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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반환점 돈 文정부]청문회 무시·돌려막기… '조국 강행' 인사참사 종합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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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보고서 채택없이 임명강행 장관급 22명

2000년 청문회 도입 이후 역대 정부 기록 넘어서

돌려막기·7대 인사검증기준 지적도 지속

이데일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9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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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22명. 문재인 대통령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한 장관급 인사의 숫자다. 임기 절반을 채 돌기 전 전임 정부들의 기록을 이미 넘어섰다. ‘국회 무시’와 ‘돌려 막기’ 인사는 문 정부 초기부터 고질적인 문제로 꼽혔다. 문 정부에 결정적 균열을 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 강행은 이같은 인사 실패의 종합판이었던 셈이다. 야당의 비판을 국정 운영의 파트너의 목소리로 듣고, 인사 검증 기준을 대폭 다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문보고서 채택없이 임명강행 임기반만 역대 최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9일 조 전 장관을 비롯한 ‘8·9 개각’ 인사들에 임명장을 주며 “개혁성이 강한 인사일수록 인사청문 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자녀의 입시비리, 사모펀드 투자 등 각종 의혹으로 청문회 개최 합의에 난항을 겪다 기자간담회 형태의 ‘셀프청문회’를 한 뒤에야 청문 절차를 거쳤다. 국회는 조 전 장관의 임명에 반대하며 다른 장관급 인사 후보자들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까지 합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끝내 이들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면서, 후보자의 부적절성이나 임명 과정의 문제점이 아닌 ‘개혁적 인물에 대한 반발’로 화살을 돌렸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인식은 출범 초기부터 일관되게 이어져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1월 1기 내각 마무리 인사로 중소벤처기업부에 홍종학 전 장관을 임명하면서 “반대가 많았던 장관님들이 오히려 더 잘 한다는 가설이 정말 그렇게 되도록 해달라”고 했다. 홍 전 장관은 ‘쪼개기 증여’가 문제가 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임명하면서도 “‘인사청문회 때 많이 시달린 분들이 오히려 일을 더 잘한다’라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는 만큼 업무에서 아주 유능하다는 걸 보여달라”고 했다. 유 장관과 관련해서는 자녀의 위장전입이 문제가 됐다. 문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회 취지에 대해 “청와대의 자체 인사 검증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국회와 함께 한번 더 살펴봄으로써 더 좋은 인재를 발탁하기 위한 것”(지난 9월 임명수여식)이라고 밝히면서도 국회 반대에도 임명 강행을 반복한 것이다.

문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청문보고서 채택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22명으로, 지난 2000년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이명박 정부(17명), 박근혜 정부(10명), 노무현 정부(3명)의 기록을 임기 절반만에 넘어섰다. 야당은 청문보고서 채택없는 임명 강행마다 “반의회적 폭거”라고 반발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를 존중하고 있다”고만 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통령이 인사청문회를 부차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헌법상 국회 동의가 의무화돼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별성을 이야기하신 것일 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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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정책실장→주중대사·법제처장→인사수석…끝없는 ‘돌려막기’

한 번 임명했던 인물을 자리를 바꿔 재기용하는 ‘돌려 막기’ 인사의 문제도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인물을 기용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다른 목소리’를 반영할 정책 확장의 여지가 줄고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정책실장에서 주중 대사로 자리를 옮긴 장하성 대사가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장 대사는 앞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 부진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의 갈등으로 지난해 11월 사실상 경질된 이후 올 3월 주중대사에 임명됐다. 장 대사는 교수 재직 당시 중국에서 두 차례 교환교수 등을 지낸 경험은 있으나 외교 경력은 없다. 같은 시기 남관표 전 국가안보실 2차장도 주일대사로 임명됐다. 남 대사의 일본과의 인연은 지난 1990년 주일대사관 1등 서기관 근무가 유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인사 당시 문 대통령이 변호사 당시 법무법인 부산에서부터 함께 활동했던 김외숙 전 법제처장을 인사수석에 다시 임명하며 김형연 전 법무비서관을 법제처장으로 기용한 것도 돌려막기 인사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문 정부가 내세운 7대 인사 검증 기준이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정부는 병역기피, 세금 탈루, 불법적 재산증식, 위장전입, 연구 부정행위, 음주운전, 성 비위 등의 부적격 기록이 있는 인사는 원천 배제한다는 고위공직자 7대 인사 검증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조 전 장관과 관련해서도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임명 강행 이유를 설명했는데, 이 경우 7대 검증 기준이 오히려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의 방패막이 되어준 셈이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청문회에서의 합의 불발에도 임명 강행이 반복되는 데에는 야당에 대한 국정운영의 파트너로서의 인식이 부족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치부하기 때문”이라며 “현실적으로 코드인사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더라도 인사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평판 평가를 크게 확대하고 검증 기준을 다면화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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