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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기자24시] 공공기관 정규직화, `직무급제`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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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달 초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가 경제상황을 브리핑하면서 "톨게이트 수납원이 없어지는 직업이라는 게 눈에 보이지 않나"라고 말을 던졌다가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본사 직고용을 요구하는 톨게이트 수납원들의 한국도로공사 본사 점거사태를 수습해 보려는 입장에서 답답함을 토로하는 말이었다. 고의였는지 말실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문제 원인을 제공한 사람조차 뭔가 잘못돼 간다는 걸 실토한 셈이라 반향이 컸다.

이 일의 발단은 정권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재인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단순히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만들면 해소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국정과제 제1호로 '공공 부문의 비정규직 제로'를 추진했다. 이 같은 정부 노선은 '세 불리기'에 목말랐던 민주노총의 전략과 맞아떨어졌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들의 희망을 조직화하기 시작했다.

톨게이트 노조 사태에 끼어든 민주노총이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화를 거부하고 본사 직고용을 요구 중인 게 대표적이다. 매일경제가 지난 22일자로 A1면에 단독 보도한 건보공단 콜센터 직원 1600여 명 정규직 전환도 건보공단 노조 측은 "본사 고용 대신 자회사를 만들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옵션도 있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나중엔 톨게이트 노조처럼 본사 직고용을 가지고 다툴 게 뻔하다. 비정규직 근로자에게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준다는 '희망고문'을 하고 사기업 근로자에게는 공기업 정규직에 비해 불공정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노조의 전략일 것이다.

들불처럼 번진 정규직 전환 요구를 막을 순 없지만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다. 직무 성격을 비롯해 난이도, 책임 정도에 따라 급여를 달리 결정하는 직무급별 임금체계(직무급제)가 해답이다. 정규직이라도 하는 일이 다르면 다른 보수를 받는 직무급제하에서는 기존 정규직들의 반발이 크지 않을 수 있다. 공정성 시비도 줄어든다. 힘들고 위험한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이라면 정규직보다 많은 급여를 받는 게 '정의'에 부합한다. 업무 난이도·책임성을 증명하지 못하는 정규직은 같은 직무를 하는 비정규직과 비슷한 급여를 받아야만 한다. '동일노동·동일임금'만큼 확실한 노동원칙은 없다.

[경제부 = 김태준 기자 ianuariu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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