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李총리 만난 日교포들 "숨 죽이며 살고 있다"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일본 방문한 李총리와 간담회서 한일 관계 경색따른 고충 토로

李총리 "아베 총리와 몇 마디 말로 드라마틱하게 풀릴 일 아니지만

대화를 좀 세게 하자는 정도는…"

일본을 방문 중인 이낙연 국무총리를 만난 재일 동포들이 "숨을 죽이며 살고 있다"며 한·일 관계 개선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 총리가 23일 주재한 동포 대표 초청 오찬간담회에 참석해 심각하게 악화된 한·일 관계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어필했다. 오찬 환영사에서 여건이 민단중앙본부 단장은 "너무 어려운 한·일 관계이기에 우리 재일 동포들은 숨을 죽이면서 생활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도 한·일 친선 교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지만 정부의 움직임이 없으면 그 성과는 한정적"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가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을 지내던 시절 도쿄 지국 비서였던 서순자 민단 중앙본부 문교국 부국장은 별도 인터뷰에서 "재일 교포 사회가 정말로 죽을지 살지, 생활이 될지 말지의 상황에 처해 있다"며 "재일 교포 아이들의 대부분, 99%는 일본 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런 아이들이 지금 어떤 입장으로 학교에 다니고 있는지, (이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뭔가를 말씀드릴 수 있다면 그 아이들의 일도 시야에 넣어서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을 생각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이 총리는 "여러 가지 고생을 많이 하신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한·일 양국 정부가 뭔가 타개책을 찾도록 하는 데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재일동포 대표들과 오찬 - 방일 중인 이낙연(오른쪽에서 둘째) 국무총리가 23일 도쿄의 주일 한국 대사관저에서 열린 동포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했다. 참석자들이 악화한 한·일 관계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자 이 총리는 “한·일 양국 정부가 타개책을 찾도록 하는 데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총리는 이날 게이오대에서 학생들을 만나서는 "한·일 관계가 원만치 못해 가장 아프게 생각하는 건 청년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이라며 "아버지 세대가 역사로부터의 상처를 갖고 양국 관계를 바라봤다면 (청년들은) 그 어떤 상처도 받지 않으면서 상대를 보고 미래를 구축하게 하는 것이 어른들이 할 일"이라고 했다.

이 총리는 24일 오전 11시 10분여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면담할 예정이다. 이 총리는 아베 총리와의 면담에 관해 "거기서 무슨 합의가 되거나 그런 정도로 나갈 수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22일 밤 고쿄(皇居)에서 열린 궁중 연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난 이 총리는 "최대한 (한·일 간) 대화가 촉진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총리는 "(한·일 관계) 상황이 어떤지를 이미 다 알고 왔는데 드라마틱하게 말 몇 마디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아베 총리와는) '대화를 좀 세게 하자' 정도까지는 진도가 나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먼저 (아베 총리에게) 각론을 얘기할 생각은 없고 (일본이 주장하는) 제안의 맹점, 한국에서 왜 받아들이기 어려운가 하는 설명을 해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베 총리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징용 피해 문제는 해결되었으며, 따라서 위자료 지급을 요구하는 것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1965년 협정에서는 징용 피해자의 '미수금(未收金)'과 '보상금(補償金)' 문제만 다뤘고, 일제 강점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배상(賠償)' 성격의 위자료를 피해자 개개인이 청구할 권리까지 소멸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의 판단이다. 우리 정부는 1965년 조약·협정을 모두 존중하고 준수하겠지만, 이런 대법원의 판결도 이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총리는 이런 점을 아베 총리에게 설명하겠다고 말한 셈이다.

이 총리는 23일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입헌민주당 대표 등 일본 정계 인사들과 면담한 이후 다시 기자들을 만나서는 "(양국이) 지혜를 짜내면 하나씩, 하나씩 풀어갈 수도 있다는 작은 희망 같은 것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 면담에서) 일정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3가지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이나 협상 진전은 없지만,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일본 측의) 진지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도쿄=김진명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