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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두산의 오재원, 오재원의 두산, FA 앞둔 캡틴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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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태형 감독과 오재원 등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2019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승리해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와 함께 환호하고있다. 2019.10.26. 고척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재원이도 잘 참았고, 나도 잘 참았다.”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KS)에서 우승을 차지한 ‘명장’ 김태형 감독(52)에게 주장 오재원(34)은 유독 애틋했다. 성적과 결과가 최우선인 프로야구 세계에서 사령탑의 짐을 함께 나눌 주장의 존재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올시즌 두산은 말그대로 ‘미러클‘이었다. 8월까진 선두 SK에 9경기 차로 밀려 2위는 커녕 3위 자리까지 내려 앉았지만, 특유의 ‘뚝심 야구’로 SK를 추격하더니 결국, 정규시즌 마지막 날 판도를 바꿨다. 극적으로 패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한 두산은 기세를 이어가 KS에서도 4-0 완승으로 통산 6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드라마같은 한 해였다.

빛나는 영광 속에는 언제나 누군가의 고충과 희생이 뒤따르는 법이다. 올시즌은 캡틴 오재원에게 그랬다. 크게 떨어진 성적이 원인이다. 올 정규시즌 오재원의 타율은 0.164에 그쳤다. 2007년 프로 데뷔 이후 1할대 타율은 처음이다. 붙박이 2루수로 활약했던 오재원이지만 최악의 성적 여파로 번번이 주전에서 밀려났다. KS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 2차전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벤치에서 팀원들의 활약을 묵묵히 지켜봤다.

김 감독은 이러한 오재원의 고된 길을 함께 걸어온 장본인이다. 김 감독은 지난 30일 재계약과 관련해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서 “올시즌 저도 힘들고 재원이도 힘들었다. 고참으로서 슬럼프가 와서 표정도 안 좋고, 주장인데 팀을 리드해야 하는데 힘들어했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저도 많이 갈등했다. (오재원의) 개인 성적이 팀에 해가 되진 않을까 생각했지만, 본인이 가장 힘들 것 같더라. 2015~2016년에도 자기 역할을 충분히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 거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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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오재원이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KBO리그 키움과 두산의 한국시리즈 4차전서 키움 최원태를 상대로 역전 적시타를 치고 있다.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김 감독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KS에서는 베테랑 오재원의 관록과 경험치가 완벽히 빛났다. 2차전 교체 출전한 오재원은 9회말 무사 1루에서 2루타를 쳐 역전 발판을 마련했고, 팀 승리로 직결됐다. 4차전에서는 5타수 3안타 3타점 1득점으로 그간의 부진을 털고 훨훨 날았다. 이날 데일리 최우수선수(MVP) 영예까지 안으며 환히 웃었다.

올시즌 유종의 미를 거둔 오재원에게 남은 것은 FA다. 오재원은 KS 우승 직후 “시장 평가를 받겠다. FA 자격을 행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난 29일 KBO 리그 역대 최고 대우로 다시 두산과 동행하게 된 김 감독은 오재원과 끝까지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을 내비쳤다. 김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재원이에게 빨리 계약하라고 했다”며 “KS 우승 후에 따로 재원이만 불러서 얘기를 했다. 너도 잘 참았고, 나도 잘 참았다고. 우리 둘 다 잘 참은 것 같다. 아무 생각하지 말고 나하고 여기 있자. 일단 해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빨리 계약 했으면 좋겠다”며 장난 섞인 미소도 보였다.

두산에는 이미 최주환이 2루수로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류지혁이라는 백업 자원도 보유했다. 34세의 나이, 금액 등 고려해야 할 상황은 너무도 많다. 그러나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주장, 팀 플레이의 균형을 잡아주는 베테랑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재원은 두산에서 이 모든 역할을 해냈다. 두산이 적정 금액으로 오재원을 붙잡고 싶어하는 이유다. 복잡한 상황 속에서 구단과 오재원이 완벽한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younw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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