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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주사파 뒤에 김정일” 박홍 전 총장 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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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김일성 사망 직후 청와대서 발언

수사기관이 주도한 ‘주사파 색출 광풍’ 불러

당뇨 합병증으로 치료 받아와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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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학생운동 세력이던 ‘주사파' 배후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던 박홍 전 서강대 총장(가톨릭 신부)이 9일 선종했다. 향년 78살.

박 전 총장은 2017년께부터 서울아산병원에서 당뇨 합병증 판정을 받고서 치료를 받아왔다. 최근 몸 상태가 악화해 입원 치료를 받다 이날 오전 4시40분 세상을 뜬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총장은 김일성 북한 주석의 사망 10일 뒤인 1994년 7월18일, 청와대에서 열린 김영삼 대통령과 14개 대학 총장의 오찬에서 “주사파 뒤에는 사노맹이 있고, 사노맹 뒤에는 북한 사노청, 그 뒤에는 김정일이 있다. 학생들은 팩시밀리를 통해 직접 지시를 받고 있다”고 말해 검·경이 주도한 ‘주사파 색출 광풍’을 불러온 장본인이다.

그는 발언 파장이 커지자 “고백성사를 하러 온 학생들로부터 들었다”고 해명했으나 신도들로부터 고백성사 누설 혐의로 고발당했다. 신도에게 고발당한 천주교 사제는 그가 처음이었다.

예수회 소속 신부인 그는 1989년부터 8년간 서강대 총장을 지내면서 여러 설화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1991년 김기설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이 분신자살한 이후 민주화를 요구하는 분신 정국이 이어지자 “우리 사회에 죽음을 선동하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그는 1998년 서강대 재단 이사장에 내정됐으나 학생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2002년에도 재단 이사장에 내정되며 학교가 한바탕 내홍을 겪었으나 이듬해 학생들 반대 속에 이사장에 취임했다.

1965년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예수회에 입회한 박 전 총장은 1970년 사제 수품했다. 1970∼80년대 서강대 종교학과 강사와 교수를 지냈고, 1989년부터 1996년까지 서강대 총장을 지냈다. 2000∼2003년 서강대 신학대학원 교수, 2003∼2008년 서강대 재단이사장으로 활동했다. 2003년에는 정부에서 청조근정훈장을 받았다.

발인은 11일, 장지는 용인천주교묘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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