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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매경춘추] 4차산업과 개발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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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개발협력에서 4차 산업혁명과 첨단기술을 얘기하면 뜬금없다고 여길지 모른다. '식량 부족이나 해결하고 농사기술 정도 가르쳐주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개도국의 개발협력이 효과를 내려면 오히려 과학기술과 접목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며 한국의 정보기술(IT) 육성을 강조했고 이후 한국은 휴대전화·반도체에서 초일류가 됐다. 다른 개도국도 한국과 같은 도약을 꿈꾼다. 아프리카에 유선전화는 없어도 휴대전화 서비스가 되는 나라는 많다. 지금은 우편→전신→유선전화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첨단으로 넘어가는 시대다. 개발협력도 이런 추세에 발맞추어야 하고 그것이 더 효과적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혁신적기술프로그램(CTS)'을 운영하고 있다. CTS는 한국의 소셜벤처, 스타트업이 가진 최신 기술을 개도국 개발협력에 접목한다. CTS 파트너인 한국 기업 '에누마'가 교육 앱 '킷킷스쿨'을 개발해 아프리카 문맹 퇴치 사업을 하는 게 대표적이다. 태블릿PC로 게임을 즐기며 학습하게 만든 '킷킷스쿨'은 미국 테슬라가 후원하는 X프라이즈 경진대회에서 "읽기, 쓰기, 셈하기 효과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1등에 뽑혔다. 상금이 무려 600만달러(약 71억원)다. 이후 에누마는 국제구호위원회(IRC)와 로힝야 난민 교육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아프리카에서 무슨 태블릿PC 수업이냐' '태블릿PC 구입비는 어떻게 감당하냐'고 의아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 신축비, 교사 월급과 학교 운영비, 등하교 비용을 따지면 태블릿PC 보급비가 오히려 싸다고 한다. 저소득층 아이들이 PC 환경에 친숙하도록 만드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아프리카의 빌 게이츠가 나오지 말란 법이 있는가.

개발협력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와 연결돼야 한다. 현지인들의 취업·창업으로 이어지고 비즈니스로 굴러가야 한국이 손을 떼도 계속 유지·발전할 수 있다. 그러려면 '겨우 밥이나 먹게 해주고 농사기술 정도만 가르쳐서'는 곤란하다. 농업도 현지 기후에 맞게 육종하거나 스마트팜을 도입하는 등 과학기술과 접목해야 지속가능하고 한국 기업의 협력 여지도 생긴다. '개발협력=옛 기술'이라는 등식은 이제 버릴 때가 됐다.

[이미경 코이카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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