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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환점 도는 문재인정부 ④] 절박한 노동개혁, 프랑스 마크롱처럼 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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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노동 존중 사회' 실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첫 행보는 취임 사흘째 되는 날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한 것이었다. 이어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등 노동시장에 파장을 일으킬 정책을 줄줄이 쏟아냈다.

문제는 경제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정책을 과속 집행했다는 것이다. 임기 반환점을 도는 지금, 정부가 추진해온 친노동·반기업 정책은 고용과 투자가 함께 움츠러들면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특히 지난 2년 동안 29.1%나 오른 최저임금의 충격은 메가톤급이었다.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직격탄을 맞았고, 일자리는 되레 감소했다.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며 경제성장률, 수출 등 주요 경제지표에 요란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시행된 주 52시간제는 생산 차질 등 부작용을 낳고 있지만 이를 보완할 탄력근로제는 아직 입법화되지 못한 상태다. 내년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까지 적용될 경우 기업들의 비명은 더 커질 것이다. 최근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기업은 갈림길에 섰는데 정부가 일할 권리를 빼앗는다"며 주 52시간제를 비판했다. 플랫폼 노동자가 확대되는 등 노동 형태가 다양화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통적인 산업화 시대에나 맞는 획일적인 노동시간 준수는 시대착오적이라는 주장이다.

문재인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고용 성적표도 그리 좋지 않다. 지난 9월 15~64세 고용률은 67.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실업률도 3.1%로 1년 전보다 0.5%포인트 하락하는 등 숫자상으로는 회복세다. 하지만 이는 한국 경제 허리에 해당하는 40대 일자리가 줄어들고 재정을 풀어 만든 노인 일자리가 늘어난 결과여서 고용 개선이라고 평가하기 힘들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역시 핵심 과제였지만 비정규직은 1년 새 86만7000명이나 폭증했다. 일자리 정책에 3년간 61조원을 퍼부은 것치고는 허탈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친노동 정책 과속으로 인한 실책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과감한 노동개혁에 나서야 한다. 본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집권 하반기 문재인정부가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노동개혁'이 꼽혔다. 현 정부 들어 노동개혁은 사실상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어렵게 도입한 저성과자 해고와 성과연봉제 도입에 관한 '양대 노동지침'을 폐기하며 노동시장 경직성은 더 악화됐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올해 한국은 13위에 올랐지만 해고 비용 116위, 고용 및 해고 유연성 102위, 노사 협력 130위 등 노동 분야는 순위가 더 떨어졌다. 노동시장 경직성이 국가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촛불청구서를 내밀며 기득권 강화를 위한 투쟁으로 일관하는 노조에 우유부단하게 대응한 탓이 크다. 민주노총은 폭력 시위와 점거 농성을 되풀이했지만 정부는 이에 휘둘리는 모양새다. 민노총은 세 불리기에 나서 현재 조합원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대·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나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깨지지 않는 것도 기득권 노조가 노동 약자 위에 군림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개혁을 비롯한 사회적 대화 복원을 위해 2018년 출범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도 민노총 불참으로 파행을 겪고 있다.

문 대통령과 비슷한 시기에 당선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행보는 달랐다. 노동 존중을 강조한 문 대통령과 달리 마크롱 대통령은 과도한 노조 기득권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임금 근로 조건에 대한 노조의 협상권을 축소하고 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등 노동개혁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실업률은 낮아지고 정규직 비중도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문 대통령도 마크롱 대통령처럼 단호해져야 한다. 지금 경제 상황은 노동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만큼 절박하다. 개혁에는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문 대통령이 '권력화된 노조'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대타협에 나서도록 직접 설득하면서 노동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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