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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올인한 文대통령, 내세우던 '핵심 정책'까지 무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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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어지는 금강산] 임기 반환점에 내치·외치 모두 난관

靑·민주당, 北의 노골적인 남조선 패싱에 당혹스러운 기색 역력

바라던 '김정은 11월 답방·연내 3차 美北정상회담'도 가능성 희박

전문가 "운전자·촉진자론에 매달려 北 눈치만 보다가 위기 자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경협의 간판 사업인 금강산 관광에 대해 "잘못된 정책"이라며 독자 개발을 선언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뼈아픈 대목이다. 문 대통령이 8·15 경축사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입버릇처럼 강조해온 '평화 경제' 담론을 김정은이 걷어찬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조국 사태'와 경제 상황 악화로 지지율 하락을 겪으면서도 남북 관계 진전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아 왔다.

하지만 북한의 노골적인 '남조선 패싱' 기류가 김정은의 육성(肉聲)으로 확인됨에 따라 남북 관계가 경색을 넘어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정원이 이례적으로 언급한 '11월 김정은 답방설', 연내 3차 미·북 정상회담 등 정부가 기대해온 대형 '북한 이벤트'들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정은의 발언이 전해진 23일 청와대와 정부·여당에선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했다. 공교롭게도 김정은의 금강산 발언이 나오기 하루 전 문 대통령은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남북 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경제·문화·인적 교류를 더욱 확대하는 등 한반도 평화와 경제협력이 선순환하는 '평화 경제' 기반 구축에도 힘쓰겠다"고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김정은 발언이) 대통령 말씀에 대한 호응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저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며 "(북한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향후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명확히 분석을 해야 한다"고 했다. 김정은 발언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지만, 남북 관계 진전을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이자 치적으로 내세웠던 청와대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김정은이 "남측과 합의하라" "금강산에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환영할 것"이라고 밝힌 데 주목하며 남북 실무 접촉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청와대가 여전히 상황 파악을 못하고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은의 금강산 발언은 북한의 대남 노선이 '남조선 배제' 쪽으로 방향을 틀었음을 뜻하는데 일시적 위기만 넘기면 남북 관계가 금방 회복될 것으로 낙관한다는 것이다.

작년 3차례 정상회담을 거치며 해빙기를 맞았던 남북 관계는 지난 2월 말 '하노이 노딜'의 여파로 빠르게 경색됐다. 남북 교류·협력이 중단됐고, 대남 비난의 강도와 빈도는 높아졌다.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겨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다"라고 했고 "겁먹은 개" "삶은 소대가리" 같은 막말도 쏟아졌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지난 4월 김정은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기대를 거두고, 미국과 직거래를 통해 돌파구를 찾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며 "이달 초 미·북 실무협상이 열린 스톡홀름에 한국 정부 당국자가 가지 못한 것도 북한의 강한 요구 탓"이라고 했다. 최근 평양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 남북전이 '무관중·무중계'로 치러지고 북한이 우리 선수단에 푸대접을 넘어 사실상 린치 수준의 위협을 가한 것도 북한의 험악해진 대남 기류를 반영한다.

11월 김정은 답방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연내 3차 미·북 정상회담 성사가 불투명해지면서 청와대 내에서도 "남북 관계를 다시 이어갈 만한 계기나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북한의 불만을 달래려면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재개 같은 선물을 줘야 하는데 제재 때문에 옴짝달싹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막연한 '운전자·중재자·촉진자론', 희망에 기초한 '남북, 미·북 관계의 선순환론' 등에 매달리다 지금과 같은 위기를 자초했다고 진단한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현 정부는 남·북·미 정상이 만나기만 하면 비핵화가 실현되고 평화가 온다는 막연한 생각에 사로잡혀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밀어붙였다"며 "이것이 '하노이 노딜'로 이어졌고, 이후 김정은은 '문 대통령에게 속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김승 전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은 "작년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를 선언하며 평화 공세를 펴자 너무 쉽게 제재·압박의 빗장을 풀었고 이후 노골적인 '북 눈치 보기'를 계속했다"며 "결국 대북 레버리지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고 했다.

[이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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