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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VIEW POINT] `조국사퇴` 3주만에 스스로 무너지는 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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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채 3주도 안 걸렸다. 자유한국당은 스스로 무너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로 정국이 새롭게 바뀌었지만, 내부 쇄신보다는 손쉬운 조국 정국에만 매달린 탓이다. 한때 9%까지 좁혀졌던 더불어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지난주 17%로 다시 벌어졌을 정도다. 지금처럼이라면 그 격차는 더 확대될 수도 있다.

광화문집회에도 갔었다는 40대 후반의 한 직장인은 "조국 반대가 한국당 지지는 아니다. 박근혜 탄핵 사태 이후 전혀 바뀌지 않은 한국당을 대안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주 갤럽조사에서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무당층이 한국당 지지율을 한 달여 만에 앞질렀다. 여론은 한국당이 뭔가 착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국민은 지난 9월 6일 힘들게 열린 조국 인사청문회를 맹탕으로 만든 한국당을 기억한다. "차라리 청문회를 안 하는 게 나았다" "해명 자리만 만들어줬다"며 국민이 나선 곳이 광화문이다. 한국당이 '10월 항쟁'을 전면에 내세울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표창장을 나눠주고 공천 가산점을 주겠다며 잔치를 벌이는 듯한 모습에 국민이 화가 난 이유다. 물론 억울할 수 있다. 왜곡 전달됐을 수 있다. 하지만 선제적인 당 쇄신책을 쏟아냈다면 이런 논란조차 없었다. 혁신을 기대했던, 변화를 기다렸던 국민에게 한국당이 3주간 무엇을 보여줬나. 조 전 장관이 사퇴하자마자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다음 국회로 넘기자"고 기다렸다는 듯이 입장을 밝혔다. 한국당이 '검찰개혁은 찬성하지만 공수처는 안 된다'가 아니라 검찰개혁 자체를 반대한다는 시그널로 국민은 읽었다.

인적 쇄신도 마찬가지다. 당 쇄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외부 인재 영입이 되레 '인재 영입 파동'으로 불릴 정도로 역풍을 불렀다.

오히려 변화와 혁신의 바람은 민주당에서 먼저 고개를 들었다. 그사이 민주당은 현역의원 2명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당 쇄신의 물꼬를 텄다. 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까지 대놓고 거론할 정도로 당내 변화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야당과는 뚜렷하게 차별화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당에서 불출마 선언을 한 현역 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 당 쇄신의 목소리도 없다. 한국당의 한 3선 의원은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다들 지역구에 내려가 있다. 의원들을 한곳에 모으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오로지 본인의 공천과 당선에 온 신경이 가 있으니 당 혁신과 국민 여론은 뒷전이다.

국민은 야당의 자멸, 곧 여당의 독주보다는 견제와 균형을 늘 원한다. 지금의 한국당이 그 견제 세력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부 국회반장 = 송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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