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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차장칼럼] 왜 AI에 뛰어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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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자고 일어나면 인공지능(AI)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네이버 개발자 행사 '데뷰 2019'에 참석해 범 국가 차원의 지원을 약속한 뒤 KT는 AI 전문 회사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했고 ICT시장을 놓고 전 분야에 걸쳐 경쟁하던 SK텔레콤과 카카오는 손을 잡았다. 삼성전자도 세계 AI 석학들을 모아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기업들 대부분이 뛰어드는 것을 보아하니 단순한 유행에 그치지는 않을 것 같다. 현장에서 기업들을 만나보면 위기감이 가득하다. 국내서는 개발자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막 태동 단계에 들어선 산업이지만 이미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독자적 알고리즘을 가진 AI들을 개발해 산업 전 영역에 활용하기 때문이다. 의지는 강하지만 방법에는 의문이 간다.


한국어로 육하원칙은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순서로 전개된다. 영어권에서도 문장 구조에 맞춰 누구를 뜻하는 Who가 가장 앞에 쓰일 뿐 동일하다. 육하원칙은 과거의 일을 해석하는 인간의 논리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앞으로 벌어질 일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영국 작가 사이먼 시넥은 육하원칙 중 세가지 순서를 바꿔 왜(Why)→무엇을(What)→어떻게(How)의 순서로 사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왜라는 물음에서 기업의 비전이 실현될 경우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아마존과 넷플릭스의 AI는 비슷하게 기능하지만 시작부터 다르다. 전자상거래가 주업인 아마존의 AI는 잘 파는 데 집중한다. 베스트셀러 위주로 추천하고 여러 상품을 비교해 볼 수 있도록 제공한다. 모니터 뒤편에 수완 좋은 영업 사원이 "자자 이게 제일 좋아요"라고 부추기는 역을 AI에 맡겨 놓았다.


반면 넷플릭스의 AI는 오래된 비디오 대여점 주인에 가깝다. 잘 나가는 비디오는 당연히 모든 사람이 원하지만 그의 역할은 구석에 먼지만 쌓여 있는 비디오를 대여해 수익을 높이는 일이다. 물건을 많이 팔기 위해, 싼 비디오를 추천하기 위해서라는 왜? 라는 물음이 가장 먼저다.


AI 사업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왜? AI가 필요한가? 어떤 생각을 하는 AI를 만들 것인가? 어떻게 만들지는 그다음이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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