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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24시 편의점' 4만개 시대…현실은 알바비 못 줘 밤에 불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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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4만개 넘어섰지만 ‘24시 편의점’ 감소 추세
야간 영업 수지타산 안 맞아 밤샘 영업 중단 신청
"최저임금 등 비용 지출 늘고 매출은 오히려 줄어"
日도 24시 편의점 퇴출 수순 밟지만 韓과 원인 정반대

‘24시간 영업’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편의점이 밤샘 영업을 줄이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에 힘입어 전국에 4만개를 돌파한 편의점은 경기침체, 최처임금 상승이 맞물리며 심야시간에 적자를 내고 있다.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심야영업을 중단하는 일본 편의점 상황과 대비된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국내 3대 편의점 점포수는 3만7156개로 전년 동기 대비 1600여개 증가했다. 이마트24와 미니스톱 등 다른 편의점 점포까지 포함하면 4만개를 선회한다.

반면 심야영업을 중단하는 편의점은 늘고 있다. 같은 기간 CU의 심야 미영업 점포는 20%로 작년말(17%)보다 3%포인트 증가했다. 세븐일레븐은 18.4%로 지난해말(17.6%)보다 늘었다. GS25도 6월말 기준 100곳 중 14곳이 심야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24시간 영업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이마트24는 10곳 중 8곳이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조선비즈

야간 영업 중인 편의점 CU 전경.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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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이 24시 영업을 포기하는 이유는 밤샘 영업의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올 최저임금은 작년보다 10.9%(8350원) 상승해 가맹점주 입장에선 비용 지출이 크게 늘었지만, 매출은 오히려 줄었다. 지난 8월 기준 국내 3대 편의점의 점포당 매출액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 0.9%로 7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편의점 가맹점주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지급하는 야간수당이 야간 매출을 역전했다"며 "시간이 갈수록 적자 폭이 커져 영업시간 단축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가맹점은 직전 3개월 동안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영업손실이 발생하면 편의점 본사에 24시 영업 단축을 신청할 수 있다.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으면 가맹본부에서 전기료 지원 등 각종 지원금이 끊기지만, 늘어난 적자 폭을 감안하면 차라리 24시간 영업을 포기하고 단축 영업을 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편의점 왕국’인 일본에서도 심야 영업은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편의점 24시간 영업’을 처음 도입한 일본 최대 편의점 업체 세븐일레븐은 지난 21일 24시간 영업 원칙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훼미리마트 등 일본의 다른 편의점업체도 실험적으로 단축 영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본 편의점의 24시간 체제 변동은 일할 사람이 있어도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심야 영업을 포기한 한국과는 상황이 정반대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구직자 100명당 일자리는 161개다. 일자리가 풍족해 밤새워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24시간 영업을 단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내년에 상승한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매출 대비 비용 비중이 커져 밤샘 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가맹점들의 신청이 늘어날 것"이라며 "24시간 편의점이 줄어드는 건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시간이 갈수록 밤샘 영업 중단 속도는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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