리 군은 아프간 전쟁에서의 미군이 겪었던 안정화 작전과 유사한 상황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무인체계 투입이 한계가 있는 만큼 병력 규모를 충분히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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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9.19 군사합의 후속 조치로 규정되어 있는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주목한다. 위원회에서 남북이 동시적인 군비 축소에 합의한다면 모병제 전환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군비축소 합의는 남북이 상호 적대행위를 포기하고 평화공존으로 향하는 디딤돌이다.

군비 축소의 핵심은 병력 감축이다. 모병제로 전환하면 병력 규모는 50만명 이하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군비 축소가 자연스레 이뤄지는 셈이다. 2017년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관련 연구논문에서 “우리나라의 인구 규모로 추산할 때 모병제 적용 시 적정 병력규모는 15만∼20만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남북이 군비축소에 합의하고, 그 수단으로 모병제 전환을 진행하면 남북 군비축소 합의→한반도 전쟁 위협 감소→모병제 전환→군비 감축 및 정예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북한의 대남 위협 감소와 군비 축소가 함께 이뤄지는 만큼 모병제 전환도 국민의 공감을 얻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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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군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감시카메라 위치 등을 확인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가고 싶은 군대 만들기’가 우선 과제

모병제 전환 과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무전복무(無錢服務)다. ‘금수저’ 자녀는 군대에 가지 않고 ‘흙수저’ 자녀만 군인의 길을 선택할 거라는 우려다.

모병제 하에서 군을 구성하는 사회 계층은 민군 관계와 군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가난한 사람들과 사회적 소수자들만이 군인의 길을 선택한다면, 시민들은 이들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는 군사적 임무의 위험성을 망각할 수 있다. 이라크전쟁을 반대했던 찰스 랭글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라크전쟁을 결정한 사람들의 자녀도 참전 부담을 나눠야 했다면 전쟁은 시작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모병제의 불공정성을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같은 불공정을 해소하려면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군에 입대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군 조직도 역동성을 가질 수 있으며, 안보에 대한 사회의 관심도 유지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가기 싫은 군대’를 ‘가고 싶은 군대’로 바꿔야 한다. 단순히 징병제를 모병제로 바꾼다고 해서 누구나 입대하고자 하는 군대가 되지는 않는다. 조직문화와 인사제도, 처우 등 군 내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모병제는 가난한 사람과 사회적 소수자의 탈출구로 전락한다.

“감 따는 것은 사령관의 업무가 아니다. 공관에 있는 감을 따야 한다면 공관병이 따야지 누가 따겠나”라는 박찬주 예비역 육군 대장의 발언과 같은, 병사를 소모품으로 여기는 군 내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 시대와 맞지 않는 군대 문화, 군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은 직업군인에 대한 매력을 감소시키는 원인이다. 이를 개선하려면 병사를 주체적인 사고를 할 줄 아는 인격체로 대우하면서 자율성을 부여하는 한편, 지휘관들의 ‘꼰대’ 의식을 타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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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시범운영 부대인 경기도 가평군 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 혜산진부대 생활관에서 병사들이 통화와 문자메시지 전송, 인터넷 강의 시청 등 자유롭게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병사도 간부가 될 수 있는 길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모병제 하에서 이병으로 입대한 사람도 장교나 장군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면, 사회에서 중상위층에 속하는 사람도 모병제 하에서 군인의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프랑스의 경우 장교의 50%는 부사관에서, 부사관의 50%는 병사에서 선발하는 내부 진급정책을 운용중이다. 우리 군도 1947년 이등병으로 입대해 육군 소장까지 진급한 고 최갑석 장군 등의 사례가 있다.

적정 수준의 급여는 모병제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생명을 해칠 수 있는 무기를 소지한 채 높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훈련을 받고, 일정 기간마다 전근을 하는 군인의 길을 선택하게 하려면 최소한 평균 소득에 준하는 수준의 급여가 지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군 규모 유지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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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병사들이 과학화훈련장비를 착용한 채 풀숲을 해치며 이동하고 있다. 육군 제공


모병제를 채택한 일본은 공무원 지원자들이 자위대를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전근이 잦고 급여도 경찰, 소방관에 비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군의 이등병에 해당하는 2사(士) 후보생 초봉은 월 13만3500엔(약 152만원) 수준이다. 이에 방위성은 급여를 20%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채용 인력 확보에 고심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군복무 문제는 항상 ‘뜨거운 감자’였다. 그만큼 예민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치열한 논쟁과 철저한 정책적 검토 및 준비과정을 거쳐야 하는 이유다. 미국도 1971년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군과 시민사회, 정부, 의회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검토를 진행한 바 있다. 정치적 고려 대신 한반도 안보정세와 사회적 공감대 등을 감안,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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