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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손톱만한 알약 삼켰더니…腸 검사·시술 다 하는 `마이크로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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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광주 북구의 전남대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 알약 모양의 작은 마이크로로봇이 꾸물꾸물 소장 속을 움직이다가 병변 부위에서 멈춰 섰다. 잠시 후 블레이드(소형 칼날)가 천천히 돌아가면서 내벽의 조직을 살짝 떼어냈다. 조직 검사를 위해서다. 또 다른 캡슐은 병변 부위에 약물을 분사했다. 박종오 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 원장은 "약물 대신 염료를 분사하면 병변 부위를 염색해 의사들이 찾기 편하게 표시해둘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 연구진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3세대 다기능 캡슐 내시경을 공개했다. 캡슐 내시경들은 길이 30㎜, 지름 10㎜가량으로 손가락보다 작은 크기다. 캡슐 내시경은 알약처럼 생긴 초소형 내시경이다. 입으로 삼키면 케이블로 연결돼 있는 기존의 내시경과 달리 통증 없는 내시경 검사가 가능하다. 캡슐 내시경으로 채취한 체내 조직은 배변 활동을 통해 캡슐 내시경이 몸 밖으로 배출될 때 캡슐 속에 그대로 담겨 나오기 때문에 조직 검사에 활용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기존 캡슐 내시경의 진단 기능에 조직 검사, 약물 전달과 위치 표식 등 기능을 모듈화해 추가했다. 특히 캡슐을 이동하는 데 사용하는 전자기장 발생장치로 모듈 변경과 각종 동작까지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를 이끈 김창세 연구부장(전남대 교수)은 "기존에는 내시경 검사를 한 뒤 시술을 위해 또다시 내시경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다기능 캡슐 내시경을 활용하면 캡슐 내시경만으로 진단부터 치료까지 소화기 시술을 마칠 수 있어 환자들의 불편함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들어 크기가 수 ㎝ 이하인 마이크로로봇들이 다양한 형태로 속속 개발되고 있다. 마이크로로봇은 일반적인 크기의 로봇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좁은 공간이나 복잡한 구조에 들어갈 수 있고, 크기가 작아 눈에 띄지 않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덕분에 생체 내 병변 부위의 진단과 암 치료, 정밀 수술은 물론 미세 조작과 정밀 조립, 대기·수질 환경 모니터링, 정찰, 우주 탐사 등에 널리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마이크로로봇 연구가 가장 활발한 분야는 바이오·의료 분야다. 지난 7월 왕리훙 미국 칼텍 교수 연구진은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입자형 마이크로로봇을 개발했다. 마그네슘으로 이뤄진 주형에 약물을 넣고 얇은 금과 파릴렌을 코팅한 것으로, 연구진은 이 입자들을 다시 특수 보호 캡슐에 넣어 삼키도록 만들었다. 이 보호 캡슐은 근적외선(NIR) 레이저가 조사됐을 때만 분해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레이저가 조사되지 않은 부위에서는 마이크로로봇들이 활성화되지 않는다. 염증 부위에만 선택적으로 약물을 전달해 약물 전달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 소장 내벽에 염증이 있다면 캡슐이 소장에 도달했을 때쯤 NIR 레이저를 조사하면 캡슐 안에 있던 마이크로로봇 입자들이 밖으로 나오게 된다. 연구진은 구형의 마이크로로봇 입자의 일부 부위만 금과 파릴렌으로 코팅을 하지 않고 그대로 마그네슘 재질이 밖으로 노출되도록 만들었다.

마그네슘은 액체와 산화 반응을 하면서 극미량의 수소 기체를 낸다. 이렇게 기포가 발생하는 힘으로 동력을 얻어 약물이 골고루 염증 부위에 퍼지도록 만든 것이다. 약물이 다 소진되고 나면 마이크로로봇 입자는 생분해돼 사라지게 된다.

