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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정부, '엽기 살인현장' 北선박 공개…"北에 인계 완료"(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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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m 길이 오징어잡이배…"비좁지만, 갑판-휴식공간 분리된 구조"

사상 첫 '탈북민 추방 절차' 마무리…사건실체 규명은 北 몫으로

연합뉴스

이 작은 배에서 16명을 차례로...
(서울=연합뉴스) 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기 위해 예인하고 있다. 해당 목선은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피 중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이 승선했던 목선으로, 탈북 주민 2명은 전날 북한으로 추방됐다. 2019.11.8 [통일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정부가 강제추방된 북한 주민 2명의 엽기적인 살인 행각 현장인 오징어잡이 배의 모습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8일 통일부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이 선박은 외형상 그동안 북방한계선(NLL)을 월선했다가 우리 당국에 의해 단속된 소형목선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정부 관계기관 합동조사에 따르면, 이 배의 길이는 15m(17t급)다. 지난 6월 삼척항에 자력 입항해 논란이 됐던 소형목선(10m)보다 조금 더 길다.

추방된 북한 주민 A, B씨는 동료 선원들과 함께 지난 8월 15일 함경북도 김책항을 출발해 러시아 해역 등을 다니며 오징어잡이를 하던 중 선장의 가혹 행위에 불만을 품고 또 다른 동료 C씨와 공모해 지난달 말 흉기와 둔기로 선장 등 3명을 살해했다.

범행이 발각될 것을 두려워한 이들은 나머지 선원들도 전원 살해하기로 모의하고 취침 중이던 선원들을 '근무 교대를 해야 한다'며 40분 간격으로 2명씩 불러내 살해하고 시신을 바다에 유기했다.

20명에 가까운 장정들이 생활하기에도 비좁아 보이지만, 이 선박은 아래쪽의 휴식공간과 조업공간인 갑판이 분리돼있는 구조여서 깊이 잠들어 있던 인원들은 밖에서 반복적으로 벌어진 비극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을 것으로 관계기관은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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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삼척항에 입항했던 北소형목선
[합동참모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이들이 오징어를 팔아 자금을 마련한 뒤 자강도로 도주하려고 김책항 인근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C씨가 북한당국에 체포됐고, 나머지 2명은 NLL을 남하해 계속 도주극을 벌이다 지난 2일 추적 작전을 전개한 우리 해군 당국에 검거됐다.

이들은 조사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그러나 순수한 귀순 의사로 보기 어렵다고 보고 추방 방침을 정하고 지난 7일 오후 판문점을 통해 북한당국에 신병을 인계했다.

김은한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여러 가지 발언의 일관성이라든가 정황을 종합한 결과, 순수한 귀순 과정의 의사라고 보기보다는 범죄 후 도주 목적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남측으로 온 북한 주민에 대한 추방조치는 처음있는 일로, 김 부대변인은 이번 조치가 당사자 진술 등 정황 증거뿐 아니라 어느 정도 '물증'을 확보한 상태에서 이뤄진 조치라는 점도 시사했다.

김 부대변인은 '(선박 안에서) 사람들의 혈흔이나 DNA 같은 것들을 감식했느냐'는 질문에 "혈흔 같은 것은, 어느 정도 배 안에 그러한 (범행) 흔적도 있었던 것으로 저희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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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집단살인사건' 탈북민 목선, 북측에 인계
(서울=연합뉴스) 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고 있다. 해당 목선은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피 중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이 승선했던 목선으로, 탈북 주민 2명은 전날 북한으로 추방됐다. 2019.11.8 [통일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photo@yna.co.kr



다만 향후 북한당국의 수사가 진행될 것을 고려해 북한주민들과 선박을 대상으로 한 정밀 포렌식 작업 등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동해 모처에 보관해온 이 선박도 이날 오후 2시 8분∼51분 북측으로 인계했다.

북한 주민들과 선박이 모두 북측으로 넘어감에 따라 이 사건의 실체적인 진실을 밝힐 책임 역시 북한당국의 몫으로 남게 됐지만, 북한 체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수사 결과가 외부에 공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js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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