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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아산 7800억 들인 금강산 사업, 통째로 날아갈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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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어지는 금강산]

관광재개 준비하던 현대 "당혹", 12년간 사업중단 손실도 1兆 넘어

리조트·골프장 지은 아난티도 초비상… 北, 독자 운영하겠단 뜻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는 사실이 전해진 23일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보도에 당혹스럽지만 차분히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1조원 가까운 돈을 투자했지만 12년째 멈춰 1조6000억원의 매출 손실(추정치)을 내고 있는 금강산 사업이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사전에 북한이나 우리 정부로부터 연락받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지구에 골프장·리조트를 갖고 있는 아난티그룹 역시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현대아산은 이날 아침부터 주요 임직원들이 분주하게 회의를 이어갔다. 금강산 관광 산업 관련 50년 독점 사업권을 보유한 현대아산이 금강산에 투자한 금액은 총 7865억원이다. 이 중 2268억원은 현재 금강산 내 해금강호텔, 온정각 등 시설물에 투자한 금액, 5597억원은 북한에 지불한 사업권 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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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현대아산, 아난티 등 금강산에 투자한 기업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사진은 금강산호텔, 외금강호텔 등이 있는 고성 온정리 관광지구 일대를 남북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바라본 모습(위)과 아난티가 만든 골프장·리조트인 ‘아난티 금강산’. /연합뉴스·아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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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이 실제 금강산에서 관광 사업을 한 건 지난 1998년 11월 18일 금강호 출범을 시작으로 2008년 7월 11일 박왕자씨 피격 사건 발생 전까지 10년이 채 안 된다. 연간 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금강산 관광 사업 중단 후 1조6000억원의 누적 매출 손실, 2200억원의 영업 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아산은 지난 3월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비해 41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 금강산과 개성에 있는 시설 개·보수 등에 34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8월엔 정몽헌 전 회장 16주기 추모 행사를 금강산에서 열려고 했지만 북측이 거부해 무산됐다.

현대그룹 측은 김정은이 "남측의 관계 부문과 협의하여"라는 전제를 단 만큼 북이 당장 일방적 철거를 하진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관계자는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 때부터 여러 변수 속에서 30여년간 신뢰로 이어온 남북 경협이 쉽게 중단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고, 앞으로 금강산 관광이 잘될 수 있는 방향으로 결론 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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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티는 2008년 금강산 고성봉 168만㎡ 규모 부지에 총 913억원을 투자해 '아난티 금강산'을 완공했지만, 개장을 준비하던 중 박왕자씨 피살 사건이 발생했다. 아난티 관계자는 "운영도 못 해본 자산에 대한 감가상각비가 연간 10억원 넘게 발생하는 것을 포함해 기회비용 등을 따지면 지금까지 손실액은 추정하기 어렵다"면서도 "금강산 아난티를 세계적인 최고급 복합 리조트로 만들겠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고, 남북 측 정부에서 다시 개발 의사를 전해온다면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은 지난해 9월 평양 공동선언에 언급되며 한때 재개 가능성이 거론됐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전제 조건과 대가 없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김정은의 '철거 지시'로 남북 경협 방식으로 재개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는 분석이다. 봉영식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위원은 "(북한의) 독자적인 관광 정책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정부는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 초병의 조준 사격으로 사망하자 북측에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약속, 신변 안전 보장을 요구하며 관광을 중단시켰다. 북한은 이를 거부한 채 남측 자산 동결·몰수(2010년 4월)→현대아산의 사업 독점권 취소 발표(2011년 4월)→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 채택(〃5월)→남측 체류 인원 추방(〃8월)의 순서로 금강산 관광사업을 삼킨 뒤 중국 자본 등을 끌어들여 국제 관광에 나섰다. 북한이 독자적 금강산 관광에 나선 것은 사실 8년이 넘은 셈이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중국 관광객을 유치해 외화를 벌어보려 했지만 호텔 운영 경비도 벌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예전처럼 한국 관광객이 충분히 들어가줘야 수지타산이 맞는다"고 했다. 이 같은 점을 의식한 듯 김정은도 '시설 철거'를 지시하면서도 "금강산에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달러 박스'로 불렸던 금강산 관광을 통해 10년간(1998~2008년) 공식 입장료로만 5억달러를 챙겼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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