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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英 12월 12일 조기총선…존슨 브렉시트 승부수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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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9일(현지시간) 하원에서 조기 총선 실시에 대한 `단축 법안`을 통과시킨 뒤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로 들어서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A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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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혼란을 끝내기 위해 영국 하원이 오는 12월 12일 조기 총선을 실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 강행과 향후 국정운영 장악력 확보를, 야당인 노동당은 정권 교체와 브렉시트를 뒤집을 제2 국민투표 실시를 노리는 노림수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들은 하원 과반 의석 확보를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 내 브렉시트 민심이 극도로 분열된 상황에 사실상 '브렉시트 총선'이 될 조기 총선에서 양당 모두 과반 확보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 브렉시트 정국이 오히려 장기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하원은 29일(현지시간) 밤 "12월 12일 총선을 개최한다"는 한 줄짜리 문장으로 이뤄진 정부의 '단축 법안(Short Bill)'을 찬성 438표, 반대 20표로 통과시켰다.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면 이번 주말께 정식 법률로 효력을 갖게 된다. 이에 따라 영국은 1923년 이후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인 12월에 총선을 실시하게 됐다. 당초 영국의 다음 총선은 2017년 조기 총선에 따라 2022년 실시할 예정이었다.

존슨 총리의 조기 총선 승부수는 네 번째 도전 만에 성사됐다. 존슨 총리는 보수당이 하원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자신의 브렉시트 계획이 번번이 의회에서 가로막히자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들었다. 영국 하원 의석수는 총 650석인데 보수당 의석은 하원의장을 제외하면 과반에 훨씬 못 미치는 288석에 불과하다. 존슨 총리는 전날 '고정임기 의회법(Fixed-term Parliaments Act 2011)'을 토대로 세 번째 조기 총선 동의안을 상정했지만 통과에 필요한 전체 의석의 3분의 2 찬성을 얻지 못했다. 이에 존슨 총리는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하원 과반 지지만 얻으면 통과될 수 있는 단축 법안을 다시 상정했고, 결국 조기 총선을 얻어냈다. 존슨 총리는 표결 승리를 위해 지난달 당론에 반해 투표했다는 이유로 출당시켰던 보수당 의원 21명 중 10명도 복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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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3차례 부결됐던 조기 총선 법안이 하원을 통과한 건 노동당을 포함한 야당이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이날 오전 예비내각회의를 개최해 조기 총선 찬성 입장을 공식화했다. 그는 "EU가 브렉시트를 1월 31일까지 연기했으므로 3개월 동안 '노 딜' 위험은 사라졌다"며 입장 변화 이유를 밝혔다. 조기 총선이 결정된 직후 내놓은 성명에서는 "이번 선거는 나라를 변화시키고 국민을 억압하는 기득권에 대응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라며 "이번 선거의 기회는 명확하다. 노동당은 여러분 편이지만 보리스 존슨의 보수당은 소수의 특권층만 신경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3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제4당인 자유민주당도 그동안 브렉시트 자체에 반대해 온 만큼 이번 총선에서 EU 잔류 지지자들을 결집해 최대한 많은 의석수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조 스윈슨 자유민주당 대표는 "이번 총선은 수 세대 동안 이 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며 "브렉시트를 중단시킬 정부를 세울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말했다. 보수당은 여론조사에서 지난 7월 말 존슨 총리 취임 이후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조기 총선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주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가 일간 더타임스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보수당 지지율은 36%로 노동당(23%)에 크게 앞섰다. 자유민주당이 18%, 브렉시트당이 12%였다.

조기 총선이 크리스마스를 불과 2주도 남겨놓지 않은 12월 12일 열리는 것이 투표율을 떨어뜨려 노동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노동당 지지층인 대학생들이 12일 대부분 학기를 마치고 방학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에 노동당은 12월 12일이 아니라 학기 종료 전인 9일로 투표일을 앞당기는 내용의 수정안을 표결에 부쳤다. 하지만 수정안은 찬성 295표, 반대 315표로 부결됐다.

보수당 내부에서도 조기 총선이 도박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보수당의 과반 의석 확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임 테리사 메이 총리도 2017년 보수당 지지율이 노동당에 비해 20%포인트 더 높다는 여론조사를 믿고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오히려 12석을 잃고 318석 확보에 그치며 기존 과반 의석까지 상실한 바 있다. 이후 메이 총리는 단독 과반 정당이 없는 이른바 '헝 의회(Hung Parliament)' 탄생에 따라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과 손잡고 겨우 정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번 조기 총선에서도 또다시 헝 의회가 재현될 가능성을 보수당은 우려하고 있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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