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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0.1%'에 갈린 분양가 상한제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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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셋 지정' 근거 데이터 신뢰성 논란 지속 될 듯

한국감정원 데이터 정확성 확보해야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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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정부가 6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지만 지정 기준과 관련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동(洞)별 '핀셋 규제'의 판단 근거인 '핀셋 통계' 자체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국감정원 통계를 기초로 다양한 변수를 반영했다고 밝혔지만 감정원 통계 데이터는 전체 가구의 0.1%도 안 된다.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가 이날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을 결정하면서 고려한 요건은 크게 3가지다. ▲직전 1년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했거나 ▲분양이 있었던 직전 2개월간 청약경쟁률이 일반 주택은 5대 1, 국민주택규모(85㎡) 이하는 10대 1을 초과했거나 ▲직전 3개월 주택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한 경우 중 주택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등할 우려가 있느냐가 동별 지정을 가른 요인이었다.


문제는 이 중 청약 경쟁률을 제외한 2가지를 자의적으로 해석할 요지가 있다는 데 있다. 먼저 직전 3개월 주택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한 경우 중 주택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등할 우려가 있느냐에 대한 판단 근거 자체가 미약하다. 주정심은 한국감정원 통계를 기초로 다양한 변수를 반영해 지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감정원의 주간 매매가격 동향은 신뢰도 측면에서 수차례 지적을 받아왔다. 한국감정원은 지난해만 해도 주간동향을 산출하기 위해 전국 1038만가구의 아파트 중 0.07%인 7400가구를 표본으로 삼았으나 정확성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올 들어 표본 수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 목표로 하는 표본 수는 1만6000가구다. 그러나 이 역시 전체 가구의 0.15%밖에 되지 않는 규모다.


감정원의 전국 아파트 가격동향 지수와 실거래가에 기반한 공동주택 실거래가지수가 상이한 흐름을 보이는 경우가 잦다는 것도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게 하는 요인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동안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평균 100.6이었던 반면 감정원의 아파트 가격동향지수는 평균 99.7을 기록했다. 실거래가지수는 '100'을 웃돈 반면 감정원 가격동향은 이에 미달한 것이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월간 실거래가지수가 평균 117.5를 기록했지만 감정원 가격동향지수는 평균 107.8을 나타내 더 큰 격차를 보였다.


실거래가와 가격동향 추세가 엇갈리는 이례적인 경우도 있었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올해 4월 115.8로 6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 6월까지 3개월 연속 상승한 반면 감정원의 서울 아파트 가격동향지수는 4월 107.3, 5월 107.1, 6월 107.0으로 되레 하락했다. 오랜 기간 발표한 기존 통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동 단위' 미세 조사의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또 다른 요건인 직전 1년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했느냐는 판단도 반발을 키우고 있다. 현행 분양가 통계(주택도시보증공사 기준)는 시도 단위로 집계된다. 특정 지역의 분양가 통계가 없으면 분양가상한제 적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해당 동에 대해서는 서울 평균값을 적용하는 것이다. 결국 최근 1년 동안 물가상승률은 0.4%에 불과했지만 서울 분양가는 20% 이상 급등한 탓에 서울 25개 구와 속한 동은 모두 규제 대상이 됐다.


정량요건에 이어 정성요건은 또 다른 논란거리다. 국토부는 정량 지정요건을 충족하는 지역 중 집값 불안 우려가 큰 지역을 선별해 지정했다고 밝혔지만 되레 객관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집값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이라는 추상적 기준을 추가해 해석의 여지를 키웠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감정원과 주택도시보증공사 데이터로 분양가상한제 지역을 동별로 지정하기에는 어려운게 사실"이라며 "실거래가 자료를 이용하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동별 핀셋 규제를 하고 싶다면 관련 데이터의 신뢰성을 더욱 강화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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