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과학TALK]브라운관에서 시작한 디스플레이의 진화...OLED⋅QD 논쟁까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신소재 기술이 일반 소비자들의 실생활에 닿기까지는 꽤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짧게는 50년에서 길게는 100년이 걸리기도 한다. 현존하는 최고의 디스플레이 중 하나로 평가받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역시 1950년대에 처음으로 개발된 이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2013년경에 상용화에 성공했다. OLED 상용화는 한국이 주도했다. 세계 시장에서 TV 등에 쓰이는 대형 OLED 패널은 LG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 용으로 쓰는 중소형 OLED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13조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이목을 끌고 있는 퀀텀닷(QD·양자점) 디스플레이는 비교적 '어린' 편에 속한다. 1970년대 벨 연구소의 루이스 부르스(Louis Brus) 박사와 러시아의 알렉세이 아키모프(Alexei Ekimov)박사에 의해 처음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퀀텀닷은 세상에 빛을 본지 40여년에 불과하지만 최근 들어 빠르게 기술이 진화하고 있다.

조선비즈

퀀텀닷 입자 크기에 따른 색 변화.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897년 독일에서 발명한 브라운관(CRT)에서 시작된 디스플레이 기술의 역사는 2000년대 평판 디스플레이 시대가 도래하며 PDP(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 LCD(액정표시장치)로 이어졌고 최근에는 더 높은 색 재현율과 얇은 디스플레이 구현이 가능한 OLED로 이어지고 있다.

OLED에도 약점은 있다. 기본적으로 소재 생산에 비용이 많이 들고 수분이나 산소에 노출되면 소재 특성이 변하기도 한다. 치명적인 건 '번인(Burn-in)'이다. 번인 현상이란 화면을 장시간 정지된 상태로 실행하거나 같은 이미지를 반복할 경우 화면 속 이미지의 일부 색상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거나 화면에 잔상이나 얼룩이 남는 현상을 말한다.

퀀텀닷의 경우 이같은 OLED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로 알려져 있다. 퀀텀닷은 지름이 수 나노미터(㎚) 이하 크기의 초미세 반도체 입자를 뜻한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로 퀀텀닷의 입자가 그만큼 작다는 뜻이다.

퀀텀닷의 발광 원리는 나노 입자의 크기에 따라 색이 변하는 특징을 이용한다. 가령 퀀텀닷 나노 입자의 크기가 7~8나노이면 빨간색, 6나노이면 녹색, 그보다 더 작게 만들면 파란색이 나오는 식이다. 입자 크기가 색채를 결정하는 만큼 디스플레이 기술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아주 작은 크기의 입자를 균일하게 만들 수 있는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이 중요하다.

퀀텀닷의 이같은 특성을 활용해 TV나 스마트폰 등 디스플레이 기술에 적용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퀀텀닷을 디스플레이에 적용하고 있는 데, 하나는 빛을 받아서 다시 원하는 색을 내는 형광(PL)방식과 전류를 통해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광(EL)방식이다.

퀀텀닷을 LCD와 결합한 게 PL 방식을 채택한 것이고, OLED와 연계한 게 EL 방식이다.학계에서는 퀀텀닷 소자가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광 방식의 디스플레이가 최종형 기술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삼성의 퀀텀닷 TV는 QD LCD 단계에 있다. 이후 QD OLED를 거쳐 QD LED 단계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가 삼성의 QD TV를 사실상 LCD라고 폄하하고 이후 QD OLED TV를 만들어도 현재 LG전자가 만드는 OLED TV와 다를 게 없다는 주장을 펴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하지만 퀀텀닷 소자로 이루어진 R(빨간색)·G(녹색)·B(파란색) 서브픽셀은 전류를 받아 스스로 빛을 내는데 색 재현력이 뛰어나고 전력 효율성도 높다. OLED와 달리 유기물이 아니라 무기물 형태이기 때문에 내구성 측면에서 더 안정적이고 적·녹·청색의 정확도도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색 구현 능력에서 이론적으로 앞서 보이는 퀀텀닷에도 약점은 있다. 우선 퀀텀닷은 아직까지 발광 소자로서 발광효율이 OLED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또 선명한 색이 나올 수 있도록 나노 크기 입자를 균일하게 만드는 공정도 난이도가 높고, OLED처럼 자발광 형태의 디스플레이로서 대량 양산이 가능한 지 여부도 아직 불투명하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퀀텀닷이 과학적으로 평가하기에 무기물 형태라는 장점 때문에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를 OLED의 진화형으로 보고 있지만 OLED와 동일한 구조에 발광 소자의 성질만 다르기 때문에 파생형으로 보기도 한다"며 "현재로서 발광효율이나 색재현력, 공정 난이도 등을 봤을때 어느쪽이 더 뛰어나다고 단언하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