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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뇌과학과 신경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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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뇌과학이란 말을 학문의 한 분야로만 이해하는 것을 넘어 거기에 어떤 특별한 권위나 심지어는 신비적인 의미까지 부여하려는 시도는 걸러서 보아야 마땅하다. 물론 뇌과학이 신경과학이자 의학의 한 분야로서 독자적인 연구와 성과가 꾸준히 주목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과학으로서 검증되는 내용에 한정되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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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이란 말은 꽤 익숙하다. 어떤 의미인지 일반인이 잘못 이해하고 있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 글자 그대로 두뇌를 연구하는 학문이니까. 그런데 학계에서 이 분야의 명칭은 ‘신경과학(neuroscience)’이다. 실제로 영미권에서는 뇌과학이 아니라 신경과학이라는 말을 주로 쓴다. 그런데 왜 우리에게는 뇌과학이라는 말이 친숙할까.

이건 어느 정도는 뇌과학이라는 용어를 쓰는 여러 복잡한 함의와 관계가 있다. 첫째로 뇌과학은 의학과는 별개로 여러 산업에 연관돼 있다. 자기계발이나 힐링,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뇌과학을 내세워 마케팅을 한다. 과학적으로 검증이 되었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뇌과학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뭔가 학문적 권위와 타당성을 지닌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뇌를 단층 촬영한 사진이라도 첨부되면 의미와는 상관없이 그런 믿음이 더 강화된다.

둘째로는 뇌가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는 핵심이라고 보는 선입견이다. 신체에서 두뇌를 제외한 다른 부분들은 단순히 딸린 부속 같은 존재로 간주한다. 과연 그럴까.

두뇌는 사실 신경계의 일부다. 우리가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모든 활동이 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기는 하지만, 몸 전체에 퍼져 있는 신경계에서 과연 어떤 부분이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아직 명쾌하게 규명된 바가 없다. 허기나 성욕 같은 원초적인 욕구가 두뇌를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도 있다. 특정한 자극에 탐닉해 그것만을 추구하는 중독에 빠지기도 한다. 두뇌는 엄밀히 말하면 신체의 각 부분에서 감각신경이 보내주는 정보들을 모은 다음 그저 그들 사이의 평형 상태, 즉 생물학적 생존을 지속하게 하는 컴퓨터 알고리듬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정신과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은 이 알고리듬이 깨진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뇌과학은 신경과학의 일부다.

이와 관련해서 유의할 점은 ‘과학문해도(science literacy)’이다. 일반인들이 뇌과학이나 신경과학을 대할 때, 다른 모든 과학기술 분야와 마찬가지로 얼마나 과학문해도를 갖추었으냐가 중요하다. 과학문해도란 무엇일까. 과학 상식을 많이 알면 알수록 높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

과학문해도는 수식이나 용어 등 과학에서 주요하게 쓰이는 개념들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가를 나타내는 말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가이다. 아무리 과학 팩트를 많이 알고 특정 분야의 지식에 밝더라도 그것이 곧 과학적 사고방식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문해도가 높은 사람이라면 적은 수의 표본을 가지고 섣불리 일반화를 하거나 처음부터 편향된 입장을 지닌 채 여러 사실을 의도대로 꿰맞추려는 일을 경계할 것이다. 그런데 주변에 보면 의외로 박사나 교수 같은 타이틀을 지니고도 과학문해도는 높지 않아 보이는 이들이 심심찮게 드러난다.

뇌과학이란 말을 학문의 한 분야로만 이해하는 것을 넘어 거기에 어떤 특별한 권위나 심지어는 신비적인 의미까지 부여하려는 시도는 걸러서 보아야 마땅하다. 물론 뇌과학이 신경과학이자 의학의 한 분야로서 독자적인 연구와 성과가 꾸준히 주목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과학으로서 검증되는 내용에 한정되어야 한다. 산업으로서 뇌과학이 일정한 지분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사실 긍정적인 결과의 실체가 플라시보 효과이거나 심리적 피드백인 경우가 많다. 이는 심리학에서 검증된 내용이다. 그런데 그런 해석이 아닌 확인할 수 없는 다른 이론들을 들어 뇌과학적 연구의 성과로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신중해야 할 일이다. 뇌과학에 낀 거품이 걷히고 엄정한 객관적 학문의 한 분야로서 제자리를 찾아가길 기대한다.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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