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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실추된 명예...회복을 꾀한 4성 장군 박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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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교육대 훈련 한번 받아야…."
귀를 의심하게 하는 삼청교육대 발언. 처음엔 그냥 화가 났습니다. 삼청교육대 훈련 한번 받아야 하지 않느냐니…. 삼청교육대에 이유 없이 끌려가 온갖 고초를 당하고, 지금도 끝 모를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견디는 피해자들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데…. 4성 장군의 지위에서 하루아침에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하자,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에게 원한이 생겼겠죠. 그래도 공식 석상에서 이런 표현을 하는 건 금도를 벗어났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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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성 장군 아무나 되는 거 아니다"
문득 학창 시절, 군인 아버지를 둔 친구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별 하나 달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고 경쟁에서 밀리면 전역할 수밖에 없다며, 어린 나이지만 아버지를 걱정했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원스타 장군을 만나 볼일도 제대로 못 보고 나왔다고 했던 대학 시절 휴가 나온 군인 친구의 에피소드도 생각났습니다. 군인에게 별 하나는 엄청난 의미입니다. 그런데 무려 4성입니다. 육군 대장입니다. 평생 군인으로 살았고, 능력을 인정받았기에 그 자리에까지 올랐습니다. 혹시 정말 억울한 부분이 있는 건 아닐까 의심해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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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따는 것은 사령관의 업무가 아닙니다. 공관병이 따야지 누가 따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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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먹고 싶은 사람이 따야겠죠? 그래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마침 군인권센터에서 육군 규정을 공개했습니다. '공관 관리'는 공관병의 업무지만, '영농 행위나 과목 수집'은 금지 행위로 규정돼 있었습니다. 감 따는 것을 공관병의 업무라고 할 수 없는 겁니다. 현실이 궁금했습니다. 예비역 장성들을 찾아 전화를 돌렸습니다. 공관병이 감을 따긴 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공관이 워낙 넓고 관리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감나무가 있고, 따야 할 상황이 생기면 공관병이 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지시가 부당하게 여겨지다 보니, 금지 조항도 생겼고 요즘엔 그런 관행도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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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공관에는 감나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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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회의에서는 박 전 대장이 있던 대전 공관에 감나무가 없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박 전 대장과 부인의 갑질 논란은 대전 공관 사례만으로 제기됐던 게 아닙니다. 더군다나 감 따는 일을 시켰다는 건 이미 박 전 대장이 기자회견에서 인정한 부분입니다. "감나무에서 감을 따게 했다는 둥 골프공을 줍게 했다는 둥 사실인 것도 있습니다." 본인의 말입니다. 게다가 본질은 공관에 있던 게 모과나무였냐, 감나무였냐, 감을 따게 했느냐, 모과 청을 담그게 했느냐가 아닙니다. 공관병 입장에서 '갑질'로 볼 수 있는 행위가 있었는가, 이런 '군대 문화'는 바람직한가가 본질입니다. 인격적인 대우를 해줬는데 감 하나 따게 했다고 문제가 이렇게 커졌을까요? "'군대가 화단이냐'는 낙서를 보고 나서부터 화단 관리는 나 혼자 했다, 당사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인격적인 대우를 못 받은 부하가 전쟁 났다고 상관 위해 목숨을 바치진 않는다" 등 취재 과정에서 듣게 된 예비역 군 장성들의 언급은 '갑질', 군대문화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었습니다.

"갑질, 직권남용 무혐의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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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박 전 대장의 혐의에 '갑질'은 없었습니다. 국방부 검찰단 출신 변호사에게 물었습니다. '갑질'에 적용할 혐의가 마땅치 않아서라고 했습니다. '직권남용'을 적용해야 하는데 직권남용죄는 인정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직권남용은 권한이 존재하는지를 먼저 따져야 하고, 그 권한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권한이라는 규정이 모호하다고 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국회에서 직권남용죄는 적용이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공소사실에서 빠진 건 그 이유이지, 박 전 대장이 '갑질'로 보이는 행위를 하지 않아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부인의 '갑질' 혐의는 아직 재판 중입니다. 설령 법적으로 '무죄'라고 해도 인격적인 대우를 못 받았다는 공관병들에게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건 '바람직한 대장의 자세'로도 보이지 않습니다.

