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군에 자료 제출이나 협조를 요구할 수 있지만, 현장 지휘관으로부터 장관도 모르는 내용을 직접 보고받는 것은 군 지휘 체계를 흔드는 일이다. 보고 및 명령 체계가 중요하지 않은 조직은 없겠지만 특히 군에서는 국민의 생명과 안위가 달린 문제다. 보고 체계가 무너지면 군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우리 군에서는 이런 비상식적 일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보고받은 안보실 1차장은 지난 7월 국방장관, 합참의장이 참석한 화상회의에서 현장 사단장을 직접 질책하는 월권행위를 하기도 했다. 청와대 행정관이 군 인사에 대한 설명을 듣겠다고 불러내면 육군참모총장이 달려나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청와대에 줄을 대고 비선 보고를 하는 군인들의 목적은 뻔하다. 인사권을 가진 청와대에 잘 보여 진급하거나 좋은 보직 얻겠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군만큼 진급에 목을 매는 조직도 없다. 진급 철이 다가오면 한쪽에서는 인맥을 총동원해 로비하고, 다른 쪽에서는 그 사실을 투서에 담아 뿌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청와대 눈에 들기 위해서라면 3성 장군이 자신이 국회에서 증언한 말을 한 달 만에 180도 뒤집는 일도 한다. 지금 안 보이는 곳에서 얼마나 많은 줄 대기와 비선 보고가 이뤄지고 있겠나. 이런 군이 나라를 어떻게 지키나. 군이 아니라 진급병(病) 걸린 사람들이 모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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