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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홍콩 시위, 화력 약해지나···21주째 ‘주말 시위’, 규모 크게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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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 심화·송환법 공식 철회’ 등에 시위 동력 점차 상실

시위 지나친 과격화로 일부 시민 등 돌린 영향도 있어

시위대, 중국계 점포·지하철역 등에 불 질러···경찰도 최루탄 난사

서울경제


홍콩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주말 시위가 21주째를 맞은 가운데 홍콩 시위 사태가 점차 ‘소강’ 국면을 맞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로이터통신 등은 “이날 오후 수천 명의 홍콩 시민들은 홍콩 최대의 관광지인 침사추이 지역의 솔즈베리 가든에서 경찰의 폭력 행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시민들은 경찰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진압 과정에서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최루 스프레이를 뿌리고 곤봉으로 구타하는 등 수차례 폭력을 행사한 점을 들어 강력하게 규탄했다.

이들은 경찰이 지난 20일 시위 진압 과정에서 파란색 염료를 섞은 물대포를 홍콩 최대 이슬람 사원인 ‘카오룽 모스크’ 정문에 발사한 것도 강하게 비난했다. 복면금지법의 시행으로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이 금지됐음에도 이들은 마스크와 가면 등을 쓰고 “경찰이 최루탄, 물대포 등 ‘화학무기’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침사추이 지역의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하는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 고무탄, 물대포 등을 동원해 시위 해산에 나섰다. 이에 시위대는 몽콕, 토카완, 왐포아, 야우마테이 등의 지역으로 흩어져 화염병과 돌 등을 던지며 격렬하게 맞섰다.

이날도 시위대의 격렬한 반중 정서를 드러내는 사건이 잇따랐다. 시위대는 중국 본토 기업 소유 체인점인 ‘베스트마트 360’과 친중 재벌로 비판받는 맥심그룹이 홍콩에서 운영권을 가진 ‘스타벅스’ 점포 등에 들어가 기물을 파손하거나 불을 지르는가 하면 삼수이포 경찰서, 충사완 정부청사 등에도 화염병을 던졌다. 시위대 일부는 성조기나 영국 국기, 대만 국기 등을 들고 있었다.

또 이들은 몽콕 지하철역 입구에도 불을 지르고 여러 지하철역 입구에 연막탄을 던졌다. ‘이스트 레일’ 노선은 시위대가 쓰레기통과 폐품 등을 철로 위에 던져 전철 운행이 중단됐다. 이날 시위가 벌어진 몽콕, 야우마테이 등 여러 지역의 지하철역도 폐쇄됐다. 야우마테이 지역에서는 시위대에 의해 사복경찰로 여겨진 한 남성이 망치 등으로 공격받아 머리에 피를 흘렸고 몽콕 지역에서는 중국 표준어인 만다린을 쓰는 한 남성이 시위대에 구타당했다.

시위대가 아닌 시민들도 경찰의 최루탄 발사로 피해를 입었다. 야우마테이 과정에서는 경찰이 쏜 최루탄이 약국 안으로 들어가 종업원이 대피했고 몽콕 지역에서는 경찰이 발사한 최루탄이 국수 가게의 문에 맞은 후 불이 나 손님들이 대피하기도 했다. 이날 밤 10시까지 시위 과정에서 다친 사람은 11명이며 이 중 1명은 중상을 입었다.

그러나 이날 시위대 인원은 수천 명 수준에 불과해 이전보다 시위 참여 규모가 크게 줄어들어 홍콩 시위의 화력이 점차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시위대 규모는 앞서 6월 9일 100만 명, 6월 16일 200만 명, 8월 18일 170만 명 등을 기록한 바 있다. 시위 장기화로 관광, 운송, 호텔, 금융 등 여러 경제 부문이 타격을 받으면서 홍콩 경제가 갈수록 어려워지자 상당수 시민이 등을 돌린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계 은행이나 점포, 지하철역 등에 불을 지르고 기물을 마구 파손하는 등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질되는 데 대해 반감을 가지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홍콩 정부가 지난 23일 이번 시위 사태의 근본 원인인 ‘범죄인 인도 법안’을 공식적으로 철회한 것도 시위 동력이 떨어지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홍콩 최대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의 한 잡화상 주인은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매출에 타격이 너무 크다”며 “지나치게 과격한 시위를 보고 있으며 시위대가 바라는 것이 과연 진정한 민주주의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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