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2019년 황교안·1997년 이회창 비교해 보니…황 ‘반문재인’ 깃발만, 이 ‘3김 청산’ 명분+혁신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총리 출신 ‘정치 신인’ 공통분모

황, 탄핵에 ‘모호’ 쇄신도 부족

이는 YS와 단절하며 새 피 수혈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 사진)와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보수통합에 시동을 걸었지만 시작부터 주도권 경쟁이 가열되면서 야권 새판짜기가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차, 쇄신 없는 몸불리기, 가치 부재 통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치권에선 1997년 민주당과 합당해 한나라당(한국당 전신)을 세운 이회창 전 총재(오른쪽)의 행보가 회자되고 있다. 황 대표와 이 전 총재 모두 국무총리 출신에 ‘정치신인’이란 공통 배경이 자리한다. 이 전 총재는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정치 청산’이란 명분을 내세운 통합 이후 2년여 뒤, 계파 보스를 청산하는 공천을 단행하며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반문재인’ 이외엔 뚜렷한 명분이 보이지 않는 황 대표가 5개월여 남은 내년 총선까지 이 전 총재 궤적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황 대표의 2019년 ‘반문재인 보수통합’과 이 전 총재의 1997년 ‘반3김체제 연대’는 여러모로 비견된다.

이전 정권과의 차별화부터 꼽힌다. 이 전 총재가 조순 당시 민주당 총재와 통합을 추진할 땐 외환위기를 초래한 김영삼 정부와 단절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황 대표는 아직까지 탄핵에 대한 입장에서 ‘황세모(△)’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모호함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일 보수통합 추진을 선언하면서도 “탄핵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과거를 넘어서 미래로 가야 한다”고만 했다. 단순히 유 의원 등 탄핵파와의 통합으로 ‘탄핵 보수’ 이미지를 덜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전 정부와의 절연 문제는 통합의 명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도 두 통합 사례가 비교된다.

이 전 총재와 민주당의 합당은 당시 대선을 앞두고 ‘3김 정치 청산’이란 공통 과제를 내세웠기에 설득력을 얻었다. 이 전 총재는 회고록(2017)에서 “당은 앞으로 30년 묵은 3김 구도와 3김 정치 청산을 지향하겠다고 역설했다”고 회고했다.

반면 황 대표의 통합 행보는 일단 ‘반문재인’이란 깃발만 나부끼고 있다. 탄핵에 대한 입장차를 덮을 만큼 호소력을 가질 수 있을지에 물음표가 붙는 이유다. 유 의원이 통합 조건으로 내건 ‘개혁보수’ 가치를 두고 향후 얼마나 의견 접근을 이룰지도 관건이다. 황 대표가 정치 입문 이래 보여준 ‘우향우’ 행보에 비춰볼 때는 회의적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통합을 전후한 ‘내부 혁신’도 두 정치신인 ‘이회창’과 ‘황교안’을 대비케 한다.

이 전 총재는 통합 후 2년여 뒤인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당의 파벌체제를 혁파했다. 권력 최고 실세였던 민정계 김윤환 전 부총재와 민주계인 이기택 전 부총재를 모두 공천에서 배제한 것이다. 이 전 총재가 “인간적으로 감내하기 힘든 고뇌를 겪게 했다”고 회상할 정도로 과감한 조치였다. 워낙 파장이 커 ‘피의 금요일’이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현 원희룡 제주지사 등 당시 젊고 새로운 인물들이 들어올 공간을 터준 것으로 평가된다.

결과적으로 ‘피의 금요일’에 단행한 공천으로 한나라당은 총선에서 승리하며 제1당을 차지했다.

황 대표도 ‘제1당 탈환’을 목표로 한 인적쇄신 요구에 직면한 상황이다.

이 전 총재를 ‘구세력’인 군사독재 출신이 주류인 민정계가 뒷받침했던 것처럼 황 대표 역시 친박근혜계에 둘러싸여 있다. 하지만 측근 쇄신은커녕 탄핵 책임을 지고 탈당한 ‘친박 맏형’ 서청원 의원과 ‘박근혜 복심’ 이정현 의원의 복당설이 흘러나오는 등 거꾸로 갈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영남권을 위시한 친박계가 총선기획단 전면에 포진하며 당이 친박 색채를 강화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관병 갑질’ 의혹 당사자인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 논란도 불거졌다. 황 대표가 총선까지 남은 5개월 동안 보수통합과 당 혁신을 이룰 수 있을지 회의적인 전망이 커지는 배경이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