"인사 특혜가 아니라 전우애?"
유죄가 나온 부분도 있습니다. 인사청탁입니다. 박 전 대장은 딱한 사정을 듣고 전우애 차원에서 들어준 것이라 부끄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6·25 참전용사인 아버지는 폐렴, 간호하던 어머니도 고관절 골절로 쓰러지셔서, 고향에서 근무하지 못하면 전역을 해야 한다는 딱한 사정을 듣고 도와줬다는 겁니다. 말 그대로라면 미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박 전 대장이 말하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박 전 대장과 이 부하 군인은 과거 같은 부대에 근무하면서 친분을 쌓았습니다. 이후에도 교회를 함께 다니면서 친하게 지냈습니다. (참고로 박 전 대장은 공관병의 조건으로 '기독교'를 원할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인입니다.) 이 부하 군인은 명절 때마다 선물도 보내면서 박 전 대장을 챙겨 왔습니다. 하소연할 곳 없는 군인이 사령관에게 사정을 봐달라고 했다고 순수하게 볼 수는 없는 겁니다. 1, 2심 재판부가 모두 순수한 의도로 보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부대 안에서 딱한 사정에 놓인 군인이 고충을 반영해달라고 호소할 절차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판결문에는 부하 군인이 정당한 절차를 무시하고 인사청탁을 했다고 돼 있습니다. 당시 이 부하 군인의 고충은 다른 사람보다 더 중하다고 판단되지 않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친분을 이용한 청탁으로 인사를 뒤집었던 겁니다. 친분으로 인사 청탁이 받아들여진다면 앞으로 다른 군인은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든 윗사람과 친분을 쌓으려 할 겁니다. 이른바 '줄서기'입니다. 그 결과, 순수하게 자신의 업무에 충실하며 일해온 '친분 없는' 군인은 공정한 기회를 잃게 되겠죠. 딱하다 해도 친분을 이용한 인사 청탁을 전우애로 포장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군사재판에 세워 적폐 청산의 상징으로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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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장이 억울해할 부분도 있었습니다. 박 전 대장이 모든 공관병을 이렇게 대우한 건 아닙니다. 본인의 입장에서는 많이 챙겨준 공관병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일부 잘못이 엄청나게 큰 공분을 사면서 여론의 심판을 받은 측면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 결과 평생 쌓아온 명예가 한순간에 실추됐습니다. 게다가 의혹이 제기되자마자 바로 전역 신청을 했는데 군이 보류시키고 군사 재판에 넘겼습니다. 불구속 기소도 가능했을 거고, 전역 후 민간 재판에 넘겼어도 되는데 말입니다. 불거진 건 '갑질' 논란인데 군검찰은 인사청탁과 뇌물 수수 의혹 등 다른 부분까지 조사해서 기소했습니다. 그 결과, 4성 장군은 영창에까지 있어야 했습니다. 이후 법원에서는 받을 보직이 없는데도 자동 전역을 시키지 않은 부분은 잘못됐다고 판결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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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군의 판단이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건 아닙니다. 의혹이 있는데 수사를 안 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문제가 불거졌는데 바로 전역을 허가하면 '봐주기' 비난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을 겁니다. 게다가 국방부 검찰단에서 수사에 착수한 시기는 자동전역일보다 앞섭니다. 또, 이후 법원에서 자동 전역이 맞다는 판단이 나오자, 곧바로 민간 법원으로 사건을 이송했습니다. 1, 2심 재판부는 이러한 이유로 전역을 미룬 건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군사재판에 기소한 것이 무효는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군검찰이 다른 의도로 박 전 대장을 군사재판에 회부했다고 볼 근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배려와 포용…아쉬운 덕장의 자세
개인적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긴 합니다. 4성 장군까지 지낸 사람을 이렇게까지 대해야 했을까. 박 전 대장은 이 과정에서 정권 차원의 압박도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당시 군검찰 내부 인사들의 진술도 일부 존재하고, 당시엔 박 전 대장이 전역해야 군 인사의 숨통이 풀리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적폐 청산의 희생양이 됐다는 박 전 대장의 의심에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인간적으로는 안타깝고, 단 한 건의 사건으로 인생이 부정당하고 궁지에 몰린 4성 장군이 짠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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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기자회견에서 드러난 박 전 대장의 발언은 옹호하기 어렵습니다. 배려와 포용이라는 덕장의 자세는 고사하고 시대착오적인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공관병에 대한 미안함, 인사청탁을 받은 것에 대한 죄책감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군이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없어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삼청교육대' 발언은 '갑질'보다 더 문제가 있습니다. 박 전 대장 입장에선 이마저도 말 한번 잘못했다가 또, 난처한 상황이 됐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한 정당에서 '귀한 분'으로 여겨졌던 분의 잘못된 가치관을 온 국민이 알게 한 '귀한 기자회견'을 해주신 것에만 감사하고 안타까운 마음은 접어야 할 것 같습니다.

## 이정미[smiling3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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