국내에서도 마이크로의료로봇은 국정 과제로 선정될 만큼 관심을 끌고 있다. 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을 중심으로 국내 산학연 연구진은 올해부터 4년간 마이크로의료로봇 실용화를 위한 연구개발(R&D) 사업(총 229억원)을 추진한다. 인체 내 마이크로로봇 주행이나 운동을 부가하는 구동 모듈과 목표 지점까지 치료제 등을 전달하는 캐리어 모듈, 실시간 위치 추적을 위한 인식·시각화 모듈, 다기능 진단·치료 모듈 등 총 4가지 모듈을 개발해 질환별로 모듈을 조합해 맞춤형 마이크로의료로봇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최홍수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공학전공 교수 연구진은 최근 복잡한 혈관 내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조향과 이동이 가능해 심혈관 질환이 발생한 부위까지 정확하게 도달할 수 있는 가이드와이어 부착형 마이크로로봇을 개발했다. 기존에는 만성완전폐쇄병변(CTO) 등 심혈관 질환을 시술하기 위해 가이드와이어를 활용했지만 의사가 수동으로 방향과 위치를 제어하기 때문에 주입 과정에서 불필요한 상처를 낼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지난 6월 최 교수팀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와 함께 마이크로로봇으로 줄기세포의 정확한 이송과 이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발표한 바 있다. 최 교수는 "기존 줄기세포 치료법은 세포 전달 과정에서 손실이 많아 치료 효율과 안전성은 낮은데 치료 비용이 높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마이크로로봇을 활용하면 줄기세포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빠르고 정밀하게 이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체를 모방한 마이크로로봇들도 각광받고 있다. 노아 재퍼리스 미국 하버드대 위스생물공학연구소 교수 연구진은 벌의 날개 구조를 모방한 '로보비 X윙'을 개발해 지난 6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벌처럼 생긴 이 로봇은 날개 폭 3.5㎝, 무게 259㎎에 불과하지만 초당 173회 날갯짓을 하며 혼자 3차원 공간을 자유자재로 날 수 있고 물속을 헤엄칠 수도 있다.

앞서 2015년 조규진·김호영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와 로버트 우드 미국 하버드대 교수 공동 연구진은 소금쟁이가 물 위를 박차고 도약하는 원리를 밝혀 소금쟁이처럼 물 위에서 걷거나 뛸 수 있는 몸 길이 약 2㎝ 수준의 소금쟁이 로봇을 개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소금쟁이 로봇은 몸길이의 7배에 이르는 최대 14㎝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 이렇게 작은 곤충을 모방한 마이크로로봇들은 군집으로 다양한 환경 감시와 정찰, 탐사 임무에 활용이 가능하다.

정밀 수술과 미세 조작을 위한 마이크로로봇도 있다. 중국 하얼빈대 연구진은 자기를 띠는 콜로이드 입자 군집을 하나의 마이크로로봇으로 활용하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냈다.

취리히공대 연구진이 선보인 안과 수술용 마이크로로봇 '옥토맥'은 눈의 혈관 굵기보다 가는 바늘이 달린 로봇으로 외부의 전자기장 발생장치로 정밀한 조향과 제어가 가능해 인적 오류를 줄이고 안과 수술 성공률을 높여 줄 것으로 기대된다. 위스생물공학연구소의 '밀리델타'는 3개의 다리로 물체를 상하로 움직이거나 회전시킬 수 있어 산업 분야의 미세 조립과 정밀 3D 프린팅 등에 응용할 수 있다.

모터 없이 움직이는 '공작거미 로봇'…웨어러블 기기 효율 높이는 데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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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거미를 모방한 소프트 마이크로로봇 `공작거미 로봇`. 몸속 순환계의 유압을 이용해 다리 등을 움직인다. [사진 제공 = 하버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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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로봇 중에서도 '소프트 마이크로로봇'은 부드러운 소재로 이뤄져 있다. 이는 딱딱한 모터 없이 구동할 수 있는 차세대 소프트 로봇이나 웨어러블 기기 구현을 위한 검증용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당장 기능할 수는 없지만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구현된 소프트 마이크로로봇들이 로봇공학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와 보스턴대 공동 연구진이 개발한 손가락 크기의 '공작거미 로봇'이 대표적이다. 연구진은 리소그래피 기술을 이용해 탄성 실리콘을 12개 층으로 쌓고 내부에 유체가 흐를 수 있는 순환계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유체를 흘려보내 발생하는 유압을 동력원으로 8개 다리를 움직이는 원리다. 각 다리에는 관절이 있어 구부리는 것도 가능하다. 연구진의 셰일라 루소 보스턴대 교수는 "기존 소프트 로봇들은 굉장히 단순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공작거미 로봇은 유압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자유자재로 다리를 움직이거나 자세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자유도(움직임을 나타내는 변수의 수)가 18개에 이른다"며 "이 연구 결과는 차세대 소프트 로봇은 물론 효율적인 웨어러블 기기 구동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박성진 하버드대 위스생물공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배터리 없이 물속을 헤엄칠 수 있는 소프트 마이크로로봇인 '가오리 로봇'을 만들었다. 가오리 로봇 크기는 실제 가오리의 10분의 1 정도로 무게는 10g, 몸통 너비는 16㎜ 수준으로 동전 크기와 비슷하다.

가오리 로봇은 배터리 없이 뛰는 인공심장을 만들기 위한 전 단계로 개발됐다. 박 연구원은 "감각 정보를 스스로 처리하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인공생명체를 만들어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 =